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건지기; 대배 백배로 여는 아침.

계자를 위해서 하는 기도에 다름 아닙니다,

아이들을 위해, 함께 꾸릴 교사들을 위해.

 

면소재지며 읍내며 두루 일을 보고 들어올 오늘입니다.

계자 1차 장보기인 셈이지요.

장을 보는 규모로야 그리 클 것도 없지만

자잘하게 곳곳을 들리며 챙겨야 할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두어 차례는 나가는 게 든든합니다.

다른 해야 어쩔 수 없었다지만 올해는 그러리라 별렀더라지요.

하기야 혼자 살아도 한 살림이라고

150 계자와는 달리 아이들이 적은 149 계자라지만 필요한 건 또 다 있어야지요.

 

귀농모임을 같이 하는 부면장님 퇴임식부터 갑니다.

친목모임이란 게 이런 일들도 챙겨가며 서로 북돋우는 거지요.

일에 밀려 초치기 하듯 서둘다

겨우 행사 끝내고 나오시는 어른들 얼굴 뵈었네요.

번잡한 날 우리라도 빠지자고

면직원들 밥 먹는 자리에서 귀농모임식구들은 일찍 헤어졌습니다.

그래도 밥은 먹어가며 움직여야지요.

마침 읍내에서 목조건축하고 나무 다루는 이들 만나

밥 먼저 먹고 다녔답니다.

 

조명기구 가게부터 들리기 시작.

이것저것 들고 간 물건들 일일이 필요한 전지들 끼워보고 확인하고

필요한 것들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드나드는 중에도

주인아주머니며 온 손님들까지 서툰 제 손을 도와주셨더랍니다.

문구점도 갔더랬지요.

섀시가게도 들립니다.

학교 본관 건물과 건물을 잇대 중심현관으로 삼고 있기 오래,

거기 달았던 섀시문 낡아가더니 처져 닫아도 닫아도 스르르 열리고 있었지요.

여름에야 무슨 문제이려나요,

겨울 눈과 바람을 어이할지요.

새로 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겠다 합니다.

궁리를 해보다 철물점 간 걸음에 자석을 사 보지요.

드릴로 뚫고 한번 달아보자 합니다.

너무 오래 몸의 일부처럼 쓰고 있던 안경도 손보고,

그릇가게 들러 상주 식구들만 밥 먹을 때 쓸 작은 압력 솥단지도 사고,

잡화점도 들려 학교 여기저기 필요한 것들도 챙겨보지요.

마지막은 식료품점.

 

상촌 넘어오기 전 매곡으로 길 잡아

구름마을 살가운집 송남수샘 댁도 들립니다.

물꼬의 바깥샘이시기도 하지요.

좋은 어르신들이 가까이서 얼마나들 힘이 돼 주시는지...

차를 덖는 스승으로 삼은 당신이나 오래 뵙지 못하였습니다,

긴 겨울 지나기 너무 머니 지금이라도 인사 넣어두자고,

또 꽤 여러 날을 앓고도 계셨기.

선생님의 형수님이 손주를 데리고 그곳으로 아주 이주하기로 했다더니

내려와 이웃해계셨지요.

내내 홀로 계셨는데 제 마음이 다 반가웠더랍니다.

 

면소재지로 넘어와 떡 챙기고,

정미소에 들러 쌀도 싣고,

주유소에 들러 새해 달력도 담아 오지요.

 

물꼬 들어오니 물꼬 알곡들이 기다립니다.

계자 준비위룰 꾸리기로 한 이들이지요; 휘령샘 경이 진주.

새끼일꾼 경이와 진주는 오늘부터 있다 내리 계자 두 일정을 다 하고 떠날 것이고,

휘령샘은 나갔다가 두 번째 일정에 맞춰 들어올 참이랍니다.

교무행정 빈 시간 희중샘이 계자에 맞춰 해오던 일을

희중샘 이번 겨울 움직임 원할치 못한 줄 알고

들어온 샘들이 젤 먼저 교무실 일을 하겠다고들 읊었습니다만

우선 숙제 같이 쌓인 옷방만 치워내도 일이 얼마나 수월하려는지.

풀을 쒀놓고 나갔더니

오자마자 고추장집이며 간장집이며 구멍 뚫린 창호문에

한지를 붙여두었더랍니다.

저들 묵을 고추장집 청소도 하고,

밤에는 옷방 정리도 시작했지요.

 

참, 저녁밥, 감동했지요.

제법 나이든 어른들이며 대학생들이 와 머물 때도

밤 깊도록 저 들어오길 기다리며 부엌에 들어서는 이가 없기 흔하더니,

저들이 류옥하다랑 김치볶음밥을 해놓았습니다.

물꼬에서 오래 움직인다는 건 그런 것!

 

3시 마당에 내려서니 싸락눈 나리고 있었습니다.

요새 이 시간 잦은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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