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 그럼 쉬고

조회 수 2015 추천 수 0 2004.07.04 23:29:00

< "그래? (그럼)쉬고" >

아이들이 집에서 돌아온 날은 목소리들이 조금 높습니다.
서울에서 오는 패들이 워낙에 한밤에 닿으니
얼굴을 다 보는 아침은 더하지요.
샘들도 반가움으로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습니다.
누가 보면 마치 석달 열흘만에 본 줄 알지...
우리 도형이 목소리는 평소에도 다른 아이보다 조금 높은 음인데
어, 오늘은 좀 이상합니다.
아마 잠이 덜 깬 모양이라고 슬쩍 놀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목소리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지요.
아침 때건지기를 하고 아침 설거지들이
누가 상을 닦고 비누칠을 누가 하며 따위로 부산했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돌아가며 설거지를 하고 있으니까요,
류옥하다가 도형이 형아한테 다가갑디다.
"나 열나서 설거지 못하겠어."
그런데 우리의 도형 선수,
"그럼 누가해?"
"다음에 두 번 해야 돼."
했다면 제가 이 글을 쓰고 있겠어요?
아주 흔쾌하고 짧게 한 마디를 던지데요.
"그래? (그럼)쉬고."
우리 모두 눈이 댕그레졌지요.
"아무래도 잠이 덜 깬 게 맞아..."
아, 그런데 도형이는 충분히 잤더랍니다.
아이들은 그 때부터 일곱 살짜리 루옥하다의 설거지 차례를 탕감해주기로
도형이를 비롯해 의견을 모았거든요.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성큼성큼 자라고 있답니다.

참, 오늘은 아침녘 아이들이 진흙 공장을 차렸고
또 다른 아이들이 그 진흙을 사다가 집을 짓고 성을 쌓았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34 운동장 또 한 겹 입히다, 4월 13-14일 옥영경 2004-04-27 1485
6533 4월 14일 물날, 김태섭샘과 송샘과 영동대 레저스포츠학과 옥영경 2004-04-27 1680
6532 4월 15일 나무날 총선 투표하고 옥영경 2004-04-28 1471
6531 4월 16일 쇠날, 황성원샘 다녀가다 옥영경 2004-04-28 1431
6530 4월 15-17일 처마 껍질 옥영경 2004-04-28 1497
6529 4월 17일 흙날, 황갑진샘 옥영경 2004-04-28 1561
6528 물꼬 노가대, 4월 17일 흙날 옥영경 2004-04-28 1623
6527 품앗이 최재희샘과 그의 언니네, 4월 17일 옥영경 2004-04-28 1528
6526 4월 18일 해날, 소문내기 두 번째 옥영경 2004-04-28 1377
6525 4월 19일 달날 아이들 집 댓말로 바꾸다 옥영경 2004-04-28 1489
6524 4월 20일 불날 잔치 앞두고 옥영경 2004-04-28 1482
6523 4월 21일 문열던 날 풍경 - 하나 옥영경 2004-04-28 1591
6522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둘 옥영경 2004-04-28 1473
6521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셋 옥영경 2004-04-28 1594
6520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넷 옥영경 2004-04-28 2305
6519 4월 22일 나무날, 봄에 떠나는 곰사냥 옥영경 2004-05-03 1717
6518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216
6517 5월 2일, 룡천역 폭발 사고를 놓고 옥영경 2004-05-07 1554
6516 5월 2일 해날, 일탈 옥영경 2004-05-07 1512
6515 5월 4일, 즐거이 일하는 법 옥영경 2004-05-07 159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