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밤,
학교 뒤편 휘돌아 개울의 작은 다리를 건널 쯤,
우리는 또 쉬쉬댔더랍니다.
어제부터 개똥벌레들이 내는 반딧불을
숨직이며 쳐다보느라.
곳곳에서 우리를 환희로 몰아넣는 자연의 선물은
밤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은 다섯 마리나 만났습니다.
성학이가 그들이 내는 빛이 어떤 의미인지를 가르쳐줍니다.
이렇게 형아가 들려준 이야기는
샘들이 가르쳐주는 것들보다 더 오래 아이들 기억에 남겠지요.
이네들은 가끔 학교 마당의 돌탑 부근에서 우리를 놀래키기도 하고
강당 앞을 오락가락해서 장순이랑 까미가 짖게 만들기도 한답니다.
이네들의 삶터를 혹 해칠세라
우리는 그들이 주로 사는 듯 뵈는
학교 뒤 도랑가는 들어가지 않기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