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맵습니다.

내리 두 주를 이어가는 샘들이 느지막히 일어나서들 움직입니다.

다음 계자로 건너가는 오늘 오전은

아무래도 좀 쉬엄쉬엄해야 다음 움직임이 덜 벅찹니다.

 

‘추울 것도 살짝 무섭고

세현이(*세 살 배기)가 감기 걸리지 않으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실이고 또

당면한 일은 당면한 일대로

당면하면서 사는 거니까요.’

한 계자에만 밥바라지를 오겠다던 선정샘이

밥바라지 사정이 영 여의치 않음을 알고

두 번 내리 해보겠노라는 메일을 보내왔고,

그렇게 ‘늘 할 말이 없게’ 하는 선정샘과

이 겨울 계자의 두 번째 일정으로 건너갑니다.

계자에서 계자를 넘어갈 땐 쉬어가십사 하지만

선정샘은 또 아침부터 내려와 옴작거리고 있지요.

그런 분인 줄 알지만, 언제나 그의 움직임에

놀라고, 배우고, 자극 받습니다.

 

눈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티가 든 듯한데 빠지겠거니 한 게 벌써 여러 날,

뻑뻑한 눈이 계자 첫 일정에 불편을 불렀고,

잠시 휴식기가 오자 시야가 급속하게 흐려졌지요.

안과를 다녀옵니다.

 

샘들이 들어옵니다.

내리 밥바라지 하는 선정샘,

품앗이 16년차 초등특수교사 아리샘,

품앗이 8년차가 되는 초등교사 현애샘이 조카 윤지를 데리고 오고,

물꼬 몇 해 인연에 이번 계자에 처음 축으로 서보는, 곧 초등특수교사가 될 휘령샘,

지난 여름 서현샘으로 인연 닿은 만화가 철욱샘,

초등학교 때부터 계자를 드나들어 드디어 품앗이가 된 진주샘,

다섯 살에 만나 스물을 넘긴 재훈샘,

일곱 살에 물꼬를 와서 곧 대학생이 되는 태우샘,

초등 계자에서 맺고 새끼일꾼을 거쳐 품앗이 2년차 세아샘,

새로 연을 맺게 된 교원대생들 규희샘, 정환샘, 윤정샘,

고교 담임의 소개로 와서 새끼일꾼이 되고 품앗이 된 유정샘과 유진샘,

군대 간 오빠가 초등 2년 때 맺은 인연으로 계자를 왔던 경이가

품앗이일꾼 못잖게 움직이는 새끼일꾼으로 이번 겨울도 함께 하고 있고,

초등 계자를 지나 새끼일꾼들로 오는 가람, 유진, 여진,

잠깐 다녀갈, 지난 다섯 해 계자 축이었던 희중샘,

그리고 바깥에서 움직일 소사아저씨,

어른 스물 하나(새끼일꾼 넷 포함)입니다.

너무 익숙한 이들이여 한편 경계가 되기도 하지요.

세밀하게 챙길 부분이 으레 아려니 하고 지나쳐

그게 또 문제가 되는 지점이기 쉬울 것.

깨어있자 합니다.

 

전체 움직임을 그려보고, 물꼬와 계자의 철학적 의미를 짚는 미리모임이

10시에 끝이 납니다만

다음은 마지막 점검들이 있습니다.

글집을 엮는 일이 그 하나이지요.

마지막 순간 한 아이가 누락되었음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그 쪽을 다시 복사하고...

샘들이 사들여온 과자류(정말 단 게 먹고 싶지요)를 풀어

밤참에 대신하며 겨울밤이 깊어갔더랍니다.

 

자, 내일이면 다시 전장(?)으로 나갑니다,

여기는 야전(野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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