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입니다.
태풍 지난다던가요.
어디서 언제 기다려야 할 지 기약할 수조차 없는 것
애비에미도 없이 집도 절도 없이 광대무변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허공에 무덤을 파는,
영원히 펄럭거릴 것만 같은 무심한 도포자락
영겁을 탕진하고도 한 자도 쓰지 않은 길고긴 두루마리
몽땅 휩쓸고 지나가고도 흔적 없는
저 헛것 나는 늘 그의
첫 페이지부터 다시 읽어야 한다
; 김해자님의 ‘바람의 경전’ 가운데서
계자 정리 청소가 이적지 이어집니다.
비 많았고, 수도공사로 운동장 패기까지 했으니
부엌뒤란으로 들어오는 발에 흙은 또 얼마나 많았을지요.
부엌 곳간은 흙이 몇 겹으로 묻혀 아예 바깥 신발 신고 드나들고 있었더랬답니다.
오늘 자루걸레로도 몇 차례, 그리고 쭈그려 앉아 걸레질 수차례로
바깥이 아닌 공간으로 바꿔주었지요.
그리고 부엌바닥, 마지막일정에서 워낙 반들거리던 바닥이나
가장자리 저 깊은 아래는 여전히 먼지들이 쌓였을 테지요.
뒤로 넘어간 젓가락이며 물건들도 나와야할 때.
몇 차례 쓸고, 몇 차례 닦기를 반복합니다.
마지막으로 선반, 오늘에야 닦아내고 정리했네요.
밖에선 소사아저씨가 예취기를 돌립니다.
한가위 앞두고 하는 마지막 풀정리 쯤 되겠습니다.
이제는 기세 꺾일 테지요,
가을이 빨리 드는 이곳이니.
계자가 끝나고 나면 만나는 벗이 있습니다,
계자 아이의 학부모이기도 하고 논두렁이기도 한.
계자 끝난 주에 올까 하였다가
늘 며칠 더 머무는 이들로 붐빈다 짐작해
이 주로 날을 받아 연락하였네요.
들뜬 마음으로 맞이 준비 한창이었더랍니다.
늘 받는 것만 많은 그네에게 앉혀놓고 잘 멕여 보내야지,
곳간과 냉장고를 얼마나 열고 닿았던지요.
그런데, 출발했을 연락이 들어올 무렵,
오지 못한단 연락이 닿았습니다.
남편과 다투었더랍니다.
“애 먹여도 구관이 명관인 거 아시죠?”
“제가 사는 게 이래요.”
“그나저나 그럴 때 화악 가출해 여기 와요. 좋겠어요, 갈 데 있어서.
아무쪼록 기분 나아지면 좋겠어요.”
“하하, 그럴까요, 말만 들어도 속이 시원하네.”
벗이 좋긴 좋습니다, 이런 얘기 격의 없이 나누고 있어.
기락샘 내려왔습니다.
눈이 퀭해진 아이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