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 백배와 선정호흡으로 해건지기.

날마다 기적이고 날마다 고마움입니다,

너무나 가난한 제 언어로서는 이리 말고 달래 표현할 말이 없는. 

 

이른 아침, 식구들이 수행방에 모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긴급사태!

간밤 늙은 어미 장순이(8년을 살았으니 정말 노산이지요)가 낳은 새끼 세 마리,

거의 얼어 죽다시피 하였습니다.

장순이는 새끼들을 흙구덩이에 던져두고

젖도 물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추운 밤이었더랬지요.

무슨 일일까요,

긴 생애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 그를 당황하게 했던 걸까요,

아니면 장순이에게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무심했던 시간들이 미안해서,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습디다.

식구들은 그 새끼들을 된장집으로 데려다가

따뜻한 물로 마사지를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예 꿈틀거리는 새끼들,

그러나 한 마리는 끝내 움직이지 않았지요.

살아남은 두 마리를 우유를 손가락으로 찍어 멕여 보았습니다.

조금 쪽쪽거리다 말았지만

목숨이 있는 세계로 돌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지요.

고맙습니다.

소사아저씨와 상민샘이 애를 많이 썼습니다.

고맙지요.

 

다들 숨을 돌릴 적, 수행방으로 건너가 홀로 대배를 했습니다.

어쩌면 죽은 한 마리와 또 생명을 시작하는 두 마리를 위한

기원을 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달 동안 흙날마다 서울에 걸음할 일이 있습니다.

어렵게 잡은 시간인데, 오늘은 발이 묶이는구나 싶었지요.

삶은 신비로 가득하니, 그건 또 그것대로의 뜻이 있으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대해리를 나서기로 했던 상민샘이

조금 여유가 있어 더 묵기로 합니다.

그에게 짐을 맡기게 되었네요.

읍내 나오는 편에 상민샘이 같이 나와

동물병원에 들러 조언도 구하고 필요한 물품도 사기로 하지요.

고맙습니다.

 

종일 새끼들이 마음 언저리를 돌았습니다.

몸은 서울이고 마음은 대해리였던 게지요.

문자가 들어옵니다.

장순이를 된장집으로 들여보냈더니

어느 때부터 새끼들에게 젖을 물렸고,

오후 3시 30분경 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는 전갈입니다.

‘모두 젖 잘 먹고 탱탱 자고 있다’던가요.

마치 대배의 힘만 같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희망’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삶을 격려하는 많은 현자들이

삶의 막다른 곳에 이를지라도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 하지요.

그것만이 절망을 가르고 우리를 구원해낸다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불가의 수행에서는 그러지요,

음주와 색, 다양한 금욕은 그 자체로 나쁘거나 부도덕해서가 아니라 합니다,

거기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마음을 의지하기 때문이라지요.

금욕의 참뜻은 그것들을 도피수단으로 사용하지 말고,

위안을 얻거나 주의를 뺏기지 말라는 것이랍니다.

외려 일체의 희망을 포기하라, 그럴 때 우리 삶이 희망적일 수 있다는 이 역설!

‘내가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나 내가 겪는 경험만은 다를 거라는 희망,

이 모든 것을 통틀어 포기하라!’

 

밀교명상을 나누는 한 티벳 스님의 법문을 들었습니다.

재미나게도 물꼬 사람임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방송매체를 만난 지 꽤 오래이지 싶은데

그 위력 참 대단도 합디다려.

미미하기 이를 때 없는 물꼬의 떨림도

그렇게 사람들 가슴을 일렁여주기도 하더이다.

고마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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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 8.흙날. 약간 흐림 / < 미션! 새끼를 살려라 >

 

  오늘 아침 큰일이 나고 말았다. 장순이가 새끼를 세 마리 낳았는데 젖도 안주고 품지도 않았다. 그래서 밤새 새끼들이 얼었다. 한 마리는 흙에 처박혀서 죽었고 두 마리는 살았다. 새끼들을 살리기 위해 일단 방으로 들였다.

  밤으로 들여서 새끼들을 따스한 물에 담구고 몸을 풀어줬다. 상민이 삼촌이 이 분야에 좀 터득한 게 있는지 새끼들을 잘 품고, 잘 씻기고, 잘 멕였다. 어쨌든 목욕(?)이라기보다 몸 녹이기를 끝내고 새끼들을 방에 놓고 우유를 먹였다. 수의사와 통화하니 어미젖을 먹여야 향분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 먹이를 먹이기 시작하면 사람이 새끼를 관리해야 한단다.

  그래서 새끼들을 장순이에게 데려가 봤으나, 밤새 젖을 못 먹어 힘이 없었다. 젖을 빨지도 못하고, 장순이는 도망가고... 결국 초유와 젖병을 삼촌이 시내를 나가서 사오기로 했다. 나는 치과를 가려던 참이였고, 엄마는 서울을 가야했다. 원래 상민이 삼촌이 오늘 나가려고 했는데 물거품이 됐다. 미안하다.

  내가 치과를 다녀와 보니, 아이들이 젖을 빨고 있었다. 삼촌이 차 안에서 젊은할아버지께 전화를 해서 장순이를 방안에 넣어보라고, 그러면 젖을 물지도 모른다고 해서 그때 그렇게 하니, 새끼들이 젖을 물고, 장순이도 도망을 안 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이 새끼 한 마리가 더 태어나 한 마리가 추가 됐다. 삼촌이 괜히 시내를 나간 셈이 됐다. 하하.

아침에는 새끼들이 죽을까 걱정했는데 이젠 안심이다.

  진갈색 첫째, 시커멍 둘째, 연갈색 셋째, 그리고 장순이. 오순도순 잘 살길 바란다. 상민이 삼촌께 감사드린다.

 

(열네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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