계자 전 드리는 확인전화

조회 수 2068 추천 수 0 2011.08.05 10:58:02

 

계자에 아이들 오기 사흘 전쯤 전화를 드리고 있습니다.

아이들 올 때 되었음을,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지를, 그밖에 여러 가지를 확인하고

짐을 싸거나 하면서 궁금하신 것들에 답변도 드리는 시간이지요.

아이들을 보내보았던 분들이야 으레 아시겠구나 하지만

특히 이곳에 아이를 처음 보내는 부모님들로서는

전화 음성 한번에도 걱정이 좀 내려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답니다.

 

그런데,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하지만 닿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꼬에서 전화 왔음을 알고 전화를 되 주실 때도

이곳에서 받기 여의치 않을 때가 있구요.

통화 시 그 내용이야 몇 줄 되지 않습니다만,

혹 연결되지 않는 때를 위해 그때 드리는 말씀들 몇 가지를 옮깁니다.

 

1.

아이들을 맞기 위해 영동역에는 서넛의 샘들만 보냅니다.

이때 여간해서 줄을 쫙쫙 세우거나 하지 않아 어수선하기 더할 수 있는데,

그걸 또 불편해하는 어른들이 꼭 있습니다.

줄서기라는 형식에만 반드시 질서가 있는 건 아니지요.

안으로 질서를 만들어내는 게 물꼬 방식이라고 하면 이해가 편할까요.

아이들 데리고 들어오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 아닐 것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마시옵기.

 

2.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 다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나 사람의 일이 뜻대로만 되는 게 아니어.

이때 바로 바로 보호자님께 연락드리지 않습니다.

멀리서 하실 수 있는 일도 없거니와 걱정만 많기 때문이지요,

아이야 여기 있으니.

경황없는 속에 연락이 쉽지 않은 것도 한 까닭이랍니다.

그런데 그게 또 나중에 서운함을 부를 수도 있더라구요.

헤아려주시옵기.

 

3.

짐 목록 가운데 운동화가 들어있습니다.

꽤 험한 산을 오릅니다.

발이 편해야지요.

제발, 꼭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4.

연락이 잘 되지 않으면 걱정을 키우게 되지요.

전화 곁에 따로 사람이 있지 않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나 하시옵기.

저희가 연락드릴 일이야 거의 없을 것인데,

혹 댁에서 이곳으로 알릴 일이 생기면

전화에 음성을 남겨주시거나 메일 혹은 홈피로 글 주시기 바랍니다.

수시로 확인하고 답 드리겠지만,

아이가 멀리 있는 시간 해방과 자유를 누리시옵기.

 

5.

모든 여름 일정이 끝나고 나면 그 다음 주에 각 가정마다 전화를 넣습니다.

사진도 그때 올리지요.

아이들이 계자 가운데 어찌 지냈는가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혹여 이곳에서 가는 전화가 닿지 않을 땐 먼저 전화 주시옵기.

 

6.

짐이 제대로 싸졌건 아니건

아이들이 이 곳에 온 순간부터는 모든 걸 이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합니다.

언젠가는

아들 둘은 잊지 않고 왔으나 짐가방을 트렁크에 넣은 줄 알고 그냥 오신 분이 계셨더랬지요.

필요한 걸 챙겨 가방 두 개 만들어 그 아이들 잘 건사하고 보냈답니다.

하니 발 동동거리기 마시고 못 보낸 것들 안 보낸 것들 잊어주시옵기.

 

오직 아이들을 향하리라,

하늘처럼 아이들을 섬기리라 합니다.

건강하시기옵기.

 

2011년 8월 5일 쇠날

자유학교 물꼬 드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후원] 논두렁에 콩 심는 사람들 [13] 관리자 2009-06-27 34933
공지 긴 글 · 1 - 책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한울림, 2019) file 물꼬 2019-10-01 18304
공지 [긴 글]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옥영경/도서출판 공명, 2020) file 물꼬 2020-06-01 16355
공지 [펌] 산 속 교사, 히말라야 산군 가장 높은 곳을 오르다 image 물꼬 2020-06-08 15852
공지 [8.12] 신간 <다시 학교를 읽다>(한울림, 2021) 물꼬 2021-07-31 15713
공지 2020학년도부터 활동한 사진은... 물꼬 2022-04-13 15422
공지 물꼬 머물기(물꼬 stay)’와 ‘집중수행’을 가릅니다 물꼬 2022-04-14 15448
공지 2022 세종도서(옛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다시 학교를 읽다>(옥영경 / 한울림, 2021) 물꼬 2022-09-30 14343
공지 [12.27] 신간 《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 (한울림, 2022) 물꼬 2022-12-30 12588
공지 2024학년도 한해살이;학사일정 (2024.3 ~ 2025.2) 물꼬 2024-02-12 4738
325 2011 여름 계자에서 밥바라지를 해주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file 물꼬 2011-06-27 1951
324 2011 여름, 청소년 계절자유학교(7/23-24) file 물꼬 2011-06-27 2307
323 2011년 6월 빈들모임은 쉬어갑니다! 물꼬 2011-06-23 1969
322 6월 단식수행(6/6~6/12) [1] 물꼬 2011-05-13 2250
321 2011년 5월 빈들모임(5/27~29) file [1] 물꼬 2011-04-24 2246
320 2011년 봄 몽당계자(144계자/4.22~24) file [1] 물꼬 2011-04-04 2286
319 2011년 3월 빈들모임(3/25-27) 물꼬 2011-02-28 2247
318 2011학년도 한해살이 file 물꼬 2011-02-28 2380
317 예비중학생을 위한 계절자유학교(2/24-2/27) file [2] 물꼬 2011-02-09 2628
316 새 홈페이지에 논두렁에 대한 안내가 없다셨습니다 물꼬 2011-02-05 2555
315 방문을 요청하고 답을 기다리시는 분들께. 물꼬 2011-01-30 2616
314 겨울계자 끝에 드리는 전화들 물꼬 2011-01-29 2296
313 겨울계자 끝에 보내는 우편물(택배)들 물꼬 2011-01-29 2545
312 홈페이지 개편 중에 깨진 글들 물꼬 2011-01-27 1855
311 2011년 새롭게 바뀐 홈페이지에 대하여 관리자 2011-01-20 2034
310 새집 마루로 얼른 오르시옵기 물꼬 2011-01-19 2250
309 쓴 글들이 사라지고 있지요... 물꼬 2011-01-08 1909
308 2011년 정월 초하루 아침, 절합니다 물꼬 2011-01-01 2158
307 2010 겨울, 청소년 계자 마감되었습니다! 물꼬 2010-12-18 2044
306 계자 참가 신청은 11월 29일 아침 9시부터 물꼬 2010-11-25 225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