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30.불날. 맑음

조회 수 1137 추천 수 0 2011.09.10 01:03:07

 

 

몸무게가 엄마보다 많아진지는 아주 오래고,

올해는 키도 엄마보다 더 커진 아이.

언제 저리 자랐을꼬...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 가까운 애쉬필드에 머물 때,

류옥하다는 막 세 돌을 지나 있었습니다.

공동체와 새로운 학교들이 있는 일곱 개 나라를 돌아다녔던,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 아이를 끌고 말도 안 되는 여행의 시작이었지요.

오랜 시간 물꼬 안에서 보내고 얻은 연구년의 시작을

교민잡지에 교육칼럼을 연재하며 쉬엄쉬엄 보내고 있었는데,

날마다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가는 것도 하루일과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공원에 이르기 전에 아이는 길에서 자주 해찰을 했지요.

공원에서 즐겁게 놀 건데,

만나기로 한, 또래를 키우는 엄마들도 있는데,

얼른 가고픈 마음에 아이를 채근했지만

아이는 아저씨가 길가 화단을 돌보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울타리에 오른 꽃 하나를 건드려보거나

보도블록 사이에 오른 잎 하나를 들여다보느라 자꾸만 걸음이 더뎠지요.

아이는, 공원에 가지 않아도 이미 즐거워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내가 어디 있느냐보다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해진 것일까요,

언제부터 우리는 땀내 나는 과정의 소중함은 잊고

결과로 전 과정을 거꾸로 평가하게 된 것일까요,

무얼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이라고만 생각하게 된 걸까요?

아이 어릴 적 지인으로부터 커다란 차를 선물 받았는데,

정작 아이는 그 선물보다 상자를 더 반가워했더랬습니다.

그 상자는 아이의 옷장이 되기도 하고

아이의 차가 되기도 했으며

아이의 온갖 것이 되어 꽤 긴 시간 놀잇감으로 잘 쓰였지요.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는 그 목적한 것에만 집중하게 된 것일까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뭘 가르친다는 말인가요,

어긋지게나 하지 말 일입니다.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우리가 없애지나 말일입니다.

 

손 보태러온 경주외곽에서 이틀째.

무지 더운 하루였습니다.

막바지 더위입니다.

물꼬도 그리 더웠더라 합니다.

학교에서는 빨래 계속 돌리고 말린 것들 들이며 하루 보냈더라지요.

그나저나 일을 돕겠다던 계획은

필요한 쪽에서도 하는 쪽에서도 아쉽지 않은 상황 되었습니다.

하여 좋은 선생 하나 만나기로 한 일만 보고 가게 생겼네요.

 

컨테이너라 많이 더울 것이니 선풍기를 실어오자던 아이였습니다.

다행히 주인장이 선풍기를 한 대 들여줬네요.

그런데도, 일찍 잠자리에 든 것도 아닌데,

잠을 깼습니다, 열기로, 낯선 공간이 주는 불편함으로.

어제 도착해 류옥하다가 온 데를 털어내고 쓸고 닦고,

오늘은 이불을 빨아 말려 들였는데도,

오래 비워둔 숙소는 벌레 스멀거리는 듯하고 있었지요.

첫날밤에도 수차례 뒤척이다 깨고

이 밤도 2시 잠이 깨 그 길로 이리 깨어있습니다.

잘됐다 하고 밀린 일감들을 늘여놓았지요.

어쩌면 끊임없이 끼어드는 차 소리 때문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대해리의 고요가 또 그리운 밤.

 

낮엔 머무는 곳 환경을 개선(?)하며 보냈습니다.

숙소 부근 풀을 좀 베 내고,

파리끈끈이를 사와 붙이고,

매트를 볕에 말리고,

시트용이불을 빨고, ...

나날을 잘 살아내는 일,

그것이야말로 삶의 전부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요 얼마 전에도 제자 하나가 물었지요.

“선생님이 좀 더 부자가 되면 더 많은 일을 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 우리는 흔히 우리가 원하던 것을 갖게 되어서 부자가 되는 줄 알지만

시간이 흐르면, 필요치 않다는 걸 알게 되어 더 부자가 되는 줄 그도 알 겝니다.

그래서 내가 이미 부자임을 그도 이해하는 순간 올 겝니다.

우리가 있는 곳에 이미 모든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불행은 있는 곳에 없는 것을 찾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물꼬가 부자이고,

제가 있는 곳이 부촌이랍니다.

 

면소재지에 한의원이 있어 침을 맞으러 갑니다.

그런데 약침이란 걸 얼떨결에 맞지요.

침이란 게 혈에 자극을 주는 것일 텐데,

거기 약재를 넣는 거랍니다.

이런! 그럼 그게 양방과 뭐가 다른 거지요?

침 자리가 가려울 수는 있다 했으나

심하게 붓고 퍽 가려웠습니다.

그래서 잠든 지 두어 시간 만에 깨버렸는지도 모르겠네요.

전문가가 아니어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것이 제가 원하던 치료방식은 아니었습니다.

낼부터는 일반침을 맞아야겠다 하지요.

약침이 무엇인가, 묻기도 하느라 한의사인 벗에게 전화 넣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물꼬에 허리디스크증상을 위해 약을 보냈다지요.

소사아저씨랑 통화하니 택배로 약상자가 들어왔더라지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고마운 이들, 그래서 감사한 삶...

 

내일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벗이 잠깐 들리기로 합니다.

그런데, 아보카도타령이 거기까지 소식 전해졌나 보지요.

여름 한창에 주욱샘 다녀가며 건넨 아보카도를 시작으로

이어 준샘이 그리고 아리샘이 게다 선정샘까지 이어져

원 없이 먹은 아보카도 이야기.

그렇게 해서 먹어본 거지 그걸 돈으로 어찌 살 것이며,

수입과일이니만큼 지역 먹거리 운운하는 이가 굳이 사서 챙겨먹을 것도 아니었지요.

더구나 그 비싼 값이라니...

아보카도를 사서 오겠다는 걸 제발 아서라 했습니다.

“그대가 선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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