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26.쇠날. 빗방울 좀

조회 수 1064 추천 수 0 2011.09.08 10:27:57

 

사랑할 때 사랑하시라...

 

실잠자리 때늦은 여름을 납니다.

반딧불이 늦은 여름밤을 날지요.

그런데 그 움직임들이 아스라한 것이

아마도 계절이 넘어가려하나 봅디다려.

 

무씨를 뿌립니다.

예년보다 서두른다고 서둘렀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다른 집보다는 늦습니다.

계자에 맞춰 농사일도 돌아가니 늘 그러하네요.

고춧잎엔 나방이 많습니다.

유인등을 설치한다거나 그런 규모까진 아니어

손으로 스윽스윽 저어보지요.

어쩌면 좋을까 궁리해봅니다.

 

마을에서 복숭아를 삽니다.

마지막 때이겠습니다.

최상품으로 들입니다.

밥바라지 했던 여름 인연들에 보내려지요,

고마움을 무엇으로 다 전할까만...

품목이 복숭아가 된 건

순전히 선정샘네 우리 성빈이 때문에 한 생각이기도 했더랬답니다.

그 아이 그토록 좋아한다는 과일을

지난해도 챙겨 보내지 못하고 때가 지나가버렸더랍니다.

하여 올해는 미리 말을 넣어두어

그나마 이 상자들을 건질 수 있었네요.

 

기차 타고 어딜 가는 길에 가볍게 손에 쥔 책 한켠에서 물꼬가 겹쳐졌다며

논두렁 한 분이 글 한 편 보내주셨습니다.

감사만이 꽃길이라고, 누구도 다치지 않고 걸어가는 향기나는 길이라고,

감사만이 보석이라고,

슬프고 힘들 때도 감사할 수 있으면 삶은 어느 순간 보석으로 빛난다고,

감사만이 기도라고,

기도 한 줄 외지 못해도 고맙다 고맙다 되풀이하다보면

어느 날 삶 자체가 기도의 강으로 흘러 가만히 눈물 흘리는 자신을 보며 감동하게 된다고...

그래요, 감사만이 꽃길입니다.

고맙습니다.

 

선정샘이 남긴 음성에 화들짝 놀라

이러저러 밀리던 계자 기록들을 좀 서두르자 하게 되었지요.

홈페이지에 사정 이야기부터 올렸더랍니다.

 

 

< 주말에야 글과 사진 올라갑니다 >

 

여름 계자의 글과 사진과 전화를 기다리시는 주였을 겁니다.

 

오늘 교무실에 한통의 음성이 남겨져있었습니다.

“그냥 생각나서 해봤어요.

제가 물꼬 전화번호를 제대로 기억을 하고는 있나...”

자동응답기에 음성을 남기는 건 어느 누구라도 멋쩍기 마련인데,

글이나 말에 군더더기 하나 없는 분이

굳이 그런 말씀을 남긴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음성을 다시 들으며 그 말을 저는 ‘사랑합니다’로 들었습니다.

사랑하면 걸리는 게 많지요.

사랑하는 이들에겐 불편하지 않나 살피고 또 살피고 싶지요.

글이 너무 늦어 아프진 않나,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되어요,

당신은 그 말을 하고팠던 겁니다.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더 부지런해야겠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리 격려하고 북돋우는 말씀이셨지요.

 

산골살이라는 게 여기 가면 여기 일에 묶여 한참을 있고,

저기 가는 길에 뭐가 보이면 또 거기 보이는 일을 한참을 하고,

그렇게 마당 몇 차례 가로지르면 하루해가 저버립니다,

늦게 시작하는 아침도 아닌데.

고래방 바닥이 꿀렁거려 대동놀이 때마다 신경을 쓰게 하더니

급기야 마지막 계자에선 금지구역표시를 하기에 이르렀더랬는데,

더 늦어 일이 커지기전에 당장 바닥공사부터 했습니다.

또, 여름 두 번째 일정에 시작된 물문제가 그나마 세 번째 일정에서 수습은 되었으나

그 마무리 공사가 시원찮다가 그것 역시 이번 주에 마무리하였습니다.

역대로 가장 정리를 잘하고 떠난 마지막 일정이었으나 그래도 남겨진 일들은 만만찮아

빨래며 갈무리가 이어져 아직도 진행형이며,

한편 배추밭 무밭이 갈린 것도 이 주였지요.

그런 속에 계자 끝나기를 기다렸던 방문객들이 오가고...

때마다 밥도 해먹어야지요, 하하.

 

이제 한숨 돌립니다.

주말에 글과 사진 올릴 수 있겠습니다.

다음 주면 통화도 가능하겠지요.

 

늦어 죄송하단 인사가 길었습니다.

젖은 하늘입니다.

마음은 뽀송뽀송 하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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