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22.달날. 맑음

조회 수 1051 추천 수 0 2011.09.08 10:24:08

 

목수 안명헌샘 방문하셨습니다.

류옥하다와 붓글 동문수학하시는 분으로

2년 전 고래방 바닥을 손보신 적 있으시지요.

어제 전화 넣었고 오늘 오셨습니다.

이러저러 다른 일에 밀리기 전

그것부터 단도리를 해야지 했지요.

낼은 일이 있으시고,

모레 미리 장비 실어놓고 이른 아침부터 오겠다 약조하고 가셨습니다.

이젠 거의 일에서 손 놓고 서예로 소일하며 보내시는데,

또 이리 맘 내주셨더랍니다.

 

소사아저씨는 쪽파밭 호박밭 고구마밭들을 살피십니다.

손바닥만한 밭뙈기들이라 하나

계자로 밀린 농사일이 이만저만 쌓인 게 아니지요.

오전엔 달골 창고동 청소를 합니다.

경원샘이 올라와 함께 움직여주었습니다.

습을 제거하느라 계단 아래와 부엌 욕실 쪽 바닥에 깔린 신문지부터 걷고

여름을 견딘 자국들, 사람이 빈 흔적들을 치웁니다.

욕실은 고개를 숙이면 자잘한 곰팡이 자국들이 기다린 듯 얼굴 내밀었지요.

시간의 궤도들입니다.

오후에는 냉장고 정리 이틀째 들어갔습니다.

부려놓으면 어찌 그리 너절한지요.

어떻게 저 많은 것들이 저 속에 들어있었던가 싶습니다.

성에를 없애고 얼음을 깨고 구석구석을 닦아냅니다.

홀어머니랑 오래 살았던 경원샘은

집안일이 참 익숙하기도 합니다.

그가 닦는 일을 하고 나면

거기 음식물들 다시 분류하고 정리하기를 반복하니

어느새 해질녘 되었지요.

오랜만에 이웃의 봉길샘도 건너와 저녁을 드셨답니다.

 

밀쳐두었던 계자 기록을 이제 슬슬 하자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자정에 가까울 무렵 아이 캑캑거리는 소리 건너옵니다.

좇아가 보지요.

아이는 변기 앞으로 가더니 토했습니다.

어제 서울서 돌아온 류옥하다 선수,

흙날 종일 친구들과 뙤약볕을 돌고는

밤에 발열과 오한을 반복하며 아비를 걱정시켰다는데,

와서도 맥없으면서도 아프진 않다더니,

이 밤 저러고 있습니다.

가벼운 피로이겠거니 하는데,

지켜봐야겄지요...

 

적지 않은 이들이 이곳에 머물다 갑니다.

하룻밤이기도 하고 여러 달이기도 하지요.

그 가운데 불편하게 이곳을 떠난 한 분이 계셨더랬습니다.

오늘 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당신들을 욕하고 갔는데 내가 문제더라, 미안하다는,

당신들 탓이 아니라 내 탓이었다는.

우리는 어떤 문제를 피해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가 변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문제를 다시 맞닥뜨리지요.

공간과 시간이 문제가 아닙니다, ‘나’인 거지요.

마음에 든 생각을 그리 전해주어 고마웠습니다.

언제든 오십사 합니다.

아무쪼록 평화로우시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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