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비 흠뻑 다녀가고 이른 아침 멎었습니다.
대배 백배.
오늘은 영동 한살림생산자모임 회장님댁에 가서 사과잼을 만들기로 한 날.
아, 다른 곳 아니고, 황간의 광평농장이요.
“아무래도 그리 안 나와?”
현옥샘, 작년부터 물꼬에서 만든 사과잼을 드시고
당신이 만들면 그 향, 그 맛, 그 때깔 아니 난다고
한번 같이 만들자 부탁해오셨더랬답니다.
사과를 두 콘티 내와 씻고 버릴 것들 도려내고,
열심히 도마질을 하였지요.
빗방울이 불편치 않을 만치 다녀가기도 하였습니다.
류옥하다랑 민재씨는 닭장 일을 하고,
조정환샘도 나와 잼공장(?) 곁에서 튀밥을 튀겨주거나 일을 거드셨지요.
솥단지가 크니 정말 마음에 듭디다.
사과만 무려 30여 킬로그램을 넣었던가요,
아, 처음엔 10킬로그램만, 나중엔 나머지 20여 킬로그램.
거기 2분의 1, 설탕 넣기.
너나없이 다들 배가 불렀지요.
올차게 영글지 못한 유기농 사과들이 쌓인 것을 보며 제 마음 더 수런거리더니
이렇게 가공을 해서 쓸 만해지니 기뻤다마다요.
이건 누구네, 저건 누구네,
챙기는 마음은 또 얼마나 기쁨이던지요.
물꼬 것도 두 항아리 가져왔답니다.
그 사이 이웃 점순샘도 다녀가십니다.
물꼬 배추 실하지 않다 들으시고
올해 배추 농사 많이도 지어 어디고 어디고 다 주고도 아직 밭에 있다고
가져가라셨지요.
우리 김장 때까지 남아있다면
여기서 모자라는 건 실어갈 수 있을 터이지요.
고맙습니다.
이웃 소식 하나도 듣습니다.
여름에 애먹었던 일이 있었다 합니다.
옆에서들 아무도 몰랐더랬지요.
어느 댁 논에서 흙을 퍼서 실어올 참인데,
마침 내일이면 실을 거라 오늘 밤 길가에 두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마을 노인 내외 오토바이를 타고 새벽 일찍 나왔던 모양.
그만 그 흙더미에 받쳐 병원신세를 졌네요.
천만 원을 내놔라 했고,
이러저러 몇 백만 원으로 합의를 보고,
논농사 못 짓게 되었으니 그 일 다 해달래서
2천여 평 논 갈고 모까지 내셨더랍니다.
그래도 그만만해서 다행이다, 돈 벌어둔 거 이런 때를 위한 게지,
그러고는 아무 말 않고 다 하셨다지요.
저마다 살아가는 속사정이 이리 있습니다.
단단하게 걸어가시는 어른들 소식이
또 발걸음을 끌어줍디다.
광평에서 저녁을 먹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흙날 아침 서울행 기차를 타던 길을
오늘 밤은 차를 끌고 입성.
중부고속도로에서 흐린 하늘 비 후두둑거리더니
어느새 창대비로 솔찮이 길이 힘 좀 들었던 데다
와이퍼에 문제가 생겨 내려지지 않아
시야 가려 더 어려운 시간이었네요.
무사히 도착! 고맙습니다.
여기는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