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16.쇠날. 맑음

조회 수 1146 추천 수 0 2011.10.04 16:05:26
 


탁탁탁!

온 산마을이 호두를 연일 땁니다.

주말이면 더합니다.

멀리서 온 자식들이 올라 호두를 털지요.

물꼬 식구들도 호두를 땁니다.

오늘은 간장집 뒷간 곁 호두와

닭장 곁 호두나무입니다.

천막을 깔고 나무에 올라 장대로 두들기지요.

거름포대로 한 자루나 나왔답니다.


“하다표 두부튀김조림!”

아이가 밥상을 차립니다.

허리로 인해 다리를 심히 앓아 멀리까지 가서 침을 맞고 왔지요.

마침 다음 직장으로 이전을 위해 쉬던 벗 하나가 운전을 도왔습니다.

해지는 대청댐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기도 했네요.

어느 여름날을 선배랑, 또 아이 친구네 가족들이랑,

또 언젠가는 벗이랑 간 적이 있습니다.

다들 안녕하신지.

장소는 그렇게 시간을 머금고는 하지요.


한 벗의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던 고교시절의 어떤 사건 이야기도

바로 이 대청댐에서 들었더랬습니다.

“왜 하필 내게...”

자신을 향해 가혹했던 운명을 우린 때로 개탄합니다.

교실에서 꼭 같이 떠들었는데

마침 선생의 호명에 내 이름만 불리울 때,

억울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런 사소함에서부터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우리는 그런 억울함을 마주하는지요.

근데 잠시 그것을 놓고 명상 좀 해봅시다.

사실, 생은 어떤 식으로든 공정합니다!

우리가 무임승차한 많은 행운을 돌아보라지요.

내가 애쓴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우리는 누리고 삽니다.

수행승 아잔 브라하마를 찾아온 교도소 수감자가

억울한 누명을 호소했다지요.

수행승은 그의 진실을 확신할 수 있었으므로

수감자에게 일어난 일이 얼마나 공정하지 못한 일인가 분개했습니다.

하지만 그 수감자의 다음 얘기,

“반면 저는 다른 많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발각되지 않았습니다.”

하하하.

알고도 모르고도 우리 얼마나 많은 죄를 짓는지요.

그래요, 발각되지 않은 많은 죄는 또 얼마나 많던가 말입니다.

불평할 것 없습니다,

분명 우리는 늘 발각되지 않은 행운을 더 많이 갖고 삽니다.


윽, 어제는 쎄느 강변에서 점심을 먹는 기락샘의 연락이 있었지요.

오늘은 부로고뉴 와이너리 있을 참인데,

으윽, 이눔의 다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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