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29.나무날. 부슬비

조회 수 1094 추천 수 0 2011.10.12 10:46:41

 

잔뜩 흐리기만 하더니 그예 비 내립니다.

아침에 제법 굵던 비,

오후로 갈수록 천천히 내리고 있다가

부슬비로 변하였지요.

고추와 호두는 모둠방을 다 차지하고 펼쳐져 있었습니다.

 

정부 부처 한 곳의 장이 이 시골 소읍까지 걸음 한다 하여

골짝골짝에서 사람들이 읍내로 나와(동원?) 강연을 들었습니다.

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강의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 질문을 던지기가 쉽지요.

주로 나이 든 어르신들이라

젊은 축도 아주 젊은 축에 들어서도 눈에 쉬 띄었을 겝니다.

“어머니라 불러도 되겠죠?”

“그러면 딸이라 부르실래요?”

적잖이 비우호적인 태도의 답변입니다.

왜냐면 이미 비웃적대는 마음이 생겨나있던 참이었거든요.

이 소갈머리하고는...

제본을 한 소책자가 있었는데, 강연록이려니 했더니

당신이 신문에 기고하던 몇 편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대문짝만하게 확대해서 양면도 아닌 한 면에만 실은 것이며,

차례에서 밝힌 것과 글 실은 차례도 다르고,

글이 그리 미문도 아니고...

자기 과시로 보였던 게지요.

약간의 공격적인 시선과 답변에도 당신은 또 질문을 던져옵니다.

(그래서 오늘 배운 귀중한 것 하나;

강의를 하면 일반적으로 우호적인 이들 중심으로 질문을 하기 쉬운데,

비우호적인 사람을 향해서 줄기차게 질문하는 것도

강의를 잘 이끄는 방식 하나일 수 있겠구나...)

“여기 이 시를 좀 읽어주시죠?”

왜 하필 나냐 하는 짧은 미우적거림 뒤 읽었습니다.

그러다 무슨 예를 들며 노래 이야기가 나왔고,

대뜸 노래를 부를 수 있겠냐고 또 물어왔지요.

“하지요, 뭐.”

일어났습니다.

청중을 등지고 하려는데, 굳이 강단으로 불러냅니다.

슬슬 얼굴이 붉어지지요.

사실 노래하는 걸 즐기긴 합니다.

노래방 말고, 기타를 치거나 악기 없이 그냥 부르는.

그렇긴 하더라도 노래를 썩 잘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강당을 다 메운 그곳에서,

그것도 더러 아는 사람들도 있는 곳에서 노래라니...

그런데, 했습니다.

시험을 치는 것도 아니고 점수를 매기는 것도 아닌데

노래를 하거나 시를 읽거나 그게 뭐 그리 어려울라구요.

늘 ‘잘’하려는 게 문제입니다.

하라면 하면 되지요, 뭐.

그나저나 오늘따라 노래는 어찌 그리 안 되던지...

 

돌아오는 길,

잠시 연락하여 본 벗이 옥수수를 실어주었습니다, 한가마니나.

찐 것도 한 아름.

돌아오며 면소재지 두어 곳에 나눠주기도 하고

돌아와 이웃에도 들여보냈습니다.

아주 맛났습니다.

고맙습니다.

물꼬가 무엇으로 사는가, 늘 그런 생각 들게 하는 사람들...

 

관내 초등학교 한 곳에서 담임이 비는 한 주가 생겼답니다.

지원을 가느냐 마느냐 고민입니다.

10월, 서울과 경주를 오르내리는 일이 주마다 꼭 있는지라

일정을 조절이나 할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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