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빈들모임 갈마무리글

조회 수 1129 추천 수 0 2011.10.07 01:46:19

 

 

이성화님과 왕현이 태임이 못 왔고,

기락샘도 집안 벌초로 못 들어오고,

미루샘도 일 잡혀 빠지고,

그리하여 일흔에 이르신 안세영님부터 뱃속 앵두까지

그렇게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 열다섯이 함께 하였습니다.

빛 싸라기 날리던 시간이었지요.

오며가며 무려 삼십여 명이 다녀갔던 지난 5월 빈들에 견주면

퍽이나 오붓했던 사흘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면 북적이는 대로 소소하면 소소한 대로

또 고즈넉하면 고즈넉한 대로 참 좋은 산골입니다.

 

아래는 빈들모임을 마치고 사람들이 남긴 갈무리글들입니다.

글은 특별한 차례 없이 무작위로 옮겼습니다.

그래도 대략 나이순이 돼버렸나요.

언제나처럼, 맞춤법은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이해를 위해 띄어쓰기는 더러 손을 댄 곳이 있답니다.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이가 주(註)를 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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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박상범:

(* 그림: 물꼬에서 본 나무)

 

일곱 살 이건호:

재미있었다.

뛰어놀았다.

너무 재미있었다.

호두까기 재미있었다.

 

3년 이윤호:

개구리를 잡았다. 그래서 통에 잡아 모기도 잡아 넣었다. 상범이는 개구리를 못살게 굴고 건호는 너무너무너무 정말 말을 안들었다. 나중에는 개구리를 풀어주었다. 개구기가 많은 물꼬에 또 오고 싶다.

 

4년 박경국:

축구도 하고, 지렁이도 잡고, 방아께비도 잡았다.

하지만 고추를 따고, 호두를 따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호두를 딸 때는 머리에 호두를 맞아서 아팠다. 고추를 딸때는 눈이 매웠다.

또 하다 형이랑 한 체스도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반딧불이를 봐서 신기했다.

이제 집에 가야해서 아쉽다. 또 오고 싶다.

(* 경국이는 뒷장에 우리에게 있었던 시간들을 한컷씩 그림으로 남겼다.

들에서, “사마귀다! 잡아야지.”

운동장에서, “지렁이 사육장 완성!”

계곡 거인폭포 앞에서, “폭포다!”

고추밭에서, “와, 고추다!”

달골 호두나무 아래, “으악, 호두가 떨어진다.”

달골 자드락길 오르다가, “와, 이건 반딧불이야!”

가마솥방에서 사과잼을 만들다가, “사과를 작게 썰어야 해!”

책방에서, “체스는 이렇게 하는 거야!”

축구 골대 앞에서, “막았다.”)

 

열네 살 이재호:

생각하게 만드는 우리는 물꼬......

나는 역시 복받은 놈인 것 같다. 살아생전에 이런 고향같은 곳을 만난 것도 행운이다. 이곳에 올때부터 같은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러나 빈들모임은 정말 다르고 또 처음이라 긴장되기도 하였다. 어잿밤 실타래 때 귀동냥으로 들었던 일은 내 삶의 변화를 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여기는 내 마음의 고향.

세상에 인생이 성공하려면 3사람의 선생님을 진정으로 만나게 되면 성공하게 된다고 써있다. 나는 한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분이 내 인생의 축대가 되기를. 나는 진정으로 말하고 싶다. 이 글을 축소해서 간소화시키면 한 문장으로 표현될 것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열네 살 류옥하다:

2011년 9월 빈들모임

이번에는 빈들모임에서는 아이들이 되게 많았다. 15명의 참가인원 중 아이들이 8명이나 됐다. 참가인원은 매우 다양했다. 뱃속의 아이부터 70의 할머니까지 이곳에서 쉼을 만끽하고 갔다.

가을이니 시골은 수확철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고추수확, 호두따기, 사과잼 만들기를 했다. 호두따기는 아이들이 많이 도움이 됐다. 호두를 줍다가 내가 따는 호두에 맞아서 ‘아야~’하기도 하고 소울이가 호두를 던지는 모습까지... 재밌었다.

밤에는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반딧불이를 잡으러 다녔다. 그런데 그 많던 반딧불이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하늘님께 ‘한마리만 잡게 해주세요’ 했더니 반딧불이가 나타났다. 한 마리만... 하하.

아이들이 많으니 싸우고 우는 일이 매 시간마다 일어났다.

한편, 나는 호두 때문인지 알러지가 나서 온몸이 오돌오돌해졌다. 그래서 마지막날은 자기만 했다.

아이들이 추억을 만들고, 어른들이 잘 쉬고 간 시간이었다.

 

고 1 공연규:

굉장히 의미있고 보람찼던 2박3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연령의 분들이 참여하셔서 그런지 가족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적당히 있어서 너무 무겁지도 않고 활기차면서 차분한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요즘에 그동안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빈들모임에서도 차분히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속틀에 있는 활동이외에 간간히 산책을 하거나, 학교 주변을 걸을 때 지난 3번째 계자의 흔적들이 조금씩 남아있었어요.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그때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구요. 밤에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많이 느끼고 깨달아서 좋았네요.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우리의 문제점들... 많이 반성했습니다. 앞으로도 두고 두고 생각하면서

지낼 거에요.

쉬느라고 활동참여도 활발히 못했지만 첫날 옥샘 말씀대로 편~히 쉬고가요. 사실 이번 빈들이 다른 일정들과 겹쳐서 올까말까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그 일정들과 맞바꾸어도 손색없을 만큼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들이었어요. 감사합니다.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이런 여유와 행복, 깨어있음이 함께하면 좋겠어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송유설:

오랜만에 물꼬에 왔다.

멀리 학교 교문이 보였을 때, 왠지 마음이 뭉클했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기분, 왠지모를 그리움.

생활은 다소 불편했다.

모기에 계속 물리고, 소울이랑 화장실에 가는 것도 어렵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서 밥도 먹고 일도 하고 얘기도 나누는 시간은 따뜻했다.

특히 소울이가 여기서 형아들, 선생님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게 엄마로서 기분이 좋았다. 집에서는 나하고만 있느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소울이에게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었으리라.

고생하신 옥샘께, 그리고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린다...

사랑합니다!

 

심은경:

지인과 아이들과 떠나온 에코여행.

지나온 3일 동안 내가 얼마나 기계가 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져 살아왔는지 알았다.

새로 만난 사람들을 통해 그들의 삶의 무게와 고민들을 통해, 나, 우리가족,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모두를 다시금 생각했다.

“조화로운 삶”,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나의 ‘조화로운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이들과의 관계도 생각해볼 시간이었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힘들고 어려워질 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를, 그리고 ‘처음처럼~’ 아이들을 대하고자 한다. 그리고 ‘’

기다려주는 여유있는~’ 마음의 넉넉함을 가져보려 한다.

 

옥샘과 하다 그리고 삼촌 빈들모임에 온 모두~

그들이 원하고 생각하는 대로 모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홍인교:

계절학교를 마치고 물꼬 후유증에 시달렸다.

기다린 시간을 건너 다시 물꼬에 왔다.

삶의 피곤을 여기서 쉬며 에너지를 받았다.

타인의 잘못에 관대하지 못하고

나의 잘못에 관대한 나의 삶을 반성해보았다.

특별히 사과쨈 만들기, 호두나무 털기 등이 재미있었다.

호두껍질이 새로운 껍질 하나가 더 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쨈만들기는 집에서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안세영:

아침에 산초 따기에 늦어서 식사시간에 미안했다.

앞으로 나날이 발전되기 기원합니다.

더욱 아침 기도가 감명스럽습니다.

좋은 하루

 

* 그리고 여섯 달 뱃속 앵두의 말을 추정해봄:

으음, 나쁘지 않군. 아니 사실은 좀 재밌는 걸.

이러니 엄마가 이 먼 곳까지 전철타고 기차타고 또 버스타고 걸어 온 게지.

역시 우리 엄마 최고! 물꼬도 최고!

그리고, 사람들은 아이를 정말 좋아하는군. 서둘러 나가고 싶은 걸.

근데, 어른들도 아이였던 때가 있는데, 다들 잊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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