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25.나무날. 갬

조회 수 1031 추천 수 0 2011.09.08 10:26:53

 

고래방 공사 뒷정리를 합니다.

먼지 수북하고 나무 조각들 예제 흩어져 있지요.

현관 앞엔 썩어 내려앉았던 나무들이 꺼내져 있습니다.

치워냅니다.

소사아저씨는 뒷간 해우소 똥통도 철거하지요.

겨울 계자까지 문이 닫힐 뒷간입니다.

빨래방 수건들도 이제야 정리하여 들입니다.

 

어려운, 평범하지 않은 연애를 하는 후배가 있었습니다.

긴 세월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한 그입니다.

몇 해를 속 끓이더니 그예 헤어졌다는 소식입니다.

사람 좋은 걸 어쩌나,

해서 곁에서 뭐라고도 못한 연애였습니다.

하여 헤어졌다 하니 잘 했다 싶지만,

사람 보내는 일이 누군들 쉬울라나요.

옷자락을 붙들고 가지 말라고 해서, 그게 설사 내 마음이라고 해도,

가지 않는 일이 없고

만날 것들이 만나지 않는 법 또한 없는 줄 압니다.

만날 사람들이라면 보게 될 테지요.

못 만날 사람이 맞다면 끝끝내 헤어지는 겁니다.

사람을 끝없이 헤집는 그런 관계라면 끝내야지 말하고 싶었으나

헤어지라 할 게 아니라 새로운 연을 만나는 것도 대안이지 않을까 하여

최근 좋은 사람 하나 소개하기도 했지요.

잘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관계가 건강한 세상에 일조하다마다요.

 

저녁, 대구 학회 다녀오던 고준샘을 봅니다.

대해리까지 들어왔다 가는 것 번거롭기도 하겠고

마침 황간에 일도 있던 참이라 나가서 만났지요.

9월 1일자로 장성의 한 고교로 발령이 났습니다.

광주에서 30여 분.

물꼬가 외가인 인연들을 그가 밥 한번 사주러 가기로 했다지요.

마음씀이 고맙습니다.

 

아리샘과 기린샘이 오늘 연락 닿았다 합니다.

특수학급의 그림 재주가 뛰어난 한 아이 그 재주 아까워

만화가인 기린샘이 좀 도와주면 어떨까 싶었고,

기린샘한테 연락 좀 해보라 말 넣었던 참입니다.

물꼬를 통해 좋은 연들이 그리 넓혀져 가는 일도 커다란 기쁨입니다.

여름, 물꼬에서 오랜만에 보름을 머물다 가며

아리샘은 마음이 든든했더랍니다, 늘 그렇기도 했지만.

물꼬 역시 그가 있어 든든함을 그는 아실란가...

 

류옥하다 선수는 간밤 지독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야삼경 어미를 불러대는 소리에 건너갔더니

아이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지요.

온 몸을 문지르고 감싸주고 이불 칭칭 동이듯 하였습니다.

그런데, 두어 시간 뒤엔 이제 불같이 뜨거웠지요.

엊그제 서울서 지낸 밤도 이 같았다 했습니다.

“그때 아빠는 어찌 해주셨어?”

“그냥 안아줬지.”

“무식한 아빠 같으니라고...”

그렇게 아비 흉을 보며 가라앉는 아이 의식을 깨우기도 하였지요.

찬 수건으로 계속 몸을 닦아 내리고 머리에 얼음팩을 싸서 올려도 줍니다,

미지근한 물을 먹이며.

“엄마 없는 애들은 정말 안됐다.”

아이는 그 와중에도 어미가 있어 고맙다 하데요.

더는 이리 있을 일이 아니구나,

오늘 허리 침을 맞으러 나가는 길에 아이로 데려갔습니다.

더위 먹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진단,

그리고 심한 피로누적, 깊어진 감기,

짐작대로입니다.

약재를 들여옵니다.

나아질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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