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0.흙날. 눈발

조회 수 1113 추천 수 0 2011.12.20 11:49:53

 

까치가 추운 날이라 전갈하는 아침입니다.

김장 사흘째, 절였고 뒤집었고 건졌습니다.

오늘 속을 마련해둘 테고, 메주를 쑬 것이며

내일은 아침부터 김치 속을 넣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김장이라 함은 장류를 함께 하는 것이고

한해 내 밀쳐둔 부엌의 큰일들을 하는 때를 이릅니다.

강추위랬는데, 바람 없고 일하기 수월합니다.

고마운 하늘입니다.

기적 같은 삶의 나날들!

 

간장집 아이방 문틀을 수리합니다.

미닫이 문짝 하나가 위쪽에서 맞물리지 않고 크게 벌어져있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커튼이라도 달아줘야지 하다

또 한동안 쓰지 않으면서 미루었다가

겨울 닥쳐서는 다른 일에 또 밀리다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며칠 전부터 어찌할까 고민이더니

어제는 나무에 조그맣게 홈을 파고 자석을 달아 서로 붙게 해야겠다 했는데,

간밤 불현듯 다른 방식이 생각났더랍니다.

아, 그예 했습니다!

공방에서 조각나무들이 실려 온 것이 있었고,

그 가운데 적절한 크기의 조각을 찾고, 거기 맞는 적당한 크기의 못도 마침 있어

문 위쪽을 밀어 넣으며 고정틀처럼 박았더니 맞춤하였지요.

고마웠습니다.

 

부엌 뒤란 가마솥과 간장집 가마솥,

아래위로 콩을 동시에 삶습니다.

올해는 두 말입니다.

여러 시간 퉁퉁 불렸다 하면 삶기 편할 것이나

그러면 맛이 덜하다 하여 새벽에 씻은 것을 아침 절부터 뭉근한 불에 삶습니다,

연한 초컬릿 색이 될 때까지.

그리 고솜할 수가 없었지요.

콩을 별로 즐기지 않는 아이까지 집어 먹고 또 먹습니다.

그 콩 으깨 메주를 쑤어

고추장 집에 짚을 깔아 옮겼습니다.

“내 몸무게가 쓰일 데도 있네.”

자루에 든 삶은 콩을 아이가 아주 신명나게 밟았더랬답니다.

10월 하순이나 11월 초순이면 양지바른 곳에서 한 이틀 말릴 것이나

얼지 몰라 방안에서 말리지요.

일부 콩은 바구니에 짚 깔고 놓아 청국장을 띄웁니다.

짠 된장에 바로 섞어 먹을 것도 한 대야 띄웠습니다.

고추장도 간을 보며 마저 마무리 지었고

(올해는 말린 메주가루 없이 그냥 했습니다),

남은 무들은 무말랭이거리로 썰어 널었지요.

썬 무는 가을볕에 말려도 나무랄 데 없지만

서리 맞춰가며 얼고 녹기 반복하며 말리면 그것도 별미랍니다.

장독대 묵은 장들도 정리하고

효소 장독들도 통합정리한 뒤 씻어 말리고,

그리고 김장 속 준비도 하였답니다.

 

참, 기락샘 일본에서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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