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잠 많은 아이도 끌고나와 대배 백배를 하는 아침 수행은

오늘도 이어집니다.

선정호흡도 같이 하지요.

좋은 기운들이 우리를 감쌉니다.

그리고 그것은 물결처럼 번져갈 테지요.

 

띄엄띄엄 안개 내렸습니다.

그래도 저녁엔 보름달 올랐지요.

“어, 보름달이네!”

그리고 덧붙이는 아이의 말.

“달이 밝으니 시를 읊고 싶네.

 저 멀리 또 내가 있다 / 저 멀리 산 너머 /고독하고 외롭게, 쓸쓸히.”

‘엄마의 곰돌이(거의 쿠션수준인), 아빠의 괴물(사람 좋은 아빠가 그저 만만한 아이),

그리고 우리 집 보름달(어느 집 아이인들 그렇지 않을까, 그 아이로 환하니)’

아이를 향해 자주 들먹거리는 엄마의 노래,

그래서 저(자기)도 보름달이거니 하지요.

아이 덕에 또 즐거운 밤이랍니다.

 

소사아저씨는 은행을 딸 준비를 합니다.

이미 떨어져 내린 것들을 줍고

나무 둘레에 천막을 둘러 깝니다.

고춧잎도 땄지요.

커다란 솥에 데칩니다.

가마솥 같은 그 솥, 이곳 살림의 보배랍니다.

거기 차를 덖고, 거기 잼을 만들고, 거기 많은 양의 나물들을 데쳐냅니다.

고춧잎을 데쳐 얼마쯤은 얼리고, 얼마쯤은 말릴 요량이고,

당장 무쳐도 냈지요.

이런 과정을 함께 하면 손이 잘 안 가던 아이도

맛나게 먹게 되더이다.

 

KT로부터 전화 한 통 들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사회 각 분야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모으는 중이라는데,

류옥하다네가 졸지에 홈스쿨링 하는 가정의 대표가 됐습니다.

어떻게 우릴 알았을까요?

역시 류옥하다 선수를 담은 방송프로그램이거나

그가 쓴 인터넷뉴스매체의 글들일 테지요.

용케 시간이 잘 맞아 내일 오후 물꼬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밤, 행군하는 군인들을 봅니다.

별반 사건이 없는 무료한 산골,

그게 재밌는 구경거리 되지요.

젊은 친구들이 욕봅니다.

저 거친 숨결의 시간이 살아가는 날에 힘이 되길 기원합니다.

 

얼마나 자주 우리는 증거가 너무도 확실하다는 이유만으로 결론에 뛰어드는지요.

그리고 불행히도 그것이

잘못 내린 결론인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일찍이 거룩한 안내자들이 그랬습니다,

절대적으로 판단하는 것,

이것이 진실이고 나머지 것들은 아니란 주장은 지혜가 아니라고.

때로는 사람을 배려한다고 한 행동이

그만 오해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외려 그만 그에게 상처 입히고

결국 그가 떠나고 남은 우리들은 슬퍼합니다.

아, 그러나 어쩌겠는지요.

슬퍼하지 말 것, 사랑은 남으니.

그리고, 무너질 것은 무너지게 내버려두고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뿌리 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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