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흐리기만 하더니 그예 비 내립니다.
아침에 제법 굵던 비,
오후로 갈수록 천천히 내리고 있다가
부슬비로 변하였지요.
고추와 호두는 모둠방을 다 차지하고 펼쳐져 있었습니다.
정부 부처 한 곳의 장이 이 시골 소읍까지 걸음 한다 하여
골짝골짝에서 사람들이 읍내로 나와(동원?) 강연을 들었습니다.
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강의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 질문을 던지기가 쉽지요.
주로 나이 든 어르신들이라
젊은 축도 아주 젊은 축에 들어서도 눈에 쉬 띄었을 겝니다.
“어머니라 불러도 되겠죠?”
“그러면 딸이라 부르실래요?”
적잖이 비우호적인 태도의 답변입니다.
왜냐면 이미 비웃적대는 마음이 생겨나있던 참이었거든요.
이 소갈머리하고는...
제본을 한 소책자가 있었는데, 강연록이려니 했더니
당신이 신문에 기고하던 몇 편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대문짝만하게 확대해서 양면도 아닌 한 면에만 실은 것이며,
차례에서 밝힌 것과 글 실은 차례도 다르고,
글이 그리 미문도 아니고...
자기 과시로 보였던 게지요.
약간의 공격적인 시선과 답변에도 당신은 또 질문을 던져옵니다.
(그래서 오늘 배운 귀중한 것 하나;
강의를 하면 일반적으로 우호적인 이들 중심으로 질문을 하기 쉬운데,
비우호적인 사람을 향해서 줄기차게 질문하는 것도
강의를 잘 이끄는 방식 하나일 수 있겠구나...)
“여기 이 시를 좀 읽어주시죠?”
왜 하필 나냐 하는 짧은 미우적거림 뒤 읽었습니다.
그러다 무슨 예를 들며 노래 이야기가 나왔고,
대뜸 노래를 부를 수 있겠냐고 또 물어왔지요.
“하지요, 뭐.”
일어났습니다.
청중을 등지고 하려는데, 굳이 강단으로 불러냅니다.
슬슬 얼굴이 붉어지지요.
사실 노래하는 걸 즐기긴 합니다.
노래방 말고, 기타를 치거나 악기 없이 그냥 부르는.
그렇긴 하더라도 노래를 썩 잘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강당을 다 메운 그곳에서,
그것도 더러 아는 사람들도 있는 곳에서 노래라니...
그런데, 했습니다.
시험을 치는 것도 아니고 점수를 매기는 것도 아닌데
노래를 하거나 시를 읽거나 그게 뭐 그리 어려울라구요.
늘 ‘잘’하려는 게 문제입니다.
하라면 하면 되지요, 뭐.
그나저나 오늘따라 노래는 어찌 그리 안 되던지...
돌아오는 길,
잠시 연락하여 본 벗이 옥수수를 실어주었습니다, 한가마니나.
찐 것도 한 아름.
돌아오며 면소재지 두어 곳에 나눠주기도 하고
돌아와 이웃에도 들여보냈습니다.
아주 맛났습니다.
고맙습니다.
물꼬가 무엇으로 사는가, 늘 그런 생각 들게 하는 사람들...
관내 초등학교 한 곳에서 담임이 비는 한 주가 생겼답니다.
지원을 가느냐 마느냐 고민입니다.
10월, 서울과 경주를 오르내리는 일이 주마다 꼭 있는지라
일정을 조절이나 할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