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13.불날. 찌는 늦더위

조회 수 1208 추천 수 0 2011.09.30 21:16:10

 

한가위 연휴 마지막 날.

가는 여름이 질깁니다.

더워서 잠이 오지 않는다는 류옥하다였지요.

밤이 그러하였으니 낮은 더했다마다요.

오후 소사아저씨는 산에 밤을 따러 다녀왔답니다.

이웃 봉중샘과 한가위를 쇠러온 앞집 할머니 나이든 아들이랑,

고향에 명절 쇠러 와서

옛 추억 더듬거리며 장대들고 나선 어릴 적 동무들처럼.

 

어린 날...

어릴 적 걱정이 참 많았습니다,

가끔 지나는 길가 가구집을 들여다보며

저 사람들은 도대체 뭘 먹고 사는 걸까,

가구란 건 들여놓으면 평생 동안 썩지 않을 것인데,

새로 사는 사람이 몇 되지도 않는데 그걸 팔아 어떻게 밥을 사는 것일까 하는.

그예 그 가게가 간판을 내리지는 않았을까,

아슬아슬하던 마음은 그 가게에서 내다놓은 가구가 보이고서야 숨을 내쉬게 했지요.  

옷가게를 지나면서도 그랬고,

대체로 대부분의 가게를 지나며 다 그랬지 싶습니다.

특히 가전제품 가게가 젤루 그랬지요.

산업자본가들이 사람들의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고 나면

(냉장고와 차와 집을 갖추고 나면)

모든 공장이 문을 닫게 될 거라 했던 걱정마냥 말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이 생각해낸 게 ‘의도적 노화’였지요.

제품의 수명을 교묘하게 줄일 방법을 찾기 시작했던 겁니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또 사게 하는 반복 소비를 위해서 말이지요.

‘패션의 한시성’(한물 간 차를 바꾼다)이 등장하고

‘계획적 노화’(세탁기가 고장 나면 고치는 게 아니라 산다)가 등장하더니

마침내 산업자본가들은

종이접시나 면도날 정도에 불과했던 일회용품을 모든 분야로 확대하기에 이르지요.

이쯤 되면 섬뜩해집니다.

우리 삶의 진정한 주체성은 사라지고

거대한 시스템에 의해 조장되는 거지요.

뭐 그리 살 수도 있겠지요.

문제는 그 삶이 다른 이의 삶, 혹은 다른 존재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입니다.

그렇게 빚어진 우리 별 지구의 문제를

어이 다 감당하려나요.

무식한 울어머니 자주 하시는 말씀,

“샘물에 침 뱉지 마라, 그 물 내가 안 먹는다 어찌 장담하겠느냐.”

지구별을 위해 뭔가 애를 써야할 까닭입니다.

대단히 환경생태주의자가 되자는 게 아닙니다.

그럴 힘도 없고, 그런 것까지 소망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애를 쓴다’ ‘움직인다’ 그걸 바라는 거지요.

대부분 비닐팩과 스티로폼재로 이루어진 마트 장보기부터 바꾸어야지요.

재래시장을 더 찾아야하는 이유입니다.

가방에 손수건부터 넣습니다.

화장지를 덜 쓰는 길이지요.

조금 더 민감해보자는 겁니다.

인간 존재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작은 노력,

더도 말고 그 만큼을 생각해보는 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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