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조회 수 3666 추천 수 0 2004.06.20 01:58:00

아이들이랑 눅눅한 숲에 갔을 땐데요,
잎들은 아직 비를 머금고
길도 축축했더라지요.
날은 땀나지 않을 만치 덥고
숲은 위험하지 않을 만치 우거져있었더이다.
아이들이 식탁을 차렸지요.
갖가지 잎으로 그릇부터 마련하고
숟가락 젓가락부터 상에 올렸습니다.
국수가락에 고명도 얹고
달걀도 부치고
잡곡밥에 김치도 통으로 놓고
아, 하늘나리로 장식하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후식으로는 나리꽃 봉오리를 벗겨 바나나로 내놓았습니다.
큰 형아 성학이부터 젓가락질을 하고
모두 맛나다 맛나다 야단입니다.
온 마을이, 온 산이, 장난감으로 넘쳐납니다.
날마다의 경이가
날마다의 우리 삶 속으로 걸어 들어오고...
우주 창조력에 우리 존재 또한 관여하고 있음을
오늘도 이 숲에서 자연스레 깨닫는다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34 2023. 5. 5.쇠날. 비 옥영경 2023-06-09 289
6533 2023. 5. 7.해날. 비 옥영경 2023-06-09 289
6532 2023. 5.16.불날. 맑음 옥영경 2023-07-04 289
6531 실타래학교 사흗날, 2024. 2. 5.달날. 서설(瑞雪) 옥영경 2024-02-13 289
6530 2020. 6.29.달날. 아침부터 빗방울, 저녁 되자 굵어진 옥영경 2020-08-13 290
6529 2021. 5.22.흙날. 맑음 옥영경 2021-06-22 290
6528 2022.10.18.불날. 맑음 옥영경 2022-11-11 290
6527 2022.11.12.(흙날)~15(불날). 들어가는 날과 나오기 전날 밤 비 흩뿌리다 / 제주행 옥영경 2022-12-16 290
6526 2022.11.23.물날. 는개비 아침, 갠 오후 옥영경 2022-12-22 290
6525 2022.12.13.불날. 간밤 눈 내리고 꽁꽁 언 종일 옥영경 2023-01-06 290
6524 2023. 1.23.달날. 설핏 흐린 옥영경 2023-02-24 290
6523 2023. 1.30.달날. 맑음 / 경옥고 첫날 옥영경 2023-03-03 290
6522 2023. 2. 3.쇠날. 맑음 옥영경 2023-03-05 290
6521 2023.12.25.달날. 눈 멎은 아침 옥영경 2024-01-07 290
6520 2024. 1.19.쇠날. 흐림 / 문바위 옥영경 2024-01-29 290
6519 2020. 5.29.쇠날. 맑음 옥영경 2020-08-12 291
6518 2020. 6.25.나무날. 흐리고 간간이 비 옥영경 2020-08-13 291
6517 2020. 7. 3.쇠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0-08-13 291
6516 2021. 4. 6.불날. 맑음 옥영경 2021-05-06 291
6515 2022.12.16.쇠날. 꽁꽁 언 세상 / 손두부 옥영경 2023-01-06 29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