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7.나무날. 맑음

조회 수 1110 추천 수 0 2012.01.03 22:07:07

 

날 좀 풀렸습니다.

대배 백배와 선정호흡으로 수행까지 하고 나니

겨울 아침 열기가 훨 수월합니다.

 

유리창 몇 장이 깨진 곳도 눈에 듭니다.

“이거, 일은 많고 돈은 얼마 안 되고...”

이태 전 25장의 유리를 끼우면서도 그리 말했으니

몇 장 때문에 읍내에서 사람이 예까지 올 수는 없을 겝니다.

비닐을 붙이지요.

붙여놓고 보니

교실의 복도 쪽 창이라 바람 걱정 않아도 되어 나무랄 데 없습니다.

목공용품 재고도 확인하지요.

지난 여름 셋 밖에 없어 뚝딱뚝딱교실을 맡은 이가 마련해달라던 톱이

온 학교 뒤져 열도 더 나왔습니다.

채우는 것도 채우는 거지만 역시 물건은 관리의 문제입니다.

김칫독 지붕 이엉도 드디어 이었습니다.

무말랭이 거둬들여 곳간에 쟁이기도 하였지요.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어느 틈에 바싹 말라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뭔가 끝이 나고...

우리 생도 그럴지니...

 

가마솥방 찻장을 정리하다가 작은 상자에 붙어있는 메모 하나 발견.

상자는 어느새 비었으나 글이 아직 거기 있었지요.

‘계자하시는 샘들께.

계자를 하시다보면 잠이 많이 부족하실 거예요. 그래서 아이스티와 커피를 구비해 놓았어요.

그런데 계자 초반부터 많이 드시면 후반에 정말 힘들 때 모자르게 됩니다. 그러니 본인이 판단하셔서 적당히 배분해 드세용.’

이 이쁜 메모지의 주인공은 새끼일꾼 연규이려나요.

새끼일꾼, 그네들이 이렇습니다.

세상 일 아무것도 모르고 배려도 서툴고 관용도 어려운 제게

그걸 가르쳐준 이들이 물꼬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물꼬에 삽니다,

물꼬를 지킵니다.

 

유설샘네에서 보낸 선물이 닿았습니다.

산골에 사는 아이를 위한 모자와

의미 있는 달력을 보내왔지요.

그들 혼례에 주례를 서고, 아이가 태어나고,

새해엔 다시 한 아이가 세상으로 올 것입니다.

각별한 인연, 그리고 늘 마음씀, 고맙습니다.

 

동물매개치료센터에서 반가운 소식도 닿습니다.

지난 가을학기 장애재활치료를 익히고 돕던 공간입니다.

말이 새끼를 낳았다지요.

그곳 사람들도 전혀 모르게 있다가 성탄에 새끼를 받았답니다.

이 산골에 먼저 연락 주셨습니다.

어디고 고마울 일들입니다.

어딘가에선 나고 어디엔가에선 떠날 테지요...

 

교무실.

도 교육청에서 지역단위로 공문이 보내졌고,

다시 지역의 대안학교들에 공문이 닿았습니다,

재정현황, 운영현황을 묻는.

제도교육에서 이탈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면서

형식을 갖춘 학교를 끌어안는 길이 나오더니

다시 작은 규모들에 대해서도 교과부의 고민이 그리 반영되고 있나 봅니다.

어제 메일로 들어온 공문 오늘 회신 달라는데,

그 양식(제도권에서 요구하는)을 채우는 것도 일이고

무엇보다 그걸 일삼을 수 있는 때가 아니어

물꼬 소개글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때는 계자 준비기간.

빈들모임과 청소년 계자 사진도 탑재하고 나니 자정입니다.

아이가 계속 야삼경을 같이 일하고 있네요.

 

화들짝, 아이 먼저 올려 보내고 교무실 나서니 또 3시,

요즘 아주 퇴근 시간이 그리 되었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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