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아이들 일어날 무렵 조금씩 긋고 있었습니다.

해건지기를 하러 모였지요.

어른들이 먼저 아침수행으로 기운을 닦아놓으면

아이들이 들어와 몸을 풀고 명상을 합니다.

아침을 이렇게 열 수 있다니,

삶의 순간들이 이런 기운으로 채워질 수 있기를.

 

아침 밥상에 앉을 무렵 비가 멎었습니다.

전깃줄에 마지막 빗방울들 걸려 빛나고 있고,

나무 아래를 지나다 가지 끝을 올려다보느라 멈추자

볕을 채근하던 다람쥐가 발 빠르게 쪼르르 나와 발 앞에 멈춥니다.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에선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흘렀고,

다음은 ‘손풀기’ 이틀째.

오늘은 좀 더 복잡한 선으로 명상에 듭니다.

그런데 마칠 무렵 한 무리가 소란했습니다.

“아고, 거기 안 되겠다. 자네가 좀 서야겄다.”

“왜요? 그리고 저만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저만 서요?”

려빈입니다.

같이 소란했는데 억울한 거지요.

맞아요, 억울할 겁니다.

죄라면 세 명 가운데 그의 자리가 가운데라는 거였지요.

“그리고, 일어서는 게 왜 안 떠드는데 도움이 되는지 저는 이해 못하겠어요.”

그러자 아이들이 그것을 설명합니다.

마흔의 아이들이 그예 그를 향해 쳐다보기에 이르렀지요.

어느새 일어설 지점을 놓쳐 버렸고,

감정을 수습할 상황도 놓쳐 버렸고...

흔한 방식으로 수습한 뒤 교무실에서 따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아이가 얼마나 자주 같은 상황에 놓였던가,

그리고 얼마나 교사 편의로 문제가 해결되어왔던가를 들었습니다.

뭐 아이들의 문제는, 아니 우리 사람의 일은

거개가 정말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느냐 아니냐이지요.

기분 좋게 교무실을 나가는 그를 봅니다.

이곳의 우리들의 일들은 바로 이런 과정을 밟을 것입니다.

아, 그런데 이 시간 이후 물가에 갈 적이던가요,

려빈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던 동무에게 그랬다지요.

“옥샘이랑 탱크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옥샘이랍니다.

“그럼, 옥샘이랑 핵폭탄 다섯 개랑 싸우면?”

그것도 옥샘이랍니다.

“그럼, 옥샘이랑 핵폭탄 열 개는?”

그것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나 어쨌다나요...

 

열린교실.

‘뚝딱뚝딱’에는 어제의 결과물을 보고 더 많은 아이들이 몰려갔지요.

평화에 기여하는 물건을 만들자 했지만

창도 칼도 탱크도 결국 평화를 지키고자 함이라는 명분 아래

아이들이 의기양양 들고 나온 저것 좀 보셔요.

 

‘한땀두땀’: 가은 유현 예원 승산 윤섭 우현

커다란 남자 아이들이 아주 작은 휴대폰 고리를 만드는데,

여러 활동들이 꼭 성별로 나뉘는 여느 학교의 모습이 아니어도 참 좋았습니다.

 

‘단추랑’: 한별 규리

어제 만들었던 파티션 대신

‘팔찌와 목걸이 같은, 아이들이 직접 착용해볼 수 있는 작업’이었다 합니다.

낚싯줄보다 철사가 더 쉽고 모양잡기도 좋았다지요.

 

‘실이랑’: 현아 서연 민아 민서 민경 현비 려빈 류옥하다

여자 아이들이 많으면 전반적으로 꼼꼼해지더군요.

그런데 그 가는 실이 꼼꼼함을 업으니 얼마나 힘이 들어가는지...

저러다 엉덩이 물집 잡히겠다, 그러도록 실을 엮고들 있었더랍니다.

‘옷감물들이기’에서는 어제 색을 잘 못 내더니

오늘은 또 다르게 해본다고들 하데요.

만화방에서는 자기 이야기들을 담아 만화를 그려 창에 붙여 전시회를 열었고,

그물이랑에서는 그물을 깃는 어부들이 되었더라 합니다.

 

그리고 ‘다좋다’: 동영 준호 해찬 성원

밭으로 가 고구마줄기 따고 호박잎을 땄습니다.

한 끼 찬으로 내려지요.

뺀질대던 준호가 조금씩 일손을 보태고

동영 해찬 성원이 적극적으로 가시가 많은 곳으로 들어가 잎을 땄다 합니다.

동영이 좀 컸다고 애들 모으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

좋은 도움꾼 되었다고도 하지요.

해찬이는 또 투덜거리는 준호를 달래주고,

성원인 하라고 계속 채근해주니 아주 열심히 하더랍니다.

호박잎 줄기가 적잖이 따가웠을 것을 아이들 대견도 하였답니다.

 

점심 뒤 ‘우리가락’.

춘향가 전 판을 토막토막의 판소리로 듣고

신아외기소리를 불렀습니다.

아는 아이 두엇을 믿고 짧은 시간 안에 배우자 한 것인데,

금새 익혀댄 우리 아이들.

다음은 풍물을 두들깁니다.

그런 신명이 없었습니다.

준샘은 사물, 정말 좋아할 만하구나, 그런 생각들더라지요.

‘꽹과리 진짜 너무 신나서 정말 땀 빼면서 열심히 했다. 6학년 때 분위기에 휩쓸려서 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지금은 너무 아쉽다. 애들도, 샘들도 모두 흠뻑 빠져서 연주하는 게 그 상황이 행복했다.’(새끼일꾼 윤지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물꼬스러운’ 모습. 신명의 에너지로 함께 하는 것이 참 좋았다.’(아리샘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우리 가락 제가 더 신났던 듯하다. 특히 신아외기소리는 정말 좋다. 시끄럽다고,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는 아이들 옆에선 더 신나게 불러주고, 장구도, 북도, 징도, 소고도, 없지만 다리에 장단을 두드리며 지금 물꼬에서 제일! 신나게 노래 부르고 아이들도 모두 둘러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태형이는 진주쌤보며 집중한 입을 한 채 열심히 치는 모습, 또 다른 아이들도 정말 웃으면서 치는 모습에 정말!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휘령샘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밥바라지 인교샘이 소리에 끌려 건너와 감동, 감동이더라지요.

고래방을 나오던 아이들이 돌아보며 물었습니다.

“옥샘은 정체가 뭐예요?”

일종의 찬사이지요.

근데 재주 많은 선생이야 얼마나 많던가요,

결국 우리가 그것을 어떤 관계에서 푸느냐가 관건 아닐지요.

이곳에서 아무렴 연극인보다 연극을 더 잘하겠으나

소리꾼보다 소리를 잘하겠으며, 미술인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리겠는지요.

아이들과 어떻게 관계 맺으며 그것을 풀어내는가,

그게 예술교육의 핵심이겠습니다.

 

‘매미랑 버들치랑’시간.

계곡에 갔습니다.

그런데, 여자 샘들이 아이들이 주고 받는 야동 이야기에 경악(?)했습니다.

시대가 그러한가요.

혹여 남자 아이들이 많아 그런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때로 집단의 크기는 중요하지요.

멀쩡하던 개인도 집단에 들면 그만 균형을 잃어버리니...

계곡으로 가는 길에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철우가 좀 더 빨라진 속도로 걸어갔습니다.

마지막 날 산오름에 대한 희망이 보입니다.

한편,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계곡을 즐기지 않는 게 아닙니다.

바위에 앉아 발만 넣고 수다를 떨기도 하고

물수제비를 뜨기도 하였습니다.

물수제비 맞는 돌 고르기, 던지는 기술, 자세 등

작은 것들을 배워가는 아이들 모습이 참말 느꺼웠지요.

‘물놀이 들어가지 않은 애들과 놀면서 소소하고 잔잔한 재미가 있어 좋았다.’(아리샘의 같은 글에서)

 

저녁을 먹고 아이들은 어스름이 내리는 마당을 즐겼습니다.

그런데 이런! 승완이가 그만 해먹에서 떨어졌네요.

놀랬을 겝니다.

툭 털고 일어는 났는데, 좀 슬렸지요.

승록이는 기분이 좋았다와 집에 가고싶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집 가고 싶다가 깔려있는 상태에서 신났을 때는 잊고 있다가

뭐가 맘 틀어지는 일이 생기면 바로 떠오르는 집 가고 싶다이지요.

어쩌면 계속 관심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고

여러 샘들이 마음을 써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공도 차고 산책도 하지만

안에서 서로 모여앉아 끼리끼리 보내기도 합니다.

‘오늘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요즘 아이들은 조기교육이 훌륭하다라는 교휸입니다. 은섭이가 저보고 영단어게임을 하자고 해서, 저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지요. 하지만 큰코 다쳤습니다. 꽤나 어려운 단어가 막 나와서 당황을 좀 했습니다. 도중에 여빈이까지 와서 해서 더 힘들었습니다. 여빈이는 더 어려운 단어들을 말해서 결국 졌습니다.’(새끼일꾼 동휘의 하루갈무리글에서)

‘머리가 너무 아파서 누워있는데 와서 선생님 이거(곰인형) 안고 있으면 안 아파했다. 나는 아이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랐다.’(유진샘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태형이 이 하나가 빠졌습니다.

현관 앞에서 서현샘 준샘 휘령샘이 같이 지붕에 던지며 까치가 새 이 물어주길 바랐더라지요.

그런데 노래는 이랬다나요.

“두껍아, 두껍아 헌 니 줄게 새 이 다오.”

궁하면 통하는 게지요.

 

한 아이가 경계성급 장애를 지닌 듯하나

부모로부터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경우 돌려보낼 수 있다 엄포를 놓아도 안내대로 하지 않는 분들이 계십니다.

아이들을 돌볼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없는 거다, 라고 말씀드려도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거나 혹 선입견이 될까봐 말없이 보내는 거지요.

한 아이가 아주 산만합니다.

그런데 또 다른 아이는 산만한 그 아이보다 더 심각합니다.

역시 부모의 설명은 없었습니다.

앞의 아이가 다소 자폐적인 성향을 보인다면

뒤의 아이는 과잉행동과 정서불안을 지니고 있고

6학년인 그는 1,2학년 남자 아이들과 노는 걸 더 편해합니다.

장애통합, 완전통합, 그럴 수 있는 공간이어 고맙습니다.

헌데, 미리 정보를 주면 참말 좋겄습니다.

우린 아이들을 더 잘 만나고 싶거든요.

 

두 살 세현이를 모두가 돌보며 계자를 합니다.

밥바라지 대장 선정샘의 아이입니다.

지난 여름 갓난쟁이 그 아이를 보는 재미로 모두 얼마나 즐거웠던지요.

이번에도 여진을 비롯해 참 많은 아이들이 함께 그를 돌봅니다,

마치 집안의 동생 같이.

허리가 좋지 못한 광희샘을 아주 꼼짝 못하게 달라붙는 세현이지만

하지만 그만 어찌 보겠는지요,

사이 사이 그렇게 아이들이 함께 하고 있었지요.

 

한데모임.

아이들 겨우 둘이 많고, 어른들 겨우 다섯 쯤 많으나,

그런데도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드나들 때나 욕실을 쓸 때도 줄이 자꾸 길게 늘여질 밖에요.

알림과 의논에서도 그만큼 또 할 말들이 많습니다.

잘 말하고 잘 듣기, 그리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방법 찾기,

그런 자리이지요.

잃어버린 물건도 찾고 마음 안에서 오가는 감정도 꺼내고 종일의 움직임 평가도 하고...

‘열띤 저녁 한데모임서 청소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경험한 계자 중에 제일 더럽다. 창틀, 복도, 모둠방, 빨래...

무열샘 인영이 .... 등등 그동안 마음 썼던 사람들이 생각났다.’(서현샘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시작하기 전의 무수한 노래들도 빼놓을 수 없는 흥겨움입니다.

 

춤명상.

잘 추자고 하는 게 아니지요, 명상하자는 겁니다.

아이들이 나무춤을 진지하게 추는데,

스스로 나무가 된 듯하다던가요.

아예 큰 원 하나로 추었더랍니다.

‘정말 재미있었고, 아이들이 잘 참여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유진샘)

 

대동놀이.

오늘은 모두 춤바람이 들었습니다.

어제 열린교실의 한 강좌였던 ‘춤바람’을 고래방에서 펼쳐보이자

모두 다 같이 배웠으면 했고,

아예 대동놀이 삼아 오늘 밤 추기로 결정했더랬지요.

모두 동네유치원 꼬마 아이들처럼 율동으로 아주 아주 즐거웠습니다.

‘춤바람을 할 때는 옥샘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이런 것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곳이 이곳 물꼬이다.’(유진샘)

고래방을 나오며 동화가 그랬지요.

“옥샘이 젤 열정적이에요. 그게 옥샘의 매력이죠.”

동화 때문에 자주 웃습니다.

특수학급 아이들 바라지를 하는 아리샘한테

마더테레사라 불러준 것도 그였답니다.

 

묵은지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겨울 계자까지 쓸 것들을 지난 봄학기에 거덜냈지요.

봄학기 이곳에 식구들이 많았습니다.

사람 입이 무섭지요.

이번 계자까지는 어찌어찌 되겠는데 남은 두 계자를 어쩌냐고

부엌샘들이 마음 써 주시기,

묵은지 수배에 들어갔답니다.

김치찌개도 하고 보글보글방에서도 쓰고

만두도 하고 산오름 때 김치김밥도 싸야는데...

다행이 한 분 댁에서 한 통을 주시기로 합니다.

그런데, 다음 계자는 됐는데, 그 다음 계자는,

그리고 겨울 계자는 또 어쩐다지요?

 

서현샘 표현 아니어도 이렇게 또, 계자의 반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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