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17.흙날. 맑음

조회 수 1091 추천 수 0 2011.10.04 16:06:48
 


배추와 무밭을 돌보는 일과

콩밭 막바지 살피기,

그리고 호두와 고추를 따고 말리는 일이 이즈음의 대부분의 일이랍니다.


서서히 겨울을 위한 점검들도 있지요.

여름을 지나며 물소동이 있었는데,

부엌 온수 확인도 이제 해봐야지 않나 하던 참입니다.

안 되고 있었지요.

마침 들어가는 커다란 건전지 사둔 것도 다 써

읍내 갈 적 챙겨서 사와야지 했습니다.

그렇게 만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겨울로 향해가는 산골이네요.

이런 비장(?)하기까지 한 느낌들이 해마다 겨울 앞에 반복됩니다.

사람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일 그자체가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란 걸 알아도

어려워하는 마음 역시 또 반복하여 일어나지요,

한 번의 득도로 아니 되니 끊임없이 수행해야 하는 건 고승도 마찬가지이듯.

‘불평을 멈추고 그것을 했’을 때,

사실 거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마다요.

그렇게 겨울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합니다.


밤, 오랜만에 빵을 굽기로 합니다.

반죽기가 생겼지요.

“야아, 너는 좋겄다. 인간네비게이션 있지, 안마조정기 있지, ...”

언젠가 한 선배가 류옥하다를 두고 한 말입니다.

그예 이제 반죽기가 된 아이이지요.

바게뜨나 식빵은 온 힘으로 이삼십 분 반죽을 해주어야 합니다.

재료들을 계량하여 콩물 넣고 섞어주니

소사아저씨가 잡아주고 아이가 반죽을 해댔지요.

아이가 불을 꺼주고 이불도 여며주고 가는 밤.

고마운 우리 아이들입니다.


참, 엊그제 하던 교문 현판 다는 일을 오늘 오전 마무리 하였습니다.

박시영샘이 홀로 와서 갈무리 하였지요.

침을 맞으러 나갔다가 부랴부랴 좇아왔습니다.

아이가 밥상을 차려주겠다 하였지만,

일한 사람 부실하지 않게 밥은 해멕여 보내야지요.

숙제 같던 몇 가지 일도 챙겨주셨습니다,

책방 현관 앞 야외용테이블에 파라솔도 달아주고,

가마솥방 넘어졌던 벽장용 테이프꽂이도 벽에 붙여주고.

“있는 밥상에 숟가락 놓고 먹을 수 있는 게 벗이거든.”

허술한 밥상에 대한 변명이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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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월 17일 흙날. 더움. <자학교꼬→자유학교 물꼬>


  오늘 간판을 달았다.

  2008년인가 2009년인부터 줄곧 자학교물꼬→자학교꼬→자학교로 하나씩 하나씩 간판이 떨어져왔는데, 이제야 간판이 달려서 ‘자유학교 물꼬’가 됐다.

  공사는 박시영 이사님이 하셨고 나하고 젊은할아버지가 도왔다. 전체적으로 목조이고, 네모 형태다.

  다만 전에는 타원이라서 3.6m도 높지 않아보였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높고, 간판이 작아 보인다.

  일단 목조라서 웅장하고 멋있고, 양쪽의 돌출부위는 한옥과 대문 같은 풍채를 풍긴다. 간판과 빈칸이 9등분으로 나뉘고, 기둥이 얇아 보이긴 하지만 세련됐다.

  숙원사업을 풀어 좋다. 너무 아름답다.


(열네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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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배경이 되었던

바로 그 몽쉘 미셀에 가는 날...

뭐, 기락샘만 갔지요.

한동안 치료에 집중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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