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14.물날. 연일 늦더위

조회 수 1092 추천 수 0 2011.09.30 21:17:18

 

이지러지는데도 보름달 같이 밝은 달.

 

30도, 32도, 그리고 대구는 34도,

늦더위 기세가 여간 아닙니다.

 

대해리는 밤나무 아래가 부산합니다.

밤을 줍는 손들이지요.

멀리서 왔음직한 낯선 얼굴들이 잦습니다.

식구들도 아침 저녁 열심히 알밤을 줍지요.

겨울 계자 아이들의 좋은 주전부리가 될 겝니다.

익어가는 고추도 계속 따고 있지요.

고춧금이 하늘 높은 줄 모른다는데

기특하게도 올해는 우리 고추농사가 그럭저럭 합니다.

제법 먹을 게 나오고 있다지요.

 

교문의 물꼬 현판 글자가 하나씩 떨어져나간 게 여러 해입니다.

하여 서각하시는 신성철샘이 지난 봄 새로 새겨주셨지요.

그런데 걸지 못한 지 또 여러 달이었습니다.

목조건축하는 읍내의 박시영샘이 여름께는 달아보자 했고,

가을 들기 전 그예 하자던 게 지난 주 걸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 시영샘과 봉근샘 와서,

드디어 간판이 달렸지요.

아이가 사람들 밥상을 차려내었더랍니다.

마무리 손을 조금 더 필요로 했는데,

집짓는 현장으로 당장 떠나야 해서

오는 흙날 들어오기로 하고 어둑한 대해리를 빠져나가셨네요.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경제에 관심이 많은 아이랑

GNP며 GOP에 대한 주제가 자주입니다.

마치 그 수치가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공동선의 지표인 양하는

그 허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의 주제였더랍니다.

근래 같이 읽은 책 한권이 준 영향도 크겠지요.

‘암환자가 늘어날수록 보건분야가 성장한다. 이혼율이 높아질수록 법률 분야가 성장한다. 카트리나 같은 허리케인이 많아질수록 긴급 서비스 분야가 발전한다.’

그리고 묻습니다,

단순히 맹목적인 경제발전을 목표로 삼아야 하느냐,

아니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우리 서식지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하느냐.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보통 사람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거나 더욱 만족스럽게 사는 것은 아니다. 공휴일이 더 늘어나거나 제트스키를 더 자주 탈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통 사람이 자기 가족에게 닥친 끔찍한 참사 때문에 저축한 돈을 쓴 것에 불과한데 이것이 경제성장으로 반영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하루 여덟 시간이 아니라 열 시간 동안 일에 매달렸고, 아이들과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크리스마스 때 평소보다 돈을 두 배로 썼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겠는지요.

‘우리는 튼튼한 경제체제에 봉사하기 위해 가족들과 가까운데 살지 않고,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직장 가까운데 산다. 일부는 아르바이트까지 해서 더 많은 물건을 사들이고 휴가는 짧다. 성장의 40퍼센트는 가장 부유한 1퍼센트의 주머니 속으로 직행하고, 우리는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으려고 죽도록 일하지만, 그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 우리 별을 파괴해 우울해지고, 그러면 기분전환이 될 만한 물건을 사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에 매달린다.’

그렇습니다.

‘임종 앞에서 생에 뭘 좀 더 많이 샀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 묻는 사람이 있는가?’

저 집보다 더 좋은 차를 사려는 게 우리가 태어난 이유일까요?

직급 하나를 더 올리는 게 정말 우리가 태어난 까닭일까요?

1등하면, 이름이 알려지면, 정말 우리가 만족할까요?

지금도 가진 게 부족하다고 죽도록 걱정하고,

모든 게 채워지는 날을 위해 뼈 빠지게 일을 하는 이가 어디 백만장자이기만 할까요.

오늘 우리 이렇게 중얼거려보면 어떨까요?

“누구나 조만간 죽습니다...”

그럼 우리 지금 무엇을 해얄까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2814 2011.10. 1.흙날. 맑음 옥영경 2011-10-14 1042
2813 2011. 9.30.쇠날. 맑고, 바람 옥영경 2011-10-12 1112
2812 2011. 9.29.나무날. 부슬비 옥영경 2011-10-12 1094
2811 2011. 9.28.물날. 흐려가는 밤 옥영경 2011-10-12 1264
2810 2011. 9.27.불날. 맑음 옥영경 2011-10-12 1022
2809 2011. 9.26.달날. 맑음 옥영경 2011-10-12 985
2808 9월 빈들모임 갈마무리글 옥영경 2011-10-07 1128
2807 9월 빈들 닫는 날, 2011. 9.25.해날. 맑음 옥영경 2011-10-07 1091
2806 9월 빈들 이튿날, 2011. 9.24.흙날. 맑음 옥영경 2011-10-07 1300
2805 9월 빈들 여는 날, 2011. 9.23.쇠날. 맑음 옥영경 2011-10-07 1161
2804 2011. 9.2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1-10-04 1138
2803 2011. 9.21.물날. 맑음 옥영경 2011-10-04 1205
2802 2011. 9.20.불날. 맑음 옥영경 2011-10-04 997
2801 2011. 9.19.달날. 간간이 빗방울 옥영경 2011-10-04 1092
2800 2011. 9.18.해날. 이슬비 옥영경 2011-10-04 1028
2799 2011. 9.17.흙날. 맑음 옥영경 2011-10-04 1091
2798 2011. 9.16.쇠날. 맑음 옥영경 2011-10-04 1146
2797 2011. 9.15.나무날. 늦은 폭염 옥영경 2011-09-30 1298
» 2011. 9.14.물날. 연일 늦더위 옥영경 2011-09-30 1092
2795 2011. 9.13.불날. 찌는 늦더위 옥영경 2011-09-30 119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