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0.나무날. 흐림

조회 수 1291 추천 수 0 2011.11.23 01:19:13

 

수능입니다.

아이들 몇, 시험을 보러가기 전 이른 아침 문자들을 보내왔습니다.

대배 백배를 하고 짧은 선정호흡,

그리고 자비명상을 하는데 자연스럽게 그 아이들 떠올랐지요.

타인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한 만큼 결과에 이르기를 간절히 의망(意望)하였더라지요.

 

어제는 운동장 가장자리 장순이 집 있는 전나무 세 그루 사이로

‘룽따’를 걸었습니다.

룽따, 풍마(風馬), 그러니까 바람의 말입니다.

기원의 오색 깃발이지요.

마을 들머리, 고개 마루, 대문간, 나루터, 다리목, 고목나무, 큰 바위, 다리목, 굴뚝, 지붕,

티벳을 가면 어디에서고 펄럭이고 있지요.

처음에는 눈에 잘 띄는 원색 천으로 길가에서 이정표시를,

또는 신성한 장소를 표시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나

신들과의 교감방법으로, 영혼을 실어 나르는 송혼마(送魂馬)로, 벽사용으로

그리고 불보살의 가피력에 의지하여 개인의 소원과 복을 비는 용도로 변천하였다 합니다.

티벳 관련 자료에 의하면 룽따는 네 가지 차원의 의미가 있다지요.

‘첫 번째, 외적인 차원에서 룽따는 사람의 서원과 기도를

바람처럼 빠르고, 말처럼 힘 있게

지상에서 천계로 나르는 티벳의 신비로운 동물을 의미한다.

두 번째, 내적인 차원에서 룽따는

긍정적 에너지, 혹은 생명의 힘, 행운과 연관되어있다.

룽따는 악마를 물리치고, 깨달음을 준다.

룽따는 그를 위호하는 네 동물과 함께 기도의 깃발에 나타나 있다.

맹호, 설사자, 금시조, 용이 네 귀퉁이에 있고, 룽따가 중앙에 있다.

한편 고대 점성학에서는 맹호, 설사자, 금시조, 용이 룽따의 네 가지 성질을 의미한다.

이 네 동물은 일반적으로 룽따의 두려움 없는 행동과 빠른 회복능력을 의미한다.

세 번째, 비밀한 차원에서 룽따와 네 가지 동물은 지, 수, 화, 풍, 공의 5상을 말한다.

모든 현상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룽따는 제 현상의 근본바탕 즉 공이며,

점성학에서 룽따는 ‘롱따’ 즉 ‘공간의 말’이다.

맹호는 風을 의미하고, 설사자는 地를, 금시조(주작)는 火를, 용은 水를 상징한다.

전통적으로는 ‘룽따 기도의 깃발’에 그려지는 것처럼 5종성의 붓다로 묘사된다.

네 번째, 가장 비밀한 차원에서 룽따는

마음이 올라타는 도구, 신체의 미묘한 기운을 말한다.

이 미묘한 기운이 풍마, 즉 ‘바람의 말’이다.

룽따가 강하냐 약하냐는 마음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달려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바람의 말은 보통 ‘행운’이라고 말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늘 어느 선생님 댁에 가 어지러운 부엌을 죄 뒤집고

먼지를 털고 쓸고 닦고 밀고 정리하였습니다.

“민망해서...”

“저희집 부엌도 똑 같애요. 그러면 또 누가 와서 이렇게 뒤집어 주는 거지요.”

그래요, 물꼬의 부엌도 누군가 그리 맘 먹고 와서 해주었지요.

받은 것은 그리 흐릅니다.

고마움이 고마움을 부르고

미움이 미움을 부르지요.

어떤 마음결이 흐르게 할지는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 사는 벗이 물꼬 식구들을 위해 인삼을 나눠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잠깐 함께 한 시인의 문학관을 들렀다 왔지요.

상황은 자꾸 글쓰기에 자극을 주는데

올해도 변변히 시 한 편을 쓰지 못했습니다요.

사는 게 시려니 한다지요.

 

밤, 학교 식구들이 이번 학기 처음으로 나들이를 가서

절집 아래 하룻밤을 머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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