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봤어요? 진짜 많이 자랐죠?”

장순이 새끼들이 그야말로 무럭무럭 크고 있습니다.

두나(둘째)는 며칠 전부터 소사아저씨를 쫄쫄 따라다니고 있지요.

젤 활기찬 그입니다.

“하여튼 사고 치면 두나야.

어미 사료도 먹어볼라하고,

온갖 장난 다 치고,

까불다 돌계단을 미끄러져 발을 버둥거리는 것도 걔야.”

활기는 생명의 오롯한 모습입니다.

아이들도 그런 존재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 편차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거라 아이들을 잡아 앉힙니다.

아이들은 활기차야 하다마다요.

모름지기 생명이란 그런 거지요.

 

아침에는 수행시간을 그냥 건넜습니다.

여느 때와 다르게 어렵게 보낸 단식 기간이 몸에 그대로 남아

온몸이 뻑뻑하고 얼굴과 손발 붓고 있었지요.

오후에야 아이와 함께 챙겨서 했더랍니다; 대배 백배와 선정호흡.

자비명상은 더 익숙해진 뒤 아이랑 나누리라 하지요.

밤, 달빛 아래서도 선정호흡을 하였네요.

 

하룻밤 나들이를 갔던 학교 식구들이

아침에 돌아오는 길에 황간 광평농장에 들렀습니다.

사과를 따고들 계셨지요.

미리 부른 일꾼도 있어

우리가 할 일이 딱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마침 빗방울도 떨어지고.

사과 한 콘티에다 콩잎 장아찌, 깻잎 김치, 지고추도 얻어왔습니다.

가까이 어른 한 분 사시는 게 마치 큰 곁살림이고 있다지요.

 

제자 하나가 수개월을 떠나는 해외자원봉사를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가라!”

살지 말지 고민할 때 안사는 게 낫습니다.

사고 후회하는 일 잦지요.

할지 말지 고민할 땐 하는 게 낫습니다,

하지 않아 후회할 때가 더 많으니.

할까 말까 한다면 하셔요!

그런데, 그래놓고 나니 겨울계자가 슬쩍 걱정 좀,

든든한 일꾼 하나 빠졌으니.

 

밤, 올 한해를 씨름하던 일에 대한 협상이 있었습니다.

“대안이 뭐예요? 결국 타협 아니예요?”

한 선생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떠올랐습니다.

그건 대안의 부정성이 아니라 긍정성이란 생각이 들데요.

물꼬가 원했던 것도 아닌데 꼭 해주고 싶다며 한 일까지

돈으로 환산한 계산표를 내밀어왔습니다.

공부 참 많이 한 한해였지요.

어쩌면 차라리 돈으로 해결하는 일이 가장 쉬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게 또, 감당할 만해야 쉬운 거지요.

어쨌든 가닥은 잡혀갑니다.

마지막까지 누가 견디느냐,

결국 그게 해답 아닐까 싶기도 하데요.

어디로든 흐를 테고, 끝은 분명 있을 겝니다.

 

오는 해날, 11월 빈들모임 대신 하는 서울나들이를 위한 답사에

신정원님이 종일 동행키로 하셨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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