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 8.나무날. 진눈깨비

조회 수 1147 추천 수 0 2011.12.20 11:47:41

 

대배로 아침 해건지기.

겨울 더 깊어지면 아침 수행도 쉽지 않으리라,

아직은 할 만하니 고마울 일입니다.

 

이른 아침, 소사아저씨는 닭을 잡습니다.

해마다 이즈음에 하는 일이지요.

혹여 혐오감이라도 일으킬라

사람들 눈 뜨기 전 이미 다 손질해서 다듬어져 있었습니다,

칼도 갈아두셨습니다.

칼이 잘 들어야 부엌일이 수월타,

광평 가서 일하면 그게 젤루 좋더라 노래 불렀더니

소사아저씨 칼을 죄 꺼내 그리 하셨습니다.

부엌에서 잠깐잠깐 야스리(이게 ‘줄’이라고 부르면 또 실감이 덜한)라는 것으로 갈아 쓰다가

일하기가 아주 좋았지요.

 

아침을 먹고 장독대 항아리들을 닦고

‘무식한 울어머니’ 기차타고 오신다 하기 모시러 나갑니다.

눈이 묻어오는 하늘이더니 읍내는 잠시 해 비치고 있었지요.

고추 빻고 빠진 장 보고

돌아오니 아이는 제 할 일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무를 씻어두고 목공실을 대충 정리해두었지요.

거기 중앙에 옮겨둔 평상에 배추를 씻어 건져둘 것임을

몇 해의 움직임으로 그도 아는 게지요.

 

점심을 먹을 참에 전영호님과 최효진님 오성택님이 오셨습니다.

누전차단기가 내려진 곳이 있는데 혹여 살펴봐줄 수 있겠냐,

통화하던 참에 흙집과 아이들뒷간 전기가 문제라 도움을 청한 지난 주였더랬지요.

어제쯤 올 수 있겠다 했으나 소식 없기 잊었나 했는데,

이것저것 연장을 챙겨 우르르 온 거였지요.

폐될까 점심도 먹고들 왔다 했으나 잠시 같이 밥상에 앉았습니다.

겨울 들머리

건물 둘레에 치는 비닐들도 이 식구들이 챙겨주었더랬지요.

환풍기 연결선이 문제였다 합니다.

지난 여름 오달지게 더웠던 때

사람들이 찜통 공간에서 한 일이라 그리 되었던 모양입니다.

드디어, 불 들어 왔습니다!

여기 전기가 들어와야 또

보일러 뒤란 물이 얼지 않도록 조처해둔 열선을 연결할 수가 있게 되지요.

날은 어는데, 마음 졸이던 참에 고맙습니다.

어둑해지며 진눈깨비 날리는 찬 날, 정말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그런데도 김장이며로 부산스러워

가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냈네요.

일 좀 수습되면 연락들 드려야지요.

이번 주에 다녀가리라던 전기기사는

일이 다 끝난 저녁에야 전화 들어왔더랍니다요.

 

박시영님 방문도 있었습니다.

교문 현판구조물이 전체적으로 쏠리고 있었지요.

조금 부실했던, 그래도 견뎌주리라 하며 댄 부속품이

아무래도 힘에 부쳤던 모양입니다.

소사아저씨와 아이가 우선 양쪽으로 있는 감나무에다 빨랫줄로 연결해두어

임시방편은 되었는데,

사정을 둘러보고 다음 주 부품 챙겨와 하신댔지요.

오신 걸음에 흙집에 달 문에 대해 조언도 구합니다.

그예 내 손으로 하고 말리라는, 올해 제 최대 숙원사업.

“문은 전문가도 맨 마지막으로 익히는 기술인데...”

이런! 하여 기성문을 쓰기로 했고, 보다 못한 시영님,

알아볼 곳을 연결해주며 손을 보태주기로 하셨습니다.

일이 구체화될수록 겁이 나고 있다가

내 손으로 문달기는 꽃피는 봄 오면 간장집 만으로 충분하다 하고

기성문을 고쳐 쓰기로 하였답니다.

문짝 들어오면 현판일을 같이 묶어 하기로 했지요.

 

바깥 씻는 곳에서 배추를 절이기 시작합니다.

비닐 쳐서 바람 들지 않아 일하기 수월습니다,

김장 맛있으라고 진눈깨비 날리는데도.

지난 해 어머니 일러두고 가신 일을 소사아저씨와 아이가 잊지 않고

비닐을 쳐두었데요.

미리한 준비들로 일이 수월한 게지요.

계자도 그럴 수 있도록 하리라 합니다.

“일도 이리 같이 해야 즐겁지.”

어디 못해서 못하나, 하려 들면 또 하리.

그러나 홀로 하면 얼마나 힘이 겨울꼬,

‘무식한 울어머니’ 오실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하십니다.

모두 모여 절여 즐거웠습니다.

“하다 저게 용타.”

손주를 보며 어머니 또 그러셨습니다.

저 아이 없으면 이 많은 일 못해내지요.

올해는 200포기.

 

동치미도 한 항아리 담습니다.

얼어있는 동치미 떠다 먹는 재미도

겨울날 크리라 하지요.

아이들과 하나씩 할 일이 느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간장집 불을 때고 식구들을 올려 보냅니다.

부엌 뒷정리며 다 끝내니 어느새 자정.

홀로 하는 느낌으로 하기,

이번에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해 어머니 오셔서 손을 보태셨습니다.

워낙 일을 쉬 하시고 잘 하시니 저는 그저 바라지로 밀리기 마련인데,

언제까지 그리할 수 없지요.

김장이며 장류 일들을 전체적으로 가늠하려 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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