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한파!

바람 많은 아침, 대배로 엽니다.

예년 같으면 섣달엔 수행을 쉬었을 것입니다.

수행방이 좀([조옴]) 추워야 말이지요.

하지만 이번 겨울은 해보고 있습니다.

그것조차 않는다면

산골 사는 우리들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을 것이냐며...

 

1월 1일로 시작하는 149 계자를

결국 진행키로 최종 결정을 내리고 나자

이동수단을 챙겨야했지요.

여행사에 전화 넣습니다.

“올 겨울도 두 차례 하기는 하는데...”

150 계자야 원래 규모대로이니 해오던 대로 하면 되는데,

149 계자는 다른 이동 수단을 생각하고 있다 고민도 나눕니다.

“교장선생님, 뭘 그리 고민하세요. 제가 해드릴게.”

아, 상무님, 물꼬 논두렁이기도 하신 당신은

늘 역에 나와 아이들 가방 다 실어주고 버스를 떠나보내 주십니다.

회사에 15인승 규모가 있으니 그걸 당신이 끌고 오고가면 된다고,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자원봉사하마셨지요.

기적입니다!

택시로 움직일까,

아니면 제가 끄는 차랑 학부모 차 한 대랑 움직일까,

고민하고 있던 참이랍니다.

고맙습니다.

이러니 어찌 물꼬 일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청소년 계자 장을 하루 일찍 보러 나가려 합니다.

아이들 계자도 그럴 것입니다.

일정 시작 하루 전에 다녀오니 아무래도 마음 더 바쁘고,

전날에 안에서 움직여야 빠지는 일들을 더 잘 챙길 수 있겠다 싶었지요.

진즉에 하지 못했던 생각도 아니나

그게 참 일정에 그리 밀려버리고 맙디다.

올해는 성공하려구요.

장을 보자면 부엌 재고 정리가 제대로 되어야지요.

간장 된장 고추장, 그리고 고춧가루와 콩이야 우리 거둔 것들 쓸 것이지만

사들여야 하는 것들도 만만찮고

그걸 또 규모 있게 챙겨야 곳간을 요령 있게 잘 쓸 수 있을 테지요.

부엌요리물품들 정리하러 가는 길,

부엌 곳간과 가마솥방에 뒤섞여있는 물건들이 눈에 뵙니다.

그것부터 치워내야지요.

눈에 보이는 것 바로 바로 하기!

밀쳐두는 순간 계자에 밀려 결국 속만 태우고 해를 넘기기 쉽상입니다.

청소도구도 확인해야지요.

도구함을 열러갔다가 그 앞에 쌓여있는 물건들을 또 봅니다.

“왜 이렇게 쑤셔 넣는 거야?”

바쁘니 그랬을 테고, 그러다 잊었을 테고,

혹여 그냥 스쳐가는 인연들로서는 무책임해서 그랬기도 했을 게고...

역시, 바로 치우기!

요새 하는 훈련이지요.

그리고, 다시 손 안 가게 하기!

생활하며 얼마나 외면한 일이 많았던지요.

 

그러는 사이 소사아저씨와 아이는

흙집 창문을 안쪽으로 단단히 막습니다.

거기 다시 비닐을 치지요.

다음은 목공실로 이동하여 안에서 김치장독 위를 가릴

이엉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답니다.

 

몇 가지 미리 보는 장; 읍내 나갑니다.

마침 전화기에도 문제가 생겨 고치러 갑니다.

철물가게를 들러 제설작업도구며 수레며 청소도구며들을 사고,

농협마트에 들러 먹을거리 좀 사고,

도서관으로 가 책도 반납하고,

어둑해지는데, 황간 광평농장으로 이동하지요.

거기도 널린 일들로 어둡고 추운데 부산스러웠습니다.

닭장을 더 늘리고 있었고,

하필 콘크리트 작업을 오늘 했더라니

그걸 얼지 않게 또 조처해야했던 거지요.

몸 빠르게 몇 걸음이라도 돕고

사과와 사과즙을 실어옵니다.

면소재지에서 떡집에 맡긴 가래떡과 떡볶이떡도 찾고,

그제야 귀농모임 송년회.

 

2시간이나 늦었는데,

어르신들이 다들 가시지 않고 얼굴 보자 기다려주셨습니다.

그냥 가기 섭섭하여

양말 한 켤레씩 엮어드렸지요.

그것으로 마음들 푹해 하셨더이다.

“고향인데도 내가 얼마나 서러웠다고...”

외지에 살다 들어와 농사짓는 한 분이 지나간 날들을 그리 읊으셨습니다.

“그러니 외지에서 들어온 젊은 여자가 살아가기 얼마나 서러웠겠어!”

저도 빽 했지요.

그랬겠다, 그랬겠다 다들 위로 주셨네요.

지난 시간, 그렇게 마음 붙이게 해준 귀농 어르신들이셨습니다.

이곳이 고향이신 분들이라

제가 곁살이하기에도 마음 든든하였더랍니다.

 

아이가 며칠을 허리 아프다 낑낑대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파스를 붙여봅니다.

어미 하는 일을 따라 갔다가

지난번 말 타고 질주했던 상황이 아무래도 무리였지 않았나 싶은데,

다행히 그 까닭이었음 좋겠습니다.

또 언제 병원을 다녀올지요, 여기 몸 한 번을 빼기 어려운 날들이라,

읍내 나가면 하루해가 꼴딱이니...

 

3시 넘어 교무실을 나섭니다,

눈 나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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