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계자의 글과 사진과 전화를 기다리시는 주였을 겁니다.
오늘 교무실에 한통의 음성이 남겨져있었습니다.
“그냥 생각나서 해봤어요.
제가 물꼬 전화번호를 제대로 기억을 하고는 있나...”
자동응답기에 음성을 남기는 건 어느 누구라도 멋쩍기 마련인데,
글이나 말에 군더더기 하나 없는 분이
굳이 그런 말씀을 남긴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음성을 다시 들으며 그 말을 저는 ‘사랑합니다’로 들었습니다.
사랑하면 걸리는 게 많지요.
사랑하는 이들에겐 불편하지 않나 살피고 또 살피고 싶지요.
글이 너무 늦어 아프진 않나,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되어요,
당신은 그 말을 하고팠던 겁니다.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더 부지런해야겠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리 격려하고 북돋우는 말씀이셨지요.
산골살이라는 게 여기 가면 여기 일에 묶여 한참을 있고,
저기 가는 길에 뭐가 보이면 또 거기 보이는 일을 한참을 하고,
그렇게 마당 몇 차례 가로지르면 하루해가 저버립니다,
늦게 시작하는 아침도 아닌데.
고래방 바닥이 꿀렁거려 대동놀이 때마다 신경을 쓰게 하더니
급기야 마지막 계자에선 금지구역표시를 하기에 이르렀더랬는데,
더 늦어 일이 커지기전에 당장 바닥공사부터 했습니다.
또, 여름 두 번째 일정에 시작된 물문제가 그나마 세 번째 일정에서 수습은 되었으나
그 마무리 공사가 시원찮다가 그것 역시 이번 주에 마무리하였습니다.
역대로 가장 정리를 잘하고 떠난 마지막 일정이었으나 그래도 남겨진 일들은 만만찮아
빨래며 갈무리가 이어져 아직도 진행형이며,
한편 배추밭 무밭이 갈린 것도 이 주였지요.
그런 속에 계자 끝나기를 기다렸던 방문객들이 오가고...
때마다 밥도 해먹어야지요, 하하.
이제 한숨 돌립니다.
주말에 글과 사진 올릴 수 있겠습니다.
다음 주면 통화도 가능하겠지요.
늦어 죄송하단 인사가 길었습니다.
젖은 하늘입니다.
마음은 뽀송뽀송하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