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조회 수 3639 추천 수 0 2004.06.20 01:58:00

아이들이랑 눅눅한 숲에 갔을 땐데요,
잎들은 아직 비를 머금고
길도 축축했더라지요.
날은 땀나지 않을 만치 덥고
숲은 위험하지 않을 만치 우거져있었더이다.
아이들이 식탁을 차렸지요.
갖가지 잎으로 그릇부터 마련하고
숟가락 젓가락부터 상에 올렸습니다.
국수가락에 고명도 얹고
달걀도 부치고
잡곡밥에 김치도 통으로 놓고
아, 하늘나리로 장식하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후식으로는 나리꽃 봉오리를 벗겨 바나나로 내놓았습니다.
큰 형아 성학이부터 젓가락질을 하고
모두 맛나다 맛나다 야단입니다.
온 마을이, 온 산이, 장난감으로 넘쳐납니다.
날마다의 경이가
날마다의 우리 삶 속으로 걸어 들어오고...
우주 창조력에 우리 존재 또한 관여하고 있음을
오늘도 이 숲에서 자연스레 깨닫는다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82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259
6581 3월 15-26일, 공연 후원할 곳들과 만남 옥영경 2004-03-24 2255
6580 KBS 현장르포 제3지대랑 옥영경 2004-03-24 2253
6579 노래자랑 참가기 옥영경 2003-12-26 2251
6578 [2018.1.1.해날 ~ 12.31.달날]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8-01-23 2247
6577 '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옥영경 2003-12-26 2238
6576 6월 17일, 쌀과 보리 옥영경 2004-06-20 2236
6575 가마솥방 옥영경 2003-12-20 2235
6574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넷 옥영경 2004-04-28 2218
6573 대해리 마을공동체 동회 옥영경 2003-12-26 2218
6572 3월 2일 예린네 오다 옥영경 2004-03-04 2203
6571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02
6570 4월 10일 흙날, 아이들 이사 끝! 옥영경 2004-04-13 2201
6569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201
6568 입학원서 받는 풍경 - 둘 옥영경 2003-12-20 2199
6567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198
6566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195
6565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189
6564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189
6563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18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