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용 마늘을 쪼갭니다.
이 주를 넘기지 않고 마늘을 놓을 거지요.
마늘밭 도랑도 정리했다는 학교 소식입니다.
서울에서 서둘러 내려와야 하는 시간에 쫓기니
대배 백배만으로 깐 이불을 접었지요.
기차를 타면 책도 보고 잠도 자고 일거리도 들여다보는 걸,
운전하면 그저 운전만 해야 합니다.
이번에 차를 가지고 온 바람에
기차 시간에 맞춰야 하는 불편은 없지만
끌고 온 건 또 끝까지 끌고 가야하지요, 도중에 버릴 수도 없고.
오래 함께 이웃해온 홀로 사는 할머니 한 분,
이모님이라 부르는 앞집 할머니 말이지요,
요새 통 뵈지 않는 절 찾아 드나드셨다하기,
오늘 저녁을 같이 먹자 지난주 기별 넣었더랬습니다.
외로운 산골 어르신들께
가끔 저는 술 혹은 국수를 내는 친구이고는 하지요.
졸음에 겨워 그예 휴게소에 쉬었다가
대전에 들러 침도 좀 맞고 장을 봐서 들어오니 벌써 어둠 내렸습니다.
서둘러 밥을 짓고 음식들을 좀 해서
소사아저씨더러 뫼셔 오라 부탁드렸지요.
“어지러워서 걷기가...”
그러고는 벌써 자리에 들어가셨더랍니다.
문득, 아 산마을에서 홀로 저 많은 세월을 안고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질기려나,
사는 일이 얼마나 머려나,
내 맘이 당신 마음인지 당신 맘이 내 맘인지 모르게 뒤섞여
목메는 숨이 올랐다 내려갔더랍니다.
학교 다니지 않고 늘 곁에서 사천왕처럼 섰는 아들과
묵묵한 집사 같은 소사아저씨가 없으면
단 하루를 살기 힘에 겨울 저로서는
그 삶을, 세월을 이루 다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얼마 전엔 오십 줄의 아들을 덜컥 먼저 보내고 마셨지요.
당신을 위한 자비명상을 한 밤이었더이다.
사과잼을 챙겨 두엇 어르신께 보내려 포장도 하고,
오는 빈들모임과 관련하여
티벳 고미술을 수십 년 모아오신 분께 편지 하나 넣었고,
지금 하는 수행과 얽혀
티벳의 한 스님께 지지 글월 하나 드렸으며,
새로운 언어를 익혀야 하는 일이 있어
필요한 자료들을 챙기고 나니
이 밤이 또 훌러덩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