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사랑하시라...
실잠자리 때늦은 여름을 납니다.
반딧불이 늦은 여름밤을 날지요.
그런데 그 움직임들이 아스라한 것이
아마도 계절이 넘어가려하나 봅디다려.
무씨를 뿌립니다.
예년보다 서두른다고 서둘렀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다른 집보다는 늦습니다.
계자에 맞춰 농사일도 돌아가니 늘 그러하네요.
고춧잎엔 나방이 많습니다.
유인등을 설치한다거나 그런 규모까진 아니어
손으로 스윽스윽 저어보지요.
어쩌면 좋을까 궁리해봅니다.
마을에서 복숭아를 삽니다.
마지막 때이겠습니다.
최상품으로 들입니다.
밥바라지 했던 여름 인연들에 보내려지요,
고마움을 무엇으로 다 전할까만...
품목이 복숭아가 된 건
순전히 선정샘네 우리 성빈이 때문에 한 생각이기도 했더랬답니다.
그 아이 그토록 좋아한다는 과일을
지난해도 챙겨 보내지 못하고 때가 지나가버렸더랍니다.
하여 올해는 미리 말을 넣어두어
그나마 이 상자들을 건질 수 있었네요.
기차 타고 어딜 가는 길에 가볍게 손에 쥔 책 한켠에서 물꼬가 겹쳐졌다며
논두렁 한 분이 글 한 편 보내주셨습니다.
감사만이 꽃길이라고, 누구도 다치지 않고 걸어가는 향기나는 길이라고,
감사만이 보석이라고,
슬프고 힘들 때도 감사할 수 있으면 삶은 어느 순간 보석으로 빛난다고,
감사만이 기도라고,
기도 한 줄 외지 못해도 고맙다 고맙다 되풀이하다보면
어느 날 삶 자체가 기도의 강으로 흘러 가만히 눈물 흘리는 자신을 보며 감동하게 된다고...
그래요, 감사만이 꽃길입니다.
고맙습니다.
선정샘이 남긴 음성에 화들짝 놀라
이러저러 밀리던 계자 기록들을 좀 서두르자 하게 되었지요.
홈페이지에 사정 이야기부터 올렸더랍니다.
< 주말에야 글과 사진 올라갑니다 >
여름 계자의 글과 사진과 전화를 기다리시는 주였을 겁니다.
오늘 교무실에 한통의 음성이 남겨져있었습니다.
“그냥 생각나서 해봤어요.
제가 물꼬 전화번호를 제대로 기억을 하고는 있나...”
자동응답기에 음성을 남기는 건 어느 누구라도 멋쩍기 마련인데,
글이나 말에 군더더기 하나 없는 분이
굳이 그런 말씀을 남긴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음성을 다시 들으며 그 말을 저는 ‘사랑합니다’로 들었습니다.
사랑하면 걸리는 게 많지요.
사랑하는 이들에겐 불편하지 않나 살피고 또 살피고 싶지요.
글이 너무 늦어 아프진 않나,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되어요,
당신은 그 말을 하고팠던 겁니다.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더 부지런해야겠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리 격려하고 북돋우는 말씀이셨지요.
산골살이라는 게 여기 가면 여기 일에 묶여 한참을 있고,
저기 가는 길에 뭐가 보이면 또 거기 보이는 일을 한참을 하고,
그렇게 마당 몇 차례 가로지르면 하루해가 저버립니다,
늦게 시작하는 아침도 아닌데.
고래방 바닥이 꿀렁거려 대동놀이 때마다 신경을 쓰게 하더니
급기야 마지막 계자에선 금지구역표시를 하기에 이르렀더랬는데,
더 늦어 일이 커지기전에 당장 바닥공사부터 했습니다.
또, 여름 두 번째 일정에 시작된 물문제가 그나마 세 번째 일정에서 수습은 되었으나
그 마무리 공사가 시원찮다가 그것 역시 이번 주에 마무리하였습니다.
역대로 가장 정리를 잘하고 떠난 마지막 일정이었으나 그래도 남겨진 일들은 만만찮아
빨래며 갈무리가 이어져 아직도 진행형이며,
한편 배추밭 무밭이 갈린 것도 이 주였지요.
그런 속에 계자 끝나기를 기다렸던 방문객들이 오가고...
때마다 밥도 해먹어야지요, 하하.
이제 한숨 돌립니다.
주말에 글과 사진 올릴 수 있겠습니다.
다음 주면 통화도 가능하겠지요.
늦어 죄송하단 인사가 길었습니다.
젖은 하늘입니다.
마음은 뽀송뽀송 하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