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바람으로 새벽을 엽니다.

어제 동지한파에 이어 이틀 내리 기승이라는 강추위!

대배 백배로 해건지기.

종교는 마음을 돌보는 것이라던 달라이라마의 말이

어디 종교에서만 그러할지요.

수행 역시 어디 종교인에게만 의미 있겠으며,

보리심을 키워가는 일이 역시 어디 불가에서만 그리해야 하는 것이겠는지요.

우리 삶이 모두 그러해야 할지니...

 

아침, 해 더딘 산마을입니다.

수행 뒤의 고마운 아침 나눔이었습니다.

“아이들도 태어나 저마다 자신의 길을 가요.

부모가 자꾸 막아버리니 문제지...”

소사아저씨도 한 말씀 하십니다.

물꼬, 우리도 우리의 길을 오직 갑니다.

물꼬의 길이 있을지니...

 

청소년 계자를 위해 어제 미리 장을 보았더니

안에서만 움직여도 되어 한결 수월합니다.

일은 어찌 이리도 꼬리를 문답니까.

그래도 다른 일이 아니라 아이들 맞이이니 신나지요.

하나씩 쌓인 문제를 걷어가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종종거리며도 즐거운!

 

부엌 곳간 청소를 합니다.

청소를 하다보면 쑤셔 박은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오고간 이들이 쓴 마음의 흔적들도 보지요.

고맙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남습니다,

설혹 세상을 떠나도.

흙으로 얼룩진 바닥을 여러 차례 닦아내고

교무실 쓰레기들도 분류해서 냅니다.

 

박시영샘이 손 보태기로 해서 흙집 현관문을 답니다.

거기 휑한 채 두 차례의 겨울을 보냈고,

더는 볼 수 없다고 내 손으로 하리라 올해 숙원사업으로 삼았다가

결국엔 그가 합니다.

요새 가평으로 영동으로 장흥으로 먼 동선을 그리는 중에도

선뜻 맘 내고 달려와 주어 고맙습니다,

내 손으로 하는 문은 간장집 부엌문으로 남기고.

류옥하다가 뒷배로 붙어 바라지를 하지요.

저녁을 먹고 한참을 좀 둘러앉았습니다,

목조건축 공동체 쪽과 물꼬의 움직임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누고.

정신없이 바쁜 줄을 알면서도 덕분에 좀 쉬어라는 배려였을 겝니다.

할 일이야 태산이었으나 그리 잠시 엉덩이 좀 붙였지요.

아이는 그 참에 공부하는 시간 좀 벌었더랍니다.

내일 오전에 좀 더 움직이자 하지요.

 

약품을 사들여야 하는 것도 있지요.

대부분은 예서 대체의학으로 치료합니다만,

만약을 대비해서 해야 하는 준비입니다.

손을 덜자 하지요.

미리 들어오는 새끼일꾼 경이에게 목록을 보냅니다.

몇이 며칠 전 미리 들어와 계자 준비위를 꾸리자 제안했던 그이고,

28일들 들어오기로 했더랍니다; 휘령샘, 진주 형님, 경이 형님.

 

또 세 시가 넘어가는 밤,

글 좀 쓰고, 메일들 보내고,

눈바람 일고 있는 마당을 건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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