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립니다, 은행잎 비 후두둑.

후려치듯 내립니다.

내일은 더 춥다는데...

 

아침 해건지기; 기본호흡, 대배 백배.

아이가 기특합니다.

하자 하면 또 합니다.

철퍼덕 누워 못 일어나기도 하고

강아지 새끼마냥 낑낑거리기도 하지만

안 한다는 소리는 안합니다.

수행이랍시고 뭔가에 집중하면 저도 같이 하는 건 갑네, 하는 거지요.

그게 또 다른 식구들을 밀고 가는 힘이 되고.

 

오전에는 몇 가지 부엌일을 늘여놓고 있었습니다.

바쁜 줄 알고 식구들이 와서 함께 아침을 준비합니다.

살림의 밥상!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싶데요.

좋은 곳에서 좋은 재료로 식구들이 식구들을 위해 함께 준비하는 밥상.

이렇게만 잠시 손을 보태도 일이란 게 좀 수월한가요, 어디.

 

싱싱한 게가 있어 식구들이 좋아하는 간장게장을 만들었습니다.

더덕도 있어 더덕장아찌도 하구요,

마침 메주가루가 있어 단호박고추장도 만듭니다.

조금씩 먹을 만치만 했지만

짧은 시간에 하느라 바빴네요.

그래도 한동안 만날 밑반찬 만들어놓으니 든든한...

 

돼지감자를 조금 캐냈습니다.

두부를 해먹으며 손을 빈 현숙샘네가 지난 봄 부탁해왔던 것입니다.

장아찌도 맛있다는데, 우리는 할 생각 못하고.

우리야 찬바람 더 불어야 부랴부랴 할 수 있을 모양이지요,

아님 해를 넘기거나.

날 잡아 장독대도 뒤집어야는데...

 

먼 곳으로 가 침을 맞고 돌아오니

산골 저녁은 해가 벌써 졌습니다.

아이가 밥상을 차려놓고 있습니다.

최근 잦은 일입니다.

이렇게 살아주는 산골의 열네 살 아이가 퍽도 신통방통입니다.

아, 물론 원래의 그 신통방통의 뜻은 아니다마다요.

신기한데 좀 많이 그렇다, 기특한 게 좀 많이 그러하다는.

오늘 하늘이 예쁘긴 예뻤나 봅니다.

가을하늘 이쁘다는 문자가 흔했지요.

그래도 하늘들 보고 사는 구나,

가을은 굳이 고개 들지 않아도 그 하늘이 눈으로 떨어진단 생각이 문득 들데요.

한편, 하도 추위를 타니 기온만 떨어진다 하면 옷 껴입으라 인사들입니다.

계신 곳에서도 그러하시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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