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7.흙날. 흐림

조회 수 1160 추천 수 0 2011.12.24 02:50:20

 

날 흐리고, 얼어붙은 세상이었습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오늘입니다.

그러나 바람 없어 지낼 만합디다려.

오늘부터는 된장집서 자기로 합니다.

집중과 분산이지요.

겨울이니 집중입니다.

 

오늘은 상상아지트 안을 청소했습니다.

겨울에 당장 쓰일 곳은 아니나

아이들 맞자면 구석구석 가지런함이 필요하지요,

그래도 윤이 나기야 어렵지만.

거기 아직 올해 이곳을 쓰고 있던 한 이웃의 짐으로도 너저분했는데,

잘 정리해두었습니다.

마음도 덩달아 그리 함초롬해지는 거지요.

 

나무배도 뜯습니다.

우리 마당에 사공이 많아 산으로 온 배가 있었더랬지요,

재주 많은 한 학부모가 만들어 꼭 한번 물에 띄워졌던.

그리고 마당가에 아이들 놀이터 하나였더랬습니다.

그러다 짐짝이 되기 수년,

엎어놓은 지도 오래였지요.

아이랑 소사아저씨가 간장집 땔감으로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저 건너 집 하나 지어졌습니다.

오늘 집들이.

고생만 하다 살만해지니 떠난 아저씨가 젤로 그리울 겝니다.

아들이 지어줬다 하니 아주머니 얼마나 마음 포실할지요.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이 빙판이라 겨울은 어찌 지낼지가 걱정인데,

하여 아주 이사는 봄 지나 할 거라는데,

그 빙판에서 눈썰매 타던 물꼬 놀이터는 이제 어쩌지요...

 

춤명상이 있었습니다.

퍽 오랜만에 한 자리였습니다.

무려 이십여 년 전부터 물꼬를 알았던 이도 만났습니다.

그리 시간이 흘렀더랍니까.

양평의 한 범종교공동체가 전소되었다는 소식도 닿았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초기 수도회 모습으로 건강하게 살아들 가고 있었습니다,

세계 분쟁지역을 도우며.

‘무식한 울어머니’ 늘

악한 끝은 없어도 선한 끝은 있다시더이다.

선한 길이었으니 잘 수습이 될 겝니다.

기도합니다.

 

유진샘이 전화 넣었습니다.

“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에게 자주 물꼬가 그런 곳이니 고마울 일입니다.

첫 계자에 대해 얘기도 나눕니다.

정월 초하루에 시작하는 날짜가 여러모로 걸리는 까닭인지

언제나 아이들이 가장 많은 첫 일정인데,

취소해야 하는 걸까, 하는 정도까지 고민이 있었더랍니다.

두 번째 일정이야 예년 수준이구요.

“하려구! 악상황을 감추기보다 노출시키는 게 전략일 수도 있다 싶어.

상황이 이렇지만 한다, 그렇게 전화들 넣고,

오는 길이야 버스 대절 대신 택시로도 가능할 테고,

오는 샘들 만나는 재미에다

새로 오는 사대생들이랑 좋은 토론의 시간도 될 테고,

밥바라지 오는 선정샘네랑 맞아 즐거운 시간도 되고,

아이들에겐 방학에 외가 오는 분위기로 더 진한 시간이 될 수 있을 테고...

말하다 보니 정말 해야겄네!”

계자의 큰 덩어리와는 다른

오붓하고 따듯하고 색다른 즐거움이 있는 시간이 될 겝니다.

생각하니 신이 나는 걸요.

 

소사아저씨가 자리끼를 챙겨주셨습니다.

이 어른이 학교를 지켜온 지 9년차입니다.

물꼬가, 제가, 퍽 복이 많습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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