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4.달날. 맑음

조회 수 1260 추천 수 0 2011.11.23 01:26:54

 

 

대배 백배만 서둘러 한 아침 해건지기.

영동으로 돌아옵니다.

 

기차에서 내려 역에 주차해둔 차를 꺼내

용산으로 먼저 갑니다.

채식 빵 굽는 걸 가르쳐준 은자샘 만나기로 하였지요.

어제 선배 형이 원두커피를 가득 사주셨습니다.

커피를 퍽이나 좋아하는 은자샘입니다.

늘 마음만 있다가 달려가 나눠드렸습니다.

받은 것은 늘 배로 갚을 것,

그래야 계산이 맞는 거라 무식한 울어머니 늘 그리 말씀하셨더랍니다.

살아갈수록 무식한 울어머니의 그런 계산법이 진리이거니 합니다.

채식모임 분들도 만나고,

물꼬 논두렁 한 분도 마침 그곳으로 발령을 받아 가서

간 걸음에 뵙습니다.

산행을 즐기시는 당신께

내년에는 꼭 갈 티벳행을 위한 몇 가지 물품을 빌려 쓰기로 하였답니다.

 

무를 다 뽑았습니다, 날 추워진다 하기.

무청이 또 그만큼 쌓였지요.

그냥 엮어 말리니 손이 안 가게 되고

그러다 겨울 보내고는 바스락거리는 걸 그냥 거름장으로 보내게 됩디다.

올해는 바로 매달 것 없이 죄 데쳐서 말릴 참이지요.

저녁을 먹고 한참을 데쳐 물을 빼놓았답니다.

“이러면 더 잘 말라요.”

소사아저씨가 놀이삼고 그걸 가지런히 정리를 하고 계셨지요.

 

“난 잘 하는 게 뭐야?”

그러게, 우리 아이는 잘하는 게 뭘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꼭 잘해야 해요?

뭔가 한 분야만 잘하면 된다, 추세입니다.

그런데요, 꼭 잘해야 되나요?

물론 잘하면 좋겠지요.

하지만, 1등부터 60등까지 차례가 있다면

제가 60등일 수도 있잖아요.

누군가는 60등이란 말입니다.

못해도 살아가는 거지요.

그렇게 살수도 있는 거지요.

아이에게 도로 묻습니다.

“꼭 잘해야 돼?”

저만 해도 딱히 잘하는 것도 없이 무사히 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분명 더 힘든 것도 있었을 겝니다.

그래도 생은 구석구석 소소한 기쁨과 환희로 가득했더랬습니다,

지금도 그러하고.

괜찮습니다, 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살 가치는 이미 충분합니다.

나로 누군가는 기뻤고,

나로 누군가는 도움이 되었으며,

나로 누군가는 살만 하다고 느낀 순간 있었을 겁니다.

못하는 우리, 살아도 됩니다, 아암요,

사람의 도리는 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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