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9.흙날. 흐림

조회 수 991 추천 수 0 2011.12.03 01:46:36

 

 

대배 백배로 아침 해건지기.

 

비가 조금씩 내리는 대해리였다 합니다.

소사아저씨는 배추밭 마늘밭 돌아보고,

장순이 똥도 치우고 연탄재도 부수며 보내셨다지요.

 

“앞집 이모할머니가...”

사택 앞 흙집에 홀로 사는 할머니를

물꼬 식구들은 모두 이모님이라 부릅니다.

당신이 여러 날 교장을 찾는다지요.

오늘도 어디 갔냐 물으시더랍니다.

얼마 전 갑작스레 아들을 앞세우고

그 마음이 어떠실지요.

사는 일에 저 혼자 너무 절박해서 다른 삶들이 보이지 않기 자주입니다.

달날 저녁을 같이 들자 소사아저씨 편에 기별 넣었답니다.

 

이번 주엔 류옥하다 선수도 서울을 왔지요.

지난 여름 제주도에서 보낸 이들과 동창회라나요.

이번의 10기만이 아니라 그간의 모든 이들이 참석하는 총동창회라나요.

그런데 밤, 들어서자마자 배고프다고 밥을 잔뜩 먹었습니다.

워낙 밥돌이이긴 하지요.

먹는 게 너무 조촐했던 모양입니다.

“행사는 어땠어?”

선배들 소개 시간,

명문대, 혹은 의대 법대가 나오면 다들 환호하고,

한편, 그렇지 않았던 대학생들은

그저 대학 다닌다고만 소개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합니다.

 

저녁, 명상모임이 있었고,

한 분이 카일라스(수미산) 사진을 주셨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좋은 것을 나누는 마음,

그 마음 때문에 더 좋았습니다.

오늘 선정호흡과 입지출지, 자비명상 끝에

전생으로 가기를 시도.

“의심이 많은 사람들은 잘 안 되더라구요.”

저 또한 그런 사람 하나이겠기에 별 기대 없이 전생으로 가는 승강기(?)에 올랐는데,

선명한 풍경은 아니나 마치 <토지>의 배경 같은 퇴락해가는 반가집이 등장하더니만

서러움도 아니고 쓸쓸함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한도 아닌데,

솟을대문에 서서 저 밑바닥에서부터 뜨거움이 오르더니

끊임없이 눈물이 흐르고 흘렀습니다.

이건 또 뭔지...

온갖 망상들이 전생의 이름을 달고

그렇게 마음을 끄집어 내보인다 싶기도 하였지요.

그런 시간들이 자신의 마음 꼴을 보게 하고

그리고 쓰다듬는 시간 줍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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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9일 따스함 / <섬캠프 동창회-섬캠프10년, 희망10년 우리들의 무한열정>

 

  오늘은 서울에 왔다. 지난 7월에 있었던 섬캠프의 ‘동창회’를 하기 위해서이다. 정말 기대를 한 채 1주일을 손꼽아 기다리다 오늘이 됐다.

  먼저 섬캠프 10년 간의 동영상 자료들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갔었던 한라산, 용천수, 교래 곶자왈이 나올 때면 어찌나 흥분되며 추억이 떠오르던지... 정말 좋았다.

  그 다음은 소개가 있었다. 10기는 바글바글, 1기는 1명... 형, 누나 선배들 소개가 나오는데 애들이 의대, 법대, 공대가 나오면 “와~”하는 게 보기가 좀 불편했다. 사회의 상대적 박탈감이 여기까지 침투하다니...

  그 후 사진 촬영이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거 마음에 안든다. 10분을 쏟아 10이란 숫자를 만들고나서 사진 한 장 찍고 끝...

  밥은... 말하기도 싫다. 뷔페라더니 주먹밥, 김치, 오뎅, 전... 에이!

  공연은 정말 ‘판타스틱’했다. 솔개의 롤리롤리, 비비추 힙합, 가랑비누나 베이제... 이야 자세가 딱딱 맞는 게 놀랍고 신기하다. 다만 우리의 옛노래를 담지 못하는 게 좀 아쉽다.

  시상식, 감사패 전달... 왜 하는지 모르는 것들까지 한 후 끝이 났다.

  모두들 너무 반가웠고 좋았다. 되게 고맙고, 어리고 부족한 날 잘 챙겨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열네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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