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마지막 흙날엔 우리 아이들이 집을 갑니다.
이번 참엔 마침 계절학교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어
나무날인 오늘 학교를 나서게 되었지요.
"아무래도 말릴 일이 걱정이다, 날이 이래서."
검도복 말릴 일을 걱정하니
저들 것 저들이 빨아온다는데
남은 것도 걱정이다 하니
너도 나도 하나씩 더 안고 갑니다.
비닐이 넉넉히 있을 리 없는 이 곳이니
보따리를 안고 가는데...
"신발이나 좀 갈아신지."
게으른 한 녀석은 기어코 슬리퍼를 신고 나서고
"고새 더러워졌네, 옷도 좀 갈아입지 그러니?"
집에 가서 다 빨면 된다 합니다.
아이구, 시골 아이들의 서울상경,
그것도 한 70년대 풍경쯤이겠습니다.
보는 저들 에미 애비 마음 어떨까 모르겠데요.
가방도 따로 봐주지 않았는데,
이것저것 쑤셔 넣었을 게 뻔합니다.
그러다 알게 되겠지요,
들고 갈 필요가 있겠다 없겠다 가릴 날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