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두 번째 일정입니다; 146 계절자유학교.

‘전날 청소해서, 평소에 잘 놀리지 않는 몸을 많이 놀려서 아침이 평소보다 조금 더 괴로웠지만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굉장히 기대되고 설레었다.’(새끼일꾼 경철형님의 하루갈무리글에서)

 

태풍이 지나는 중입니다.

늘처럼 고마운 하늘,

참아주더니 아이들이 들어오기 무섭게 빗방울 뿌렸지요.

아이 마흔하나에 어른 열아홉(새끼일꾼 일곱 포함)이 함께 합니다.

‘시끌벅적하게 바뀌면서 덩달아서 나까지 활기차지고 신나졌다’

아이들이 들어온 뒤 어디 새끼일꾼 창우형님만 그랬을까요.

‘아이들이 조용한 편이어서 마치 앞 계자보다 아이들 수가 월등히 적게 느껴진다’는

중평입니다.

절대적으로 남아들이 많았던 것에 견주어

이번엔 여아 수가 좀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고도 하고,

고학년 여자 아이들이 만든 차분한 분위기 덕이 아닐까라고도 합니다.

허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

두고 봐야겠지요.

 

영동역.

“나, 선생님 알아요.”

3학년 정원이가 유진샘 보자마자 인사하며 그러더라지요.

“어? 어! 고맙다. 너의 머리는 점점 길어지는구나.”

정원이 이 녀석 들어와서는 제게 그러던 걸요.

“똑같애, 똑같애, 그럴 줄 알았어. 옥샘은 하나도 안 변했어.”

내참, 저를 몇 십 년 만에 보나 봅디다려.

“해온아, 너 나랑 같은 모둠이야.”

“우와, 진짜요?”

“응, 4모둠은 다 얼굴로 뽑은 거야.”

“응? 그럼 전 나가야겠네요.”

7학년 해온과 유정샘의 대화였습니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 하나 가슴 벅차게 만났습니다.

95년이던가요, 계자 보건교사였던 이정민샘,

결혼했고 아이가 태어났고 그 태희 자라 이곳을 오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 맞이할 샘들만 내려놓고 들어올 길을

좇아가 굳이 얼굴 보고 광장을 나왔더랬지요.

몇 해 전부터 예전 품앗이일꾼들의 아이들을 이곳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그들 아비 어미가 젊은 날 손발 보탰던 이곳에

이제 그들의 아이들이 오고 있지요.

길고 긴 이 연들에 마음 먹먹하였더랍니다.

 

왔던 이들은 그들대로의 설렘으로

또 처음 보는 이들은 그들대로의 기대로 모여들어 버스에 올랐습니다.

아이들을 맞으러 영동역에 다녀온 희중샘,

이제는 물꼬의 큰 축으로서의 역할을 단단히 하며

샘들을 밀기도 하고 다독이기도 합니다.

“어느 아이는 이름표가 두 개 만들어졌고

심지어 이름표나 글집이 없는 아이도 있었는데...”

아이들과 하는 일, 더 세밀하게 챙기고 또 챙겨야지 않겠느냐,

일을 맡았으면 책임을 다하고 마무리를 잘하라 짚었습니다.

한편 들어오는 아이들을 맞는 샘들도

아이들 가방바퀴 닦아주는 일이며 적절한 일의 분배가 역시 또 되지 않았다는

반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때보다 익은 샘들이 적어 빈틈들이 더러 있긴 하였으나

아이들 맞고 가방 같이 들고, 통로를 어떻게 들어가고 신발은 어떻게 하며

모두방에 어떻게 모이고 샘들의 위치는 어디로 하며...

이런 일에 대한 ‘과제분석’이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이 생각날 만치

샘들의 그 작은 것들이 쌓여

아이들이 얼마나 풍요롭게 누렸는가 하는 계자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것일 터.

하기야,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이야 함빡 달려와 재잘거렸지요.

저것들의 저 웃음과 설렘을 더 잘 지켜주어야지 한다지요.

 

안내모임 뒤 점심을 먹고 마당으로 쏟아져 나오거나 본관 구석구석에서

한껏 거닐고 수다 떨고 공차다

방으로 모여 큰모임을 합니다.

서로 소개하고 글집의 앞면을 그림 혹은 글로 채우며

우리들의 지금을 확인하는 시간.

“자/유/학/교/물/꼬”

7학년들 여섯이 모여 앉아서는 글집 하나에 글자 하나씩을 담아

이어 한 작품으로 내놓았지요.

그때부터 그들은 “거기, 6!”이라 불리고

그 곁으로 덧붙어 앉은 7학년과 고학년을 ‘6, 789!’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계자가 될 것만 같은 예감.

“저는 발표할 때 너무 부끄러워요...”

마칠 적, 우리 씩씩한 정원이가 곁에 와서 슬쩍 그리 말을 흘리고 갑니다.

시간이 흐르고 이렇게 맘이 가까워지고 그리고 다시 만나고,

그 시간들 참 좋습니다.

 

‘산길 들길 마을길’.

휘 둘러보고 마을 고샅길 걷는 이 한산한 느낌이 여유 있어 좋았다,

어른들은 그리들 말했습니다.

날은 가라앉아 있었고, 그래서 걷기도 딱 좋았지요.

그러다 계곡에 들어갈 즈음, 기다렸던 듯 해 반짝 났습니다.

우리들이 물꼬의 기적, 하늘의 고마움이라 부르는 현상 말이지요.

뛰어들어 풍덩거렸다마다요.

‘동네한바퀴 가서 모두 계곡 가서 논 후에는 마치 원래 알고 있었던 사이처럼 지내게 되어서 물꼬 사람들은 모두가 친화력이 뛰어나고, 오기만 하면 금방 사이가 좋아진다 생각하였습니다.’(새끼일꾼 경철형님)

“계곡에서 운동화 버리고 슬리퍼 신고 나가려니 질척질척한 게 뒷간 가기도 귀찮고...”

승훈샘이 그랬더랬는데, 애들도 그랬을 테지요.

그런 순간들을 밀어내는 힘 역시 여기서 우리가 함께 길러보려는 거랍니다.

저녁을 먹고 ‘한데모임’.

노래 부르는 것이 즐거웠다, 그건 새끼일꾼 선영형님만의 느낌이 아니었지요.

늘 하는 말입니다만 그것들의 입을 모아 부르는 노래를 들을라치면

정토를 천국을 거기서 만난다지요.

학교 교사들이 예 와서 한결 같이하는 이야기도 그러합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노래 부르는 걸 즐기는 줄 몰랐다는.

그들이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잘 부르는지,

노래가 얼마나 우리를 치유해낼 수 있는지

이 시간을 이곳에서 유영해보면 금새 아다마다요.

 

고래방으로 건너가 ‘춤명상’.

명상이 무엇일까, 왜 할까, 거기서 춤명상의 의미는?

우리들을 안내할 음악과 소품에 대해 풀어주고 춤을 추었습니다.

대지에 굳건히 뿌리내린 나무 한 그루로 바람에 볕에 우리 몸을 맡기고

천천히 몸을 움직였습니다.

중간에 불을 다 끄니 칠흙의 밤 속에 촛불만이 우리를 안내했지요.

저녁마다 하면 좋겠다고 하고,

샘들은 이번 계자 아이들과도 잘 맞다나요.

“할 것이 많은 물꼬이지만 하루의 시작과 끝을 명상으로 이렇게 진행하는 것 참 좋아요.”

오랜만에 물꼬를 온 아리샘이 그랬네요.

‘춤명상은 생각 외로 차분했고 신기했다.’(새끼일꾼 나라형님의 하루갈무리글에서)

 

‘대동놀이’.

몸을 푸는 뜀박질 한판 뒤

왔던 아이들이 그간 해왔던 놀이를 끌어줍니다.

지겨울 만도 하건만 즐겁습니다.

놀이는 그런 것이기도 하지요.

어린 날 늘 하는 놀이도 우리들은 신이 났더랬습니다.

언제부터 우리 삶이 ‘좀 더’라는 말을 기치로 내걸었던 걸까요.

어찌 되었든, 아이들은 놀아야 합니다.

그래서 행복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생이 그리 유쾌할 거란 경험을 지녀야합니다.

그 힘이 우리 아이들의 때로 고단한 삶을 밀고 가줄 것입니다.

 

“‘풍물 한 판 놀이에도 달고 맺고 풀고...’가 있는 것처럼

물꼬의 일정에도 이런 기승전결이 있는 듯합니다.”

지난 계자를 다 보내고 아리샘이 그랬지요.

“우리의 몸도 거기에 맞춰 조절하는 게 필요하고

아이들도 이 흐름을 잘 받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번의 한 아이처럼 이번에는 동건이가 좀 겉돕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그래도 대동놀이에는 힘껏 달리던 걸요.

그렇게 자기가 어울릴 수 있는 것은 또 그렇게 찾아갈 거고

그것은 조금씩 넓혀져 갈 것입니다.

다상이도 시간이 걸리겠습니다.

어린 녀석이 뒷간 사용이 서툴러 그만 옷을 버리자

세아샘이 데려가 씻겨줍니다.

장 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된 친구 곁엔 물휴지를 쥐고 섰고,

시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는 눈이 되고,

밤에 뒷간을 자주 간다는 한 녀석에게는 초롱이 되어줄 것이고...

샘들은 그렇게 아이들을 돌볼 것입니다.

 

아이들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준 뒤 잠에 든 아이들 곁을 나온 샘들은

가마솥방에 모여 ‘교사하루재기’를 합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무지 고마웠어요.

힘들기도 하고 미안한 것도 많지만,

실수한 것을 받아주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로 배울 것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처음 새끼일꾼으로 온 주원형님입니다.

그렇게 서로 배우는 시간일 테지요.

“나이가 어린 사람부터 많은 사람까지 모두 터울 없이 어울릴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함께 달리기계주를 하고, 밥을 먹고, 물놀이를 하고 명상을 하는 것이 참 새롭고 좋았어요.”

다정샘입니다.

그는 하루갈무리글에서 이리 쓰고 있었지요.

‘무슨 일이 있어도 잘 이겨낼 수 있게 마음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말씀이 지금의 나약한 나를 돌아보게 했고, 아이들과 정말 힘껏 함께 하는 선생님들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가 몰랐던 것들을 이만큼 보고 겪게 되었을 때, 어느 것이 더 자격과 자질을 갖추었는가보다는 누구보다 더 즐겁고 힘껏 움직일 원동력을 갖는 일이 참 중요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밥바라지 지은샘도 오늘은 함께 했습니다.

“밥 양이 부족하면 어쩌지 밥이 질거나 설면 어쩌지, 늘 인상에 젖어 반복해서 했던 일을 오랜만에 꽤 긴장하며 전투태세를 갖추었던 하루였어요.”

재호 재창이가 멀리서 문자를 보내왔단 소식도 전하셨습니다.

“엄마, 물꼬 짱이지?”

“물꼬를 많이 느끼고 와~”

 

하루 일정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에 이르러

창대비 내렸습니다.

그 기세로 새벽 4시가 다 된 지금도 밤새 내리고 있습니다, 바람과 함께.

태풍 지난다하였지요.

‘내일 그물이랑을 하는데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물꼬의 모든 일은 기적이기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겠다.’

새끼일꾼 경이형님은 하루갈무리글에서 이리 썼더랬습니다.

 

잘 지내겠습니다.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또 소식 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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