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하늘입니다.

멀리 눈 내리는가 보일락 말락 눈싸라기 풀풀거리기도 한데

날은 시리지 않았습니다.

 

김장 나흘째.

고추장도 메주도 청국장도 요 때 다 하니 여러 날입니다.

하루 절이고 하루 물 뺀 배추 200포기,

이른 아침부터 속을 넣지요.

다싯물 내고 고춧가루 풀어둔 것에

배추에 들어가는 속채소들을 한꺼번에 다 섞기보다

따로 간물에 살짝 굴려 건져서

넣기 직전 따로 가볍게 양념에 묻혀 일일이 속박았습니다.

어머니, 가셔서 또 거기 김장하신다 하기

더 뽑아둔 배추들 있어 좀 더 하기로도 합니다.

어머니가 해마다 해서 김치냉장고 채워주는 아이 외삼촌네도 나누고

어머니댁도 좀 덜어 드리지요,

그래도 가셔서 하긴 해야 하나 양이라도 좀 줄여드리자 하고.

남은 양념으로 황간 점순샘 댁에서 빼내준 알타리로 총각김치도 머무리고,

무김치도 한 항아리 담았답니다.

밤늦도록 한다 했으나 손들이 빨라 저녁 밥 때에 끝이 났네요.

 

면소재지 잠깐 다녀옵니다.

김치를 나눠주자니 김장봉투가 또 필요했던 거지요.

이웃 윤숙샘을 만났습니다.

같이 모임을 하며

뭔가를 나눌 일이 있으면 여기 식구 많다고 늘 뭐라도 더 챙겨주는 당신입니다.

“전화하지!”

김장한다 하니 그거 어찌 다 하고 있냐고,

얼마나 애를 먹겠냐며 말 안 해주면 모른다고

요새 바쁠 것도 없는데 연락하지 그랬냐 소리하십니다.

고마웠지요.

“배추는?”

황간서 얻어다 보태서 했다하니 거기 배추 가져가지 그랬냐고도 하셨습니다.

말품에 대해서 생각했지요.

말이라두요, 얼마나 고마운지요.

할머니 약을 사러 잠깐 들린 약국,

약사님은 또, 요새 어디 사세요 합니다.

“아니, 집이 여긴데 어디 살아요. 대해리 늘 살지.”

“왔다 갔다 하신다고 들어서...”

여기 내 살아도 사람들한테는 이적지 늘 서울사람입니다요.

이러니 외지에서 시골 마을에 뿌리들 내리기가 쉽잖을 밖에요.

 

묵은 된장 항아리들을 정리하고

고추장을 곳곳에 담습니다.

보낼 곳들도 있고, 계자에서 꺼내먹기 좋게 준비도 하고,

여름을 잘 나기 위해 일찌감치 단도리를 해두기도 하고.

청국장은 하룻밤 더 띄워얄 테지요.

 

계자를 위한 교사들의 연락입니다.

붙박이 인력이 거의 없는 곳이니 샘들 드나듦이 많지요.

계자 직전에 전체를 조직하는 일은 중앙에서 할 가장 큰 일입니다.

지난 여름은 예비교사모임 하나와 서울대 친구들이 집중적으로 붙더니

이번에는 교원대 한 교육분과원들이 같이 꾸려보기로 합니다.

며칠 연락 더디더니 서로들 조율하느라 그리 되었다지요.

고마울 일들입니다.

 

수행모임을 함께 하는 어르신 한 분이 글 하나 보내주셨습니다.

 

행복경(숫따니빠다)

 

나는 이렇게 들었다.

 

어느 때 스승은 사위성의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셨다.

어느 날 밤 한 신이 기원정사 전체를 비추면서 나타났다.

신은 부처님께 가까이 와서 인사를 한 다음 옆에 섰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저 수많은 신들과 인간들은 축복을 원하며,

또 행복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최상의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어리석은 자들을 가까이하지 않고 현명한 사람들과 친교를 맺는 것,

그리고 존경 받을 만한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거니.

 

알맞은 장소에 살며 좋은 일을 앞질러 하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을 갈고 닦기에 온 힘을 쏟는 것,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거니.

 

학문이 깊으며 기술을 익히는 것,

몸을 잘 다스리고 말을 훌륭하게 하는 것,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거니.

 

부모를 섬기고, 가족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것,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거니.

 

형편 따라 남을 도우며 올바르게 사는 것,

친지들을 아끼고 보호하며 남에게 비난을 살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거니.

 

죄악과는 영원히 결별하며

술을 절제하고 덕을 쌓기에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거니.

 

존경과 겸손, 만족과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알맞은 때에 진리의 가르침을 듣는 것,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거니.

 

인내력을 기르고 말을 부드럽고 온화하게 하는 것,

수행자들을 두루 만나며

알맞은 때에 진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거니.

 

고행과 순결, 그리고 진리에 대한 통찰력과 체험,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거니.

 

세상살이에 뒤섞일 때조차 그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슬픔과 더러움으로부터 벗어나서 안정돼 있는 것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거니.

 

이렇게 꿋꿋이 걸어가는 사람은 그 어떤 경우에도 패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곳에서 편안을 얻게 되나니

그 속에, 그 편안 속에 행복이 있음이여.”

 

사두 사두 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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