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2.불날. 흐림

조회 수 1149 추천 수 0 2011.12.05 02:26:20

 

 

 

서울은 본 사람도 없는 첫눈이 다녀갔다 하고,

대해리는 흐렸습니다.

해건지기: 대배 백배와 선정호흡

 

내일은 특수아들이 하는 재활승마를 돕고 부모 상담자리에도 가야 해서

특수교육 개론서들을 처음인 양 봅니다.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이 또 있습니다.

‘처음’, 그거 퍽 중요하지요.

늘 하는 건데도 마치 낯설게 보기를 하고 있으면

새로운 발견들이 거기 있습니다.

수행도 그렇지 싶습니다.

날마다 ‘처음처럼’, 하고 절을 하고 호흡하고 있으면

새벽에 들리는 풍경소리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와이퍼가 애를 먹였던 터라 정비소에 갔다가

정기점검도 해야 해서 그만 종일 묶였더랍니다.

학교에서는 온 하루 은행을 주웠더라지요.

다행히 정비공이 선뜻 자신의 차를 내주어

필요할 때마다 나가서 읍내 일을 보고는 하였습니다.

도서관에서 필요한 자료들도 챙기고,

아이의 노트북도 서비스센터에 맡기고,

필요할 때마다 충전하여 쓰던 손전화도

아예 일반 손전화로 새로 신청을 하고,

새끼 셋을 거느린 장순이 영양을 위해 고단백 사료도 한 자루 사고...

 

아이에게 격하게 야단을 칠 일이 있었지요.

어느새 그렇게 심하게 마음을 긁은 것이 무엇 때문인지도 잊건만

그 순간은 굉장한 화를 동반합니다.

자주 오른 어깨에

스승을 혹은 좋은 빛을 아니면 우주의 기운을 얹고 다니는 상상을 합니다.

그건 자신의 행동을 바로 잡아주는 채찍이 되고는 하지요.

그런데도 이 모양이랍니다.

인간은, 아니 나는, 얼마나 잔인한지

힘없는 자식에게 나는 얼마나 쉽게 모진 말을 휘두르는지...

스승 혹은 파수꾼이 보고 있는데도 이 모양이니

수행, 또 수행이 있어야 하다마다요.

끊임없이 추락하려는 내 마음이려니,

오죽했으면 득도한 고승들도 깨달음을 유지하기 위해

수행하고 또 수행했을라나요.

 

아주 늦어서야 돌아옵니다.

“집 밥 먹자!”

아이가 그렇게 저녁을 미루었더랬지요.

그래요, 집 밥 먹고 싶었습니다.

바깥에선 아무리 맛난 걸 먹어도 먹을 땐 맛있는데,

먹고 난 뒤 꼭 속이 불편합니다.

하여 우리는 바깥에서 한 끼를 먹고 나면

꼭 집 밥 먹고프다 노래 부르지요.

그리고 밥을 먹는 산골의 밥상이 그럴 수 없이 행복하답니다.

설거지를 하고 나니 10시가 다 돼 있었네요.

 

시계는 어느새 새벽 3시를 가리키고,

벽 너머 비 내리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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