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18.해날. 이슬비

조회 수 1028 추천 수 0 2011.10.04 16:08:25
 


“아무래도 고양이가 자꾸 내 물건을 물어가나 봐...”

제 물건을 어디 두었나 잊고

하도 찾아대는 게 미안한 아이가 진지한 얼굴로 하는 말.

들고양이 흔한 산마을이랍니다.


밤손님처럼 비가 다녀갔습니다.

땅 겉이 젖을 만치만 비 내린 흔적의 아침이었지요.

가뭄 오래이더니

종일 이슬비 오다가다 하고 있습니다.


식구들은 호두 껍질을 까고 씻고 말렸다 합니다.

“별일 없었어?”

마을 할머니들이 다녀가셨다지요.

행사가 있는 주말, 혹은 방문자들이 있는 주말 아니면

그렇게 기웃거리십니다.

휴일인 줄 알고 오시는 게지요.

산골 벗들이시랍니다.

그래서 늘 준비하는 곡주라지요.

오늘은 소사아저씨가 꺼내주셨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종일 쉬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힘이 축적될 것이고

곧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때가 오리니, 하지요.

몸은 회복되는 듯하나,

워낙 옴작거리는 삶이 거의 움직임이 없으니

자꾸만 살이 덕지덕지 붙어 둔해진 느낌입니다,

특히 허리.

아침 수행을 오래 멈추고 있었습니다.

해야겠지요. 


“어!”

달골, 개똥벌레 한 마리 빛 스러지고 있었습니다.

아, 시간이 그리 가는 게지요.

가을이 시작된다 싶으면 이 산골은 벌써 맘이 겨울입니다.

계절이라고는 느낄 수 없다가 어느 날 가을이 겨울이 발아래 툭 떨어지던 도시와 달리

여기선 계절이 옮기는 날마다의 걸음을 고스란히 마주합니다,

조금씩 옷가지에 번져가는 물자국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의식도 그리 날마다 깨어있기를.


논문 하나 써낼 일이 있는 학기이지요.

도서관에서 찾아 빌려둔 책들도 있지만

내내 끼고 챙겨봐야 해서 사들이는 책들도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책들을 번호 붙여 정리하였지요.

아이들이 머물지 않는 학기라 해놓고 여유로울 것 같았어도

또 이리 성큼성큼 걸어가는 날들입니다.

시간이란 늘 그런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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