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 그럼 쉬고

조회 수 2024 추천 수 0 2004.07.04 23:29:00

< "그래? (그럼)쉬고" >

아이들이 집에서 돌아온 날은 목소리들이 조금 높습니다.
서울에서 오는 패들이 워낙에 한밤에 닿으니
얼굴을 다 보는 아침은 더하지요.
샘들도 반가움으로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습니다.
누가 보면 마치 석달 열흘만에 본 줄 알지...
우리 도형이 목소리는 평소에도 다른 아이보다 조금 높은 음인데
어, 오늘은 좀 이상합니다.
아마 잠이 덜 깬 모양이라고 슬쩍 놀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목소리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지요.
아침 때건지기를 하고 아침 설거지들이
누가 상을 닦고 비누칠을 누가 하며 따위로 부산했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돌아가며 설거지를 하고 있으니까요,
류옥하다가 도형이 형아한테 다가갑디다.
"나 열나서 설거지 못하겠어."
그런데 우리의 도형 선수,
"그럼 누가해?"
"다음에 두 번 해야 돼."
했다면 제가 이 글을 쓰고 있겠어요?
아주 흔쾌하고 짧게 한 마디를 던지데요.
"그래? (그럼)쉬고."
우리 모두 눈이 댕그레졌지요.
"아무래도 잠이 덜 깬 게 맞아..."
아, 그런데 도형이는 충분히 잤더랍니다.
아이들은 그 때부터 일곱 살짜리 루옥하다의 설거지 차례를 탕감해주기로
도형이를 비롯해 의견을 모았거든요.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성큼성큼 자라고 있답니다.

참, 오늘은 아침녘 아이들이 진흙 공장을 차렸고
또 다른 아이들이 그 진흙을 사다가 집을 짓고 성을 쌓았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74 대해리 미용실 옥영경 2003-12-26 2007
173 10월 13일 물날 맑음, 먼저 가 있을 게 옥영경 2004-10-14 2007
172 2008. 5.4-5. 해-달날. 비 간 뒤 맑음 / 서초 FC MB 봄나들이 옥영경 2008-05-16 2007
171 2011. 1.22-23.흙-해날. 맑음, 그 끝 눈 / ‘발해 1300호’ 13주기 추모제 옥영경 2011-02-02 2008
170 2005.12.19.달날.맑음 / 우아한 곰 세 마리? 옥영경 2005-12-20 2009
169 불쑥 찾아온 두 가정 2월 19일 옥영경 2004-02-20 2012
168 6월 15일,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20 2018
167 아흔 다섯 번째 계자, 6월 25-27일 옥영경 2004-07-04 2019
166 12월 21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22 2019
165 39 계자 엿새째 1월 31일 옥영경 2004-02-01 2023
164 2007.11.10.흙날. 썩 맑지는 않지만 / 지서한훤(只敍寒暄) 옥영경 2007-11-19 2023
» 6월 28일, 그럼 쉬고 옥영경 2004-07-04 2024
162 2005.10.29.흙날.맑음 / 커다란 벽난로가 오고 있지요 옥영경 2005-11-01 2029
161 2009. 7.13.달날. 지난 밤 큰비 다녀가고, 두어 차례 더 옥영경 2009-07-30 2029
160 122 계자 여는 날, 2007.12.30.해날. 눈 옥영경 2008-01-02 2031
159 8월 23일, 류기락샘 출국 전날 옥영경 2004-08-25 2035
158 39 계자 아흐레째 2월 3일 옥영경 2004-02-04 2041
157 124 계자 사흗날, 2008. 1.15.불날. 맑음 옥영경 2008-02-18 2043
156 39 계자 나흘째 1월 29일 옥영경 2004-01-31 2044
155 일본에서 온 유선샘, 2월 23-28일 옥영경 2004-02-24 205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