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건지기; 어른들부터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수행,

이어 아이들의 몸 살리기와 마음 살리기.

별일이 있지 않는 한 평생 우리를 실어갈 몸,

그래서 잘 먹어야 하고, 그래서 잘 만들어야 한다고,

그리고, 마음을 단단하게 하기 위한 시간.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뒤 ‘손풀기’.

그림에 대한 쉬운 접근, 손 훈련,

더하여 명상 삼는 시간입니다.

뭐나 해보면 낫지요.

마치 자신의 모습을 담은 양 그림을 통해 아이들을 읽습니다.

그리고 슬쩍 그리기를 통한 치유를 시도해보기도 하지요.

늘 하는 생각입니다만 아이들은 참말 신기합니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느낌을 금시에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무엇을 만나게 하는가가 중요할 밖에요.

연필 하나로도

그림이 이토록 쉽고 즐거운 작업일 수도 있음이 새삼스럽습니다.

 

태우샘과 성호샘은 그 사이 난로를 청소합니다.

맡은 일의 완성은 그 일이 되게 하는 거지요.

너무나 꼼꼼하게 청소를 한 뒤

작동을 멈췄던 난로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아이도 어른도 일상을 다시 만나는 공간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따뜻함을 얻는가,

우리가 얼마나 쉬 밥을 얻고 있는가,

우리가 얼마나 수월하게 공간을 쓰고 있는가,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살림에 대해

곱씹고 익히게 되지요.

어른들 또한 마찬가지랍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교이지만 어른의 학교이기도 한 것.

 

임시 한데모임.

눈도 와 있는데 눈썰매장을 가자는 의견도 많은데,

한편 어제 눈싸움으로 열린교실 시간이 오늘로 밀렸더랍니다.

오늘도 열린교실 시간이 있는데,

또 다른 날을 기약할 것이냐, 하고 갈 것이냐 모두 머리를 맞대 봤지요.

어차피 처음부터 아이들이 짠 일정이었고

사정에 따라 또 엮어내면 되지요.

열린교실을 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열린교실은 일단 관심 있는 한 교실을 수강하고

다른 교실로 한 번의 이동이 가능합니다,

물론 한 자리에서 심화학습을 선택할 수도 있고.

 

‘연지곤지’.

민교 화원 효경이가 립밤을 만들었습니다.

새끼일꾼 경이가 미리 준비 해 와서 연 교실이었지요.

이곳에서 준비한 것이 아니어도

이렇게 샘들이 준비물까지 챙겨서 여는 교실들도 있답니다.

 

‘한땀두땀’은 희정이와 규한이가 합니다.

희정이는 장갑 기능이며 일석 4조의 지갑을 만들었고,

규한이는 받고 싶은 선물 직접 만들어보았지요, ‘성난 새’.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창의적이고 독특하고 잘했다. 그래서 놀랐고, 왜 나보다 어린 사람도 선생님이 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느꼈다.’

성호샘은 하루 갈무리글에서 그리 쓰고 있었답니다.

 

‘뚝딱뚝딱’.

성빈 진주 성민 태희 진희 재원 류옥하다가 함께 했습니다.

‘근데 하다한테 많은 의지를 했다. 아이들 뒤에서 숨어서 이것저것 다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는데 자기도 이번에 느낀 게 많다며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그랬다.’(유진샘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성빈이의 차가 아주 멋졌으며

초시계와 의자도 뽐내기 시간 전시되었더랍니다.

 

‘단추랑’.

규범이는 장순이가 갖고 놀 뼈다귀를,

재원이는 이종사촌 쌍둥이에게 선물할 벽걸이를,

지성이는 조개 목걸이를 만들었지요.

뚝딱뚝딱도 들어가려고들 하였으나 시간이 모자라더랍니다.

 

이런! ‘다 좋다’의 폐강이라니...

다행히도 형찬이가 잠시 구제해주었지요.

진행을 맡은 태우샘과 동진형님, 부엌일을 도왔답니다.

김에 당면을 말았지요.

우리는 저녁에 튀겨져 나온 김말이에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94년 첫 계자 이후 김말이를 먹어본 건 처음이었더랍니다.

떡볶이 양념까지 얹어서 말이지요.

 

아, 그리고 ‘구들더께’.

낮 3시, 밖엔 산마을다운 눈 예쁘게 내리고

우리들은 구들장을 이고 지고 깔고 모였습니다.

힘이 넘치는 아이들은 일어나 복닥거렸지만

어느새 대부분의 어른들은 잠이 들었지요.

밖으로 나와 눈 속에 파묻힌 아이들 곁엔 태우샘이 지키고 있었답니다.

‘이런 캠프에 낮잠 자는 시간을 배치해 논 건 낯설었다. “일상”을 배우는 학교. 직접 체험해보니 잘 알겠더라고요. 요즘 과도한 교육열로(여기 오기 전 다른 캠프를 쭉 둘러보니) 이렇게 자유롭게? 노는 캠프는 하나도 없던데... 자유학교가 다시 보였다. 자유학교, 참 좋다. 그냥 즐거울 뿐이다. 지금 같이 떠드는 이 시간도.’(수환샘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오늘 가장 열중한 시간 구들더께.’

샘들은 너나없이 그리 말했습니다.

덕분에 한껏 한번 쉬어주고 가지요,

절대로 아이들의 에너지를 따를 수가 없으므로

한번 힘을 축적해서 가야 합니다.

“구들더께도 그렇고 여기는 그런 게 좋다.

거기다 여자 남자 구별 없이 모여 노는 것도 좋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애들이 적잖어.”

말이야 그리했지만, 이곳에선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갈라지는 남녀구별이 덜합니다.

마음들이 순순해지고 분별이 완화되는 거지요.

자연의 힘입니다.

어제 싸우고 오늘 다시 놀고 있는 아이들이랍니다.

 

‘우리가락’.

판소리 맛도 보고,

몸으로 먼저 악기가 되어본 다음

실제 풍물 악기를 끌어다 바로 치며 공연까지 하였지요.

타악은 이게 좋습니다.

더구나 우리 몸 안에 흐르는 리듬이 이미 있어

배우기도 금세이지요.

풍물과 우리 소리들을 더 많이 익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바랍니다.

 

‘밥은 항상 맛있다. 최고의 선정샘.’

새끼일꾼 해인의 말만이 아닙니다.

반찬이며 어찌나 다채로운지요.

아이들이 적어서 가능하다는데,

선정샘이 할 수 있는 모든 게 나오는 것만 같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의 마음이 음식과 함께 어우러져

정성과 좋은 마음이 맛을 부르고 또 불렀습니다.

보통 계자의 절반수준인데,

밥은 3분의 2를 먹고 있다지요.

참말 맛납니다!

 

한데모임.

넘치도록 노래 부르고, 손말을 익히고,

그리고 서로에게 하고픈 말이며 같이 의논할 일들을 꺼내놓지요.

문제를 같이 해결해가는 과정이 더없이 좋습니다.

민교가 아이들 뒷간 지붕 틈새로 눈 들이쳐 비닐이라도 쳐 달랬습니다.

한밤중, 샘들이 비닐을 붙였지요.

한편, 밤중에 오줌이 마려울 때가 야단이랍니다.

옷을 다시 껴입고 가는 길이 멀고 멀지요.

남자방에 고추장집 현관 앞에 오줌통을,

여자방엔 요강을 넣어주면 쓰겠냐 하니 그리 한다데요.

 

‘대동놀이’가 이어집니다.

“청소년학과 졸업반인 유진샘이 오늘은 진행해볼까요?”

‘좀비놀이’와 ‘몸으로 말해요’를 하지요.

마침 수행방에 사각모양들이 있어 개인 땅 삼아 쓸 수 있기

또 얼마나 적절한 도구가 되었던지요.

몸을 통해 낱말을 전달하는 놀이,

흔해도 함께 하면 더 신나고, 진행자가 바뀌면서 해나가니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모둠하루재기가 끝나고, 씻고, 잠자리에서 샘들이 읽어주는 동화를 듣고,

그리고 샘들 하루재기.

어른들이 잠시 아이들 곁을 빠진 시간,

여자 방에선 7학년 민성이가 아이들을 건사하고,

남자 방에선 7학년 류옥하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있었지요.

‘계자 안에서는 시간이 느린듯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순간순간은 타이트하지 않아 느리게 가는 듯하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면 빨리 지나가 있고, 재밌었던 순간들이 있고, 애들도 성숙해져 있고, 나도 이 시스템, 공간에 익숙해져 있다. 하루 차이가 엄청 큰 것 같다.’(한별샘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오히려 눈 감는 게 아이한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진주샘)

한 아이의 불편한 행동을 어찌 말해주어야 하나 고민하던 진주샘,

오늘은 그 아이가 앞선 행동과는 달리 움직이더라지요.

그래요, 일일이 다 말하는 게 최선은 아닙니다.

속아주는 것도 어른이 지녀야 할 덕목이지요.

어디 몰라서 모르나요, 그냥 모른 척 해주는 겁니다.

그러면 제 잘못 저 아는 날도 오고, 그러다 고치는 날도 오잖던가요.

우리 어른들도 그리 지나오지 않았던가 말입니다.

그러고도 고치지 못한 나쁜 습들 널리고 또 널렸으니....

아이들 뭐라 그럴 게 아니더이다.

 

몇 샘들이 오늘 때건지기 정말 좋았고 감사했다는데,

무슨 말인가 했더니 아침 설거지를 일러 그러하였습니다.

설거지가 너무 자주 다가온다 하기,

모둠이 달랑 두 모둠이니 돌아가며 해도 한 번 걸러 다가오니,

“나는 모둠이 없으니 한 번도 안했네...”

하며 한 차례 나서서 설거지를 했던 게지요,

평소 작은 행사 규모에서 밥공양과 진행을 같이 하니

그리 어려울 것도 없고.

세현이 치즈죽도 끓여주고 된장두부죽도 만들어줍니다.

몸 더 쓰기!

선정샘을 보며, 열심히 움직이는 샘들 보며,

마음이 나오고 또 나온 게지요.

어디 저만 그럴까요,

모든, 정말 모든 샘들이 다 그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하니 아이들이 그 기운을 어찌 받지 않으려나요.

그래서 또 물꼬라는 이 공간이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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