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 3.달날. 날 좋다

조회 수 1031 추천 수 0 2011.10.14 14:53:41
 



볕 좋아 손빨래를 하는 아침이었습니다.

달골 창고동 마당으로 건조대를 꺼내 널고

오솔길을 잠시 걷기도 하였지요.

마을로 내려와 늦은 아침을 먹고

어른들은 아침 볕 아래 마당가에서 도란댔습니다,

아이들은 저들끼리 툭닥거리며 놀고.

그리고 수민네 진주로 떠나고,

기락샘도 서울 가고...

 

2011.10. 3.달날.약간추움 / <수민이 다녀가다>


  어제 수민이네가, 아니 수민이와 수민이 어머님이 놀러오셨다. 지윤이는 친구집을 갔고, 아버님은 바쁘셔서 못 오셨다고 하셨다.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놀 친구가 생겼다. 수민이와 체스, 바둑, 고누, 오델로, 오목, 야구, 농구, 게임 등 별걸 다 했다.

  수민이는 운동에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덕분에 나도 야구를 제대로 좀 배울 수 있었다. 이제는 공을 팔이 아니라 손목과 몸의 반동으로 던진다.

  농구는 자유투를 했는데 21/22, 21/22로 두 번 다 한 점 차이로 졌다. 수민이와 농담도 하고, 우기기도 하면서 즐겁게 웃었다.

  오델로는 내가 첫 판을 졌다. 둘째판을 이기던 도중 ‘달골에 가라’해서 무승부가 됐고, 마지막은 내가 이겨서 비겼다. 상당히 머리가 아팠다.

  저녁에는 수민이와 ‘세얼간이’를 봤다. 상당히 졸렸지만 재밌었다.

  특히나 내가 문명을 가르쳐준 건 기억에 남는다. 내가 문명을 보여주자 ‘재미없겠네’라더니 내가 가르쳐주자 악마의 게임에 빠져들어 몇 시간을 플레이했다. 결국 승리했다.

  수민이는 오늘 갔다. 아쉽다. 또 보고 싶다.


(열네 살, 류옥하다)

 

오기로 한 손님들이 있었습니다;

신욱 윤의 민석 이모 철규 정민 수상 잔느.

사연 많은 사람들의 모임이라 했습니다.

간밤 자정 넘어온 연락이었지요.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 백석이 생각나네요.

 낼 아침에 출발할 게요. 밥 주세요.’

그러나 오지 못한 걸음 되었습니다.

‘선생님, 또 약속을 어겼습니다.

 도넛가게 식구들과 아이들과 아이들 돌보는 이모님과 함께 그리운 물꼬를 가려했는데

 가게의 문을 열지 않을 수 없네요.

 술이 많이 취했었고 지금은 생업에 정신이 번쩍 드는 아침입니다.

 휴일도 없이 달려왔으나 늘 적자인 생입니다.

 ... 사시는 모습 늘 자랑스럽습니다.’

아, 그 말에 정식 번쩍 들었습니다, 생업에 든 그 정신 마냥.

잘 살아야지 한다지요.


물꼬의 자원봉사자들이기도 했던 미국인 벗과 일본인 벗이

여러 번 주말이면 이곳에서 모이고자 했는데,

여기 사정이 여의치 않네요, 계속.

이번 달은 주말마다 계속 서울행입니다.

이번 휴일도 또 이리 건너가고 마네요.

올 날 있겄지요.


밤, 아이랑 영화 한편 봅니다.

중국 5세대 감독 루 추안의 <可可西里, Kekexili: Mountain Patrol, 2004>.

역시 티벳 관련 일을 하는 벗이 보내준 것입니다.

‘1994년에서 1996년까지 활약했던 산악 경비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중국 5세대 영화의 감성과 할리우드 서부극 양식을 절묘하게 결합하고 있는 이 영화는 2005년 베를린 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등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영화 안내서에 그리 쓰고 있었습니다.

중국 국경 내 최후의 원시 황야, 엄밀하게 표현한다면 티벳 천혜의 고원.

평균 해발 4700m로 서장 영양의 최후의 서식지, 커커시리.

1985년 이후 밀렵꾼이 대규모로 서장 영양을 도살하기 시작합니다.

온난화로 인한 사막화로

원주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밀렵꾼으로 변신할 수밖에 없었지요.

거기에 탐욕인의 공급이 있고, 서구의 무감각한 수요가 맞물려 시장은 굴러갑니다.

백만 마리에 이르던 서장영양은 짧은 시간에 일만 마리도 안 되게 줄어들고 맙니다.

야생 영양 밀렵에 맞서 산악 경비대가 만들어져 밀렵꾼을 추적합니다.

‘산악 경비대를 취재하는 젊은 기자는 이들의 삶이 보기만큼 영웅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광활한 티벳 고원을 배경으로 밀렵꾼을 쫓는 산악 경비대는 신념을 위해 생업까지 포기하고 어려운 길을 택하는 외로운 사람들이다.’

영화 안내서엔 이리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에선 모두가 패배한 전사자가 되고 말지만

이후 이곳은 커커시리자연보호구가 되고

지금은 죽어간 이들이 지키고팠던 소망대로 정부 차원에서 보호되고 있다 합니다.

'커커시리'는 몽골어로 '청색의 산등성이'를 의미한다는데

결국 아름다운 산, 아름다운 소녀라는 뜻을 함의하고 있다네요.

칭하이성 서남부의 위수주[玉树州] 경내로

쿤룬[昆仑]산맥 남부지역과 우란우라산[乌兰乌拉山] 북부지역을 포함하며,

동쪽은 칭짱공로[青藏公路], 서쪽은 티베트와 연결된다 합니다.

기후조건이 열악하여 장기간 거주가 힘들어

이곳을 '세계제3생명금구(世界第三生命禁区)'라고 칭한다지요; 남극 북극 다음의 무인구역.


그들이 지키고자 한 것이 티벳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결로 느껴져

아렸습니다.

어려운 길을 가는 이들이 있지요.

풍광으로도

거기 깃든 사람들이 걸어오는 말과 손짓으로도 눈이 자꾸 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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