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순해집니다,

그리도 맵더니만 아이들 온다고.

고마운 하늘로 기적 같은 날들이 더해집니다.

 

아이들이 들어옵니다.

‘2011 겨울, 백쉰 번째 계절 자유학교-겨울나무도 숲을 이루지 2’.

대배 백배로 아침을 열었답니다.

늦도록 150 계자 맞이준비를 한 샘들 일어날 기미가 없어

더 재워야겠다 하고 대표로 홀로 하였더랬지요.

 

아이들 마흔넷, 어른 스물하나(새끼일꾼 넷 포함, 잠깐 다녀가는 희중샘 더해).

고마울 일입니다.

노는 캠프들이 상품가치가 없다는 시절입니다.

물꼬랑 분위기가 비슷한 한 산골학교는 작년에 막을 내렸고,

한 학교는 결국 올해 일정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했지요.

보내주는 부모님들도, 오는 아이들도, 새로 오는 아이들도

짓는 인연들에 고맙습니다.

 

영동역, 아이들을 맞으려

휘령샘 철욱샘 아리샘 규희샘이 나갔습니다.

휘령샘이 처음으로 계자 축을 잡아봅니다.

누구나 처음이 있지요.

잘하는 사람도 처음이 있었습니다.

사람을 잘 길러가는 길 하나는

처음의 서툼에 용기를 주고 기다리고 지지하는 것일 터.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

새끼일꾼 인영이네서 화장지 꾸러미들과 호두율무차가 바리바리 내려졌습니다.

어머니가 논두렁(후원회원)이시기도 하지요.

인영이 동샌 세훈이 일곱 살에,

셋째 세영이 역시 일곱 살에 이곳에 들어섰더랬습니다.세훈이 내년이면 8학년 새끼일꾼 첫 해가 되지요.

늘 아이들과 함께 요긴한 것들을 그리 보내오십니다.

한 어머니도 따로 후원회비를 보내셨습니다.

심지어는 아이가 외국을 가게 돼 계절학교를 올 수 없었던 때도

참가비를 보내며 없는 아이들과 같이 잘 쓰라 하신 적도 있으시지요.

때마다 유기농산물 꾸러미를 보내오기도 하신 분입니다.

경제적 도움도 도움이지만

그리 쓰는 마음을 통해 이곳의 귀함을 그리고 힘을 얻는다지요.

고맙습니다.

 

안내모임이 끝나고 낮밥.

그리고 마당으로, 책방으로, 가마솥방으로, 모둠방으로 쏟아진 아이들.

세훈이가 들고 온 기타로 한 연주에

아이들이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고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힘이 참 대단하다고 느낀 것이 어색하던 이 공간이 순식간에 웃음이 넘치는 곳으로 변했을 때입니다.’(규희샘의 하루 정리글에서)

 

왔던 아이들(무려 서른)이라 뒷간도 잘 씁니다.

7학년들이 여덟.

어쩌면 이번 계자는 그들을 믿고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곱 살, 여덟 살에 다녀갔던 지수가

어느새 6학년이 되어 동생 성휘랑 오기도 했습니다.

오래된 인연들, 다시 오는 아이들, 반갑기 더합니다.

서먹해하는 지수를 효정이가 같이 챙기네요.

규범이와 규한이, 틀림없이 한 집안입니다.

말 안 들어요.

앞 일정을 했다고 더 익숙해 그러기도 할 겝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것도 그들이 누리는 자유일 것입니다.

 

큰모임.

‘큰모임 때 들었던 안내는 내가 물꼬에 처음 왔었을 때 들었던 것만큼 새로웠다.’(새끼일꾼 유진의 하루정리글에서)

우리들이 엿새 동안 지내는 법이 거기 있고,

그것은 물꼬의 철학이 담겨있기도 한 것이지요.

처음처럼, 우리들은 다시 꼼꼼하게 듣고 새깁니다.

그때 뒤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샘들,

현애샘이 벌써 뜯어진 아이의 잠바를 꿰매고,

아리샘이 정인이의 단추, 태희의 방울 술도 달아주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하는 자기 소개들도 있었지요.

어떤 사람들이 함께 하는가를 읽는 시간이고,

자기 관심사를 짚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두멧길.

흐려오는 하늘,

눈이라고 내릴랑가요.

아이들이 우르르 나가 마을을 굽어보는 큰형님느티나무 아래까지 갔다가

다시 달골 계곡으로 향해 눈길을 밟고 갔지요.

엿새 동안 우리를 둘러싸고 있을 마을길, 들길, 산길을

미리 걸어보고 있었다지요.

 

저녁.

“두부 몇 개 줄까?”

배식을 하는 샘들한테 인심 쓰듯 재용이가 말합니다.

부산에 살다 제주도로 이사 갔으나 먼 산골까지 날아온 그입니다.

“다섯 개만 주세요.”

최대가 두 개인 줄 알면서도 말이지요.

우리 모두 순간순간이 그런 유쾌한 반응이리라 합니다.

“아이로 왔을 때는 친한 애들끼리만 먹었는데

새끼일꾼으로 오니까 아이들 사이에서 먹고...”

새끼일꾼 유진이 어른들 하루재기에서 그랬지요.

그렇게 자리가 사람을 만들어갑니다.

계자에 온 아이들도 어느새 자라 새끼일꾼 될 테고, 품앗이 될 테고,

그리고 그 질 또한 새끼일꾼이, 그리고 품앗이일꾼이 될 겝니다.

 

1학년 혜준이의 밥상머리공연도 있었습니다.

그가 보여준 그림일기, 글도 글이지만 그림이 얼마나 좋던지요.

살아있는 표정들...

대학생이던 품앗이 일한샘의 아이가

어느새 커서 계자에 합류했습니다.

(현애샘 역시 1학년이 된 윤지를 데려왔지요.

지난 일정엔 의료담당이었던 정민샘의 아이들

태희와 희정이 함께 했습니다.)

아리샘은 ‘우연한 이야기 끝에 아이의 재주를 발견하는 반가움의 시간’이라 하였지요.

이 겨울 따뜻한 방에 배 깔고 엎드려서 시 쓰는 분위기를 만들어도 좋으련...

그리하여 어른들 하루재기에서 샘들한테 숙제가 나갔더랍니다.

“샘들이 좋은 글을 찾아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인 아침은 그렇게 샘들이 먼저 시를 읽어주고,

아이들의 밥상머리공연은 저녁 때건지기에서 하지요!”

 

한데모임.

노래와 손말과 소개와 의논이 있는 자리입니다.

잘 말하고 잘 듣는 훈련의 시간이기도 하지요,

우리 문화에서 너무나 부재한.

안내모임에서 지내는 데 혹여 놓쳐졌을 이야기도 챙기고,

하루를 지내보고 난 뒤 더 챙겨야할 것들이 생각나 전해지기도 하였지요.

‘아무래도 새끼일꾼들도 익숙하고,

도움이 되는 아이들, 큰 아이들 중심이기 쉬운데,

한편 처음 오는 이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으니까,’

그런 당부들도 나왔네요.

 

춤명상.

계자 내내 하루흐름이 이렇게 명상으로 시작하고 이렇게 명상으로 접어질 것입니다.

그 사이 사이 준명상에 해당하는 시간들도 있을 게구요.

동적인 활동 사이 그렇게 정적인 순간들이 켜켜이 균형을 이룰 것입니다.

‘찡긋 눈웃음하는 아이 표정 하나, 방의 분위기 둘, 아이들의 고사리 손 셋, 모두모두 따뜻하고 좋았다.’(휘령샘의 하루정리글에서)

 

대동놀이.

아, 열기...

대동놀이가 정말 길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간절한 소망들을 업고

10시 넘도록 고래방을 뛰어들 다녔습니다.

옛 놀이에다 물꼬에서 만들어진 놀이들, 그리고 새로운 놀이까지,

시시할 법도 하건만 7학년들이 더 열심히 움직였고,

샘들 역시 의식수준을 의심할 만치 온 힘으로 달린 강당이었더라지요.

 

모둠 하루재기가 끝나고,

샘들이 읽어주는 동화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잠자리로 가고 이어진 샘들 하루재기.

눈에 띄는 아이들도 언급되지만

움직임이 적은 아이들도 꼭 입에 올려집니다.

마흔 넷이면, 조금 큰 학급 하나 규모,

하루면 다들 눈에 들지요.

그런데, ‘활발하지 않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면밀히 지켜볼 일이겠습니다.

 

뺀질거린다고(?) 새끼일꾼에서 한번 튕겨졌던 가람형님,

여름을 건너뛰고 겨울에 이르더니

내내 빗자루를 들고 다녔습니다.

샘들도 입을 모았지요,

오늘 잡일들 신발정리 뒷정리 가람이가 다했다고.

‘처음처럼’, 첫 마음을 우리 잊기 얼마나 쉽던가요,

얼마나 자주 사람이란 존재는 방만해지던가요,

가람이의 움직임이 오늘 어른들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돌아보기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는 진주샘,

‘청소 열심히 했는데 옥샘이 오셔서 안되어있다고 말씀하시는 심정을 이해했다. 옥샘이 그렇게 말씀하실 때마다 약간은 속상했는데 내가 다시 보니 그동안 품은 마음들이 미안할 정도로 뒷정리가 안되어 있는...’

하루 정리글에 이리 쓰고 있었지요.

열심히 한다는 것과 제대로 한다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일 수 있다마다요.

필요한 일을 어떻게 하는가,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일 것!

 

교사로 발령을 받은 뒤로 늘 특수학급 아이들과 오느라 미리모임을 못했던 아리샘,

이번 겨울은 홀로 온 덕에 미리모임이 가능했습니다.

미리모임을 해서 그런지 하루가 편하고 익숙하게 가더라지요.

“아이들과 같이 들어오는 거랑 맞이하는 것이 다르더라구요.”

심리적으로 더 안정감이 있었다 합니다.

“필요해서 하는구나, 물꼬에서 하는 일들이 그러하지...”

‘부모랑 보는데, 말에서, 인상에서, 그 부모를 읽게 되고’,

그것에서 다시 아이들도 짐작하게도 되더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아이들 맡아 오는데, 아무래도 아이 얼굴 더 보게 되고,

진중해지는 기분과 느낌이 좋더라고도 했지요.

‘안정감, 나의 심리적 상태가 아이들 대해하는 태도에 결정적 영향.’

하루 정리글에서 그리 쓰고 있었습니다.

 

지난 계자 일정은 아이들이 사택과 숨꼬방을 잠자리로 썼습니다.

이번엔 모둠방을 쓰지요.

그것은 밤새 본관 뒤란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소사아저씨가, 밤엔 샘들이 돌아가며 맡기로 하지요.

철욱샘과 아리샘이 잠시 맡았다가

다시 철욱샘과 재훈샘이 이 밤에 하기로 결정.

아리샘, 아궁이를 다녀와 그랬습니다.

“아궁이 불 때는 경험이 참 사람을 겸손하게 해요.”

불 때는 동안 책도 읽을 수 있겠거니,

같이 일하는 사람이랑 두런거릴 수 있으려니 했는데,

해보니 불에서 눈을 못 떼겠더랍니다,

온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에 장작을 넣기 위해 집중을 요하는,

정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더라고.

“삼촌이 식사 한 끼 편하게 못하시고 불 앞에서 지키고 계시는 마음을 알 듯. 티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고맙고 미안했어요.”

그래서 처지가 되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게지요.

 

흐릿해진 하늘,

그러나 그 속에서도 달이 뽀얗게 올랐습니다.

철욱샘과 재훈샘이 불을 때고 있는 야삼경입니다.

아랫목이 뜨끈뜨끈하네요.

 

내일은 ‘EBS 한국기행-영동편’ 촬영이 하루 물꼬에서 있기도 합니다.

산골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고 농사 짓고 사는 류옥하다가 주인공이긴 한데,

계자 아이들이 함께 하게 될 것입니다.

오전 잠시 다녀가는(추가촬영은 오는 해날 잠시 하기로) 가벼운 일정이어

계자 중이라도 오마 하였습니다.

 

첫 하루가 넘어갑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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