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여름, 계절 자유학교

- 온몸에 풀물 들었네 -

올 여름 첫 일정을 시작합니다.

아이들 마흔 여섯(마흔 넷에서 두 번째 일정에서 당겨오게 된 둘을 더해)과

어른 스물(새끼일꾼 여섯 포함)이 함께 합니다.

 

유진샘의 어머니 고재희님과 친구 분 최재영님,

그리고 145 계자 밥바라지 선정샘 인교샘이 챙겨주는 아침으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밥바라지는 선정샘을 축으로 인교샘, 그리고 철우샘이 돕습니다.

“계자에서 부엌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옥샘이, 선정샘이 최고의 부엌이라고 늘 말씀하시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아요.

주방이 안정적이어서...”

아침부터 여유로이 짱짱하게 전체를 받쳐주고 있는 부엌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걸음마하는 세현이를 돌보아주는

한 주 휴가를 온 조각가 광희샘까지 등장해 최고의 부엌구성원을 보여주고 있지요.

어른 해우소와 아이들 뒷간 청소를 맡았던 준샘과 기린샘,

화장실 청소를 정수를 보여주셨다던가요.

새끼일꾼들은 그들의 스승이었던, 이제는 품앗이가 된 아람샘을 그리워하며

그가 보여준 대로, 한편 그만큼 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람이 언니의 빈자리가 조금 느껴졌다. ’이런 상황이었으면 아람이 언니는 이렇게 했겠지.’ 하면서 풀어나간 일도 있었다. 연규랑 얘기를 하는데, “아람이 언니한테 쫌 배워둘걸” 하니 연규가 “우리가 모른다고 안하는 게 아니잖아.”라는 말을 들으면서 쫌 반성하게 되었었다. 옥샘 말씀 그대로 아는 것 그대로 행동에 옮겨야겠다.’(새끼일꾼 윤지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내가 네가 주는 밥을 먹는 구나.”

새끼일꾼 첫발을 딛는 경이가 배식을 하는 밥을 먹으며

우리들을 관통하는 세월 앞에 어찌나 가슴 느꺼워지던지요.

‘누구를 기다리면서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설레이고 약간의 두근거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정말 기분 좋은 책임감.’

준샘은 하루 갈무리글에서 그리 쓰고 있었습니다.

네, 그 기분으로 아이들을 맞습니다.

불편한 곳, 바로 이 어른들이 메우며 계자가 흐를 것입니다.

 

이번에는 범주성이나 경계성급 장애아들 뿐 아니라

중증 장애등급을 가진 아이들도 넷이나 있습니다.

‘통합캠프!’.

물꼬가 하는 소중한 일이기도 하지요.

아리샘 참 훌륭합니다.

그가 대학 1학년 때 강의를 하러 가서 만나

그 많은 대학의 방학을 이곳에서 같이 보냈고

교사로 발령을 받은 뒤 이렇게 학급 아이들을 데리고 나타납니다.

늘 물꼬를 ‘우리가’라고 표현하는 그이,

물꼬의 큰 논두렁이기도 하지요.

방학조차 아이들을 데리고 보내는 그를 통해

제도학교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왔던 시간이었습니다.

무어라 무어라 그래도 그런 교사들이 학교교육을 지고 밀고 갑니다.

‘나는 좀 장애 있는 아이들에게 어려움을 많이 갖고 있다. 그래서 너무 걱정을 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춤명상 시간, 승준이라는 아이와 명상을 함께 했는데 보통 나의 경우, 못할 줄 알고 쉬게 하는데 그건 엄연한 무시였던 것 같다. 같이 해보니까 잘 하고, 즐거워하는 걸 보니 여태까지 생각했던 모든 고정관념에 금이 갔다. 반성하고 반성하고 또 깨달았다. 모든 활동에 못한 것이 아니라 느린 것이라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이 어수선한 아이들이 5일 후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한 밤이다.’(새끼일꾼 진주의 하루 갈무리 글에서)

 

아이들이 들어오고 안내를 하고, 그리고 소개 시간이 있었습니다; 큰모임.

자신의 글집 표지를 채우며

아이들이 하는 생각, 바라는 세상, 좋아하는 것들을 들여다봅니다.

‘큰모임을 할 때 많은 아이들의 전쟁, 잔인한 것과 관련되어있는 그림을 보면서 지금 세상의 아이들이 마음이 벌써 시커멓게 멍들어 있다는 사실에 맘이 아팠다.’(새끼일꾼 경이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괜찮습니다. 달라질 겁니다.

우리가 그 가능성, 긍정성에 손을 놔버리는 순간,

우리는 잔인한 세상을 용인하게 되는 겁니다.

지속적으로 낙관을 가지고 아이들과 만날 것,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물꼬가 복무하는 한 방식이지요.

 

낮밥을 먹고 ‘산길 들길 마을길’시간 산마을 고샅을 돌고,

그리고 계곡에서 오래도록 놀았습니다.

서해바다 얕은 물, 거인폭포와 깊은 물 소, 그리고 둑,

아이들은 저마다의 수준으로 찾아들어 풍덩거렸지요.

폭포는 너무나 멋진 자연 미끄럼틀을 만들어

아이들 바지 엉덩이가 여럿 찢어졌더랍니다.

기환이가 지섭이를 따듯하게 챙기고 있는 것도 보이네요.

훌쩍 자라서 온 그입니다.

그런데 동화가 귀에 물이 들어간 듯합니다.

병원을 잘 찾지 않는 이곳이나

눈과 귀는 아주 민감하게 접근합니다.

잘 챙겨보고 상태가 나쁘면 병원을 가야지 하지요.

들어와 씻고는

한데모임에서 노래 노래를 부르고, 손말을 익히고, 마음들을 나누고,

그리고 고래방으로 건너가 춤명상을 하고 대동놀이를 하였습니다.

장애아들과 눈을 맞추며 함께 춘 춤은

서로를 아주 기분 좋게 만들었지요.

‘우리 아이들에게 완전통합의 자연스러운 기회를 뺏지 않도록 신경써야겠다.’(아리샘은 하루 갈무리글에서)

 

계자는 어른들이 미리 짠 시간도 시간이지만,

바로 이 일정과 일정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이 더 중요한 일정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마당에 쏟아져나와 공을 차고, 산책을 하고, 개들을 데리고 놀고,

잠자리를 좇아다니고 개구리를 잡고,

책방에선 책을 읽고 알까기를 하고 뒹굴거리고...

곳곳에서 아이들은 온몸에 그렇게 풀물 들이고 있었더랍니다.

‘겨울의 한적함. 다소 한적함보다 여름에 더움을 참고 지내며 더욱 소리 크게 아이들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더 살아있는 듯...’

휘령샘은 여름이 겨울계자와 그리 다르더라지요.

 

아이들은 늘 우리를 요절복통케 합니다.

그 존재만으로 우리를 웃게 만들지요.

그들의 행동은 준비된 개그맨들입니다.

이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쩨쩨하고 치졸하고 치사하고 못난 행동이더냐,

한데모임에서 아이들한테 물었습니다.

장애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던진 질문이었지요.

“엄마가 약속 안 지키는 거요”

은섭이였습니다.

가끔 우리 아이들 부모들을 그리 팔립니다요, 하하.

그나저나 우리 부모님들 약속지킵시다요.

“전화 어딨어요?”

현섭이, 저녁에 전화 통화를 하러 교무실로 왔습니다.

아빠한테 안부전화 한다고, 전화를 쓸 수 있느냐 없느냐도 아니고

쓸 전화 어디에 위치하고 있느냐 물었지요.

말렸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게 웃음을 머금게 하는 일 말고도 여러 색깔의 장면들 넘칩니다.

승록이가 엄마 보고 싶다 눈물바람이었고,

승산이가 아무래도 엄마가 만나러 오는 날이 잘못된 것 같다 확인하러 오고,

동화는 계곡에 갔다 귀에 물이 들어갔다 좇아오고,

민아와 현비가 같이 놀고 싶어 하는 한 여자 아이를 밀쳐내는 일도 있었고,...

‘두 친구에게는 “외로운 친구가 같이 놀자는 게 어때서 그래”라고 말해주고, 거부당한 당한 친구에게는 “괜찮아 괜히 그러는 거야, 같이 놀아줄 거야” 라고 했다. 잘 한건지 못 한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런 것들을 여기, 물꼬에서 배워야 하는 것, 배울 수 있는 것이다.’(새끼일꾼 경이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철우는 저녁도 못 먹었고 눈물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걷는 게 힘든 그 친구, 마을을 내려다보는 큰형님느티나무에도 오르고

달골 계곡 물꼬 수영장의 무수한 돌들을 밟느라 정말 고생했지요,

비장애인인 우리들에겐 별일도 아니나.

‘아무리 좋은 것도 한꺼번에 몰아치니 소화불량이 왔나보다. 아니면 이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양 이상의 것을 주며 왜 소화 못시키냐며 채근한 격이다. 미안 철우! 하지만 그럼에도 할 수 있다! 자꾸 피하지 말고 겪어버리자!’(아리샘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새끼일꾼들은 그들대로 좋은 공부가 될 것이며, 어른들 또한 그러합니다.

새끼일꾼 하나가 처져서 집으로 돌아갈 뻔했고,

새끼일꾼에서 품앗이일꾼으로 첫발을 내디는 이 하나,

아이를 보낸 부모랑 하는 통화에서 상처를 받아

한바탕 눈물바람을 일으키며 진정을 못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모든 건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자신을 위해서도 극복의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겝니다.

둘은 그 시간을 넘어 첫 밤을 무사히 맞고 있답니다.

아마도 부산한 계자가 될 것만 같은 예감...

‘... 아이들이 오고 나서는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가 되고 차분해졌다. 역시 아이들의 좋은 에너지란...’(새끼일꾼 연규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 그래서 더 방해가 되고 싶지도 않았고, 아이들에게도 잘할 자신이 없어서 집에 가려고 했지만, 옥샘이 하신 말씀 “너를 위해서이다. 비단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 견뎌내야 한다.”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말이었다....

... 좀 더 많이 알고 있는 새끼일꾼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실습에서와 물꼬에 와서 다른 점은 프로그램이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것.’(유진샘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대동놀이를 끝낸 아이들이

아이들은 샘들이 읽어주는 책을 읽으며 잠자리로

비로소 샘들 하루재기.

천광희샘, 제 담당인 샘들 야식을 오늘은 그가 맡아주었습니다.

카레떡볶이.

누군가는 무슨 역할인가를 하며 계자를 함께 꾸려갈 테지요.

서현샘,

물꼬에서 필요한 물품을 찾는 법을 알았다나요.

“첫째, 의심쩍은 부분을 뒤진다.

둘째, 찾을 때까지 뒤진다.”

그렇군요...

‘맛난 밥을 먹어준 나의 하나님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인교샘의 하루 정리글 아니어도

그런 마음들 속에 밥 먹은 우리들이었더랍니다.

 

푹푹 찌다 밤 9시 그예 소나기 내렸습니다.

기다려준 하늘입니다.

고맙습니다.

남은 날들도 그러하리라, 그리 되리라 믿어 볼랍니다,

곳곳에서 물난리라지만 잘 비껴가리라 하고.

지난 청소년 계자에서 인도영화 하나 봤습니다.

참가했던 동휘, 하루 갈무리글에서 ‘알 이즈 웰!’이라고 쓰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우리들의 공용어가 된 문장이지요.

네, 올 여름 계자 첫 일정, 괜찮을 겁니다, 다 잘 될 겝니다.

알 이즈 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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