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3.흙날. 비

조회 수 1063 추천 수 0 2011.09.10 01:10:24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별세 소식.

지지거리던 80년 5월 광주의 영상과

전태일의 삶을 기록한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

그리고 5월의 기록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80년대 대학을 그 그늘에서 보냈습니다.

거리에서 더 많은 날들을 보냈고,

한편 담배연기 자욱한 골방에 모여앉아 번역해 복사한 사회과학프린트물을 읽으며 보냈지요.

세월은 흘렀고,

우리는 2011년 백주에 코를 베는(?) 것도 멀거니 쳐다보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간의 욕망은 사악한 것이라 여기며 금욕을 강조하던 시절이었고,

연애가 적이기도 했던 세월이었습니다.

오늘에 와서 인간이 가진 욕망이 눌러야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행복한 삶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건강하게 지녀야한다는 사실,

인간적인 욕구와 소망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건강하게 견지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지혜도 지니게 되었지요.

그렇더라도, 이 시대에도 전태일은 전범이 되는 인간형으로 여전히 유효하고

그를 이은 이소선 어머니 역시 여전히 우리를 자극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테지요.

지상에서의 삶, 정말 애쓰셨습니다!

편히 가시옵기.

 

묵던 곳을 떠나 경주로 들어가 기차역에서 기락샘을 만나고

비 내리는 불국사에 잠시 들렀습니다.

가족끼리 이런 걸음이 얼마만인지.

늘 미안합니다, 그 대단한(?) 물꼬 일 한다고...

계자 기간 중 '무식한 울어머니' 생신도 있었는데,

전화도 넣지 못했더랬습니다.

어머니가 하신 연락을 먼저 받았더랬지요.

명절은 늘 물꼬에서 쇠는 지라

한가위 전 마침 이 주에 뵈러 가기로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부산 가까운 신도시로 거주지를 옮기고

두 달여에 걸쳐 집수리를 하셨습니다.

얼마나 고달프셨을래나요.

살펴드리지 못함에 그저 죄송함만...

 

“졸립제?”

그러면서도 얘기를 계속 잇는 어머니.

“피곤할 긴데...”

밤새 집안 어른들 소식을 듣습니다.

마흔이 한참 넘은 나이,

나이만 찼지 집안의 막둥이로 그저 주는 것만 받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찡찡거릴 나이가 아니데요.

전체를 조율하고 화해에 기여하는 역을 해야 할 때입디다.

관계를 늘여놓고 꼬인 타래를 풀고 질서를 세우고...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는 거구나 싶데요.

 

그리고, 이모부 소식.

참으로 온화한 당신, 긴 세월 제게 아버지셨습니다.

교수퇴임하고 농장 소일을 하시던 당신,

눈이 멀고 계시다 합니다.

한쪽 눈은 이미 실명, 나머지 눈도 시계가 아주 좁아졌고

머잖아 역시 실명에 이르게 될 거라지요.

딸 다섯, 어머니가 장녀이십니다.

맏사위 이른 나이 세상 뜨고,

둘째사위인 이모부가 맏동서의 아이들까지 돌보셨더랬지요.

하여 두 오래비 그 댁에서 학교를 다니기도 했습니다.

빠듯한 시간이나 다른 일 다 밀치고 낼 진주로 뵈러 가기로 합니다.

마음 자꾸 먹먹해집니다.

 

대해리에선 소사아저씨,

장순이 끌고 달골도 둘러보시고,

계속 고추 따고 씻고 말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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