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26.달날. 맑음

조회 수 985 추천 수 0 2011.10.12 10:40:06

 

언덕배기 온 천지가 개미취입니다.

눈이 종일토록 천국이고 정토입니다.

 

털었던 호두 껍질을 식구들이 깝니다.

애도 어른도 손이 시커매집니다.

깐 호두는 널어 말리지요,

붉은 고추와 함께 가을볕이 아까울세라.

껍질로는 한동안 옷감에 물도 들일 겝니다.

간장집 남새밭에 오른 배추 사이를 걸으며

떨어져내려 잎을 가린 감잎도 치우고,

고추밭 옆에 있는 배추밭에 거름도 섞었습니다.

 

추수의 기쁨 한편 안타까운 소식도 함께 합니다.

어제는 어느 댁 사위가 와서 호두를 털다

그만 썩은 가지를 밟아 떨어져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어이 되었을지요.

한참 전엔 이웃마을에서 예취기를 돌리다 엄지발가락이 잘려

출혈이 멎지 않아 병원서 한 달 넘게 입원한 아저씨도 있었습니다.

소사아저씨께 각별히 이릅니다,

제발 장화신고 하십사 하고.

아이한테도 이릅니다,

나무를 단단히 밟아보고 딛거라.

 

뜬금없이 이른 아침 전화 한통 들었습니다.

“옥샘, 제가 오늘 영동 내려가면 점심 같이 드실 시간 있으시겠어요?”

오늘이 아니면 안 되겠는 그런 날이 있지요.

서울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부모입니다.

지난 수개월 병가를 내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던 그니랍니다.

어이딸을 계자만이 아니더라도 수 년 알아왔습니다.

대안학교에 그 딸을 보내며 겪는

마음살이 곤했던 지난학기이기도 했던 듯합니다.

내일 휴직계 끝의 첫 출근을 앞두고 꼭 만나야만 할 것 같아서,

또 언제 뵙나 싶었다며 숙제처럼 한 연락이었다지요.

침을 맞으러 대전까지 나가고 있는 이즈음이어

게서 뵙자 합니다.

대전역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대청호로 가 차를 마셨습니다.

부랴부랴 오신 걸음이셨겠는데도

아이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오셨습니다.

사는 일이 늘 이리 받는 것만 많습니다요.

하늘과 호수와 이야기가 서로에게 좋은 위로가 된 오후였습니다.

먼 길, 고맙습니다.

 

가을 몽당계자를 앞두고 오늘 예비안내를 올렸습니다.

웬 ‘예비’안내라니요.

쉬엄쉬엄 가자는 학기가 또 이러저러 바삐 돌아가고 있습니다.

10월은 바깥 강연에 특강도 여럿, 게다 논문도 하나 써야 합니다,

하여 주마다 서울과 경주도 오르내려야 하지요.

그러는 사이에 있는 몽당계자 안내를 하려다 보니

떠오른 생각 하나 있었더랍니다.

 

이번 해에는 10월 21일 쇠날부터 23일 해날, 2박3일로 잡혀있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두어 해전부터 물꼬에서도 여행프로그램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오래 물꼬를 드나든 아이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어 왔더랬지요.

인도, 터키, 티벳과 네팔, 실크로드로 떠나는 여행들이 부쩍 흔해져

이미 다녀온 아이들도 심심찮게 있었습니다.

이왕이면 그런 여행 물꼬랑 하고 싶다 했지요.

고민해본다 하였습니다.

그 끝에 예전 물꼬 서울학교가 있었을 무렵 하던 ‘들공부’가 생각났습니다,

주제를 가지고 움직이던 대개 하루나들이였지요,

흔한 여행 대열에 물꼬까지 가세할 게 아니라

물꼬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누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하던 차에.

 

10월 23일 해날 ‘서울’에서 모여 보는 건 어떨까요?

(다른 땐 또 다른 지역에서 모일 수 있겠지요)

어른도 함께 말입니다.

규모는 스물 정도 생각해봅니다.

아침에 만나 어둡기 전에 헤어지는 거지요.

산성을 걸을 수도 있을 테고, 북촌을 돌 수도 있을 것이며,

박물관이나 미술관, 혹은 연극을 보거나 음악회를 갈 수도 있겠지요.

대략 그런 그림을 생각해봅니다.

 

 

언제나 소망이 우리를 움직이게 합니다.

그렇다면 욕망과 소망의 차이는?

세상에 온전히 올바른 방식으로 기여하느냐 마느냐가 아닐지요.

그대의 소망은 무엇이니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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