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계자 사흗날, 2012. 1.10.불날. 갬

조회 수 1164 추천 수 0 2012.01.18 02:14:54

 

아, 바람...

심지어 봄바람인 것 같은 느낌의 아침입니다.

봄이 저 고개 넘어 있는 겝니다,

사이 사이 겨울 끝자락들의 비비적거림이 있을 것이나,

샘들의 수행으로 아침을 엽니다.

몸이 바위 같았다는 휘령샘,

늦은 시간까지 샘들 회의가 있고, 또 여기서 여러 달 만에 행사로 만나기에

서로 나눌 이야기도 많아 밤이 늦습니다.

그래도 일어나 해건지기에 나오는 샘들,

그들을 일으키는 힘이 무엇일까,

고맙고 감사한 시간입니다.

 

오늘 아침 밥상머리에서는

유정샘이 좋아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정말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이 되었지요.

시를 읽고 시를 듣는 날이 얼마나 되었던가요.

먼저 샘들이 아침을 그리 열자하였습니다.

다만 아쉬움은 가마솥방에서 모두가 밥을 먹을 수 없음이지요.

두 패로 나뉘어 한 패는 모둠방에서 상을 깔고 먹거든요.

 

손풀기를 끝내고 눈썰매장으로 갑니다.

임시한데모임에서 열린교실을 밀쳤지요.

“역시 썰매는 물꼬 썰매!”

유정샘이 그랬습니다.

신나하는 애들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고들 입을 모았지요.

거의 봅슬레이 수준이라나요.

눈썰매장 아래서 샘들 뿐 아니라 돕던 세훈이도 볼링핀처럼 쓰러집니다.

온 힘으로 아이들을 받지요,

오직 아이들의 즐거움을 위하여.

벽에 머리 부딪힐까 걱정이 자주 입니다.

받아주는 샘들도 위험해보입니다.

너무 좋아하는데, 신나하는데,

이게 참, 재밌는 건 왜 다 그리 위험을 동반하는지...

그래도 나중엔 출발선과 아래 도착점 샘들이 서로 신호를 잘 맞추니

위험요소가 훨 줄었지요.

‘눈썰매를 타러가서는 밑에서 아이들을 잡아주면서 나도 같이 즐기며 놀았다. 하면서 느낀 것이 남자 선생님들이 잡아주시는 게 그렇게 힘든지 몰랐다. 팔목도 아프고 정강이도 아파서 너무 아팠다.’(유진샘의 하루정리글에서)

그런데, 재용이랑 승진이가 싸웠습니다.

굵은 사내 녀석들이라고 거칠기도 하였지요.

자주 다른 이들과도 잘 부딪히는 녀석들입니다.

그러다 또 노는 거지요.

 

세 살배기 세현이도 포대기로 업고 나갔습니다,

저가 더 신나서 교문을 향해 달려가는 걸 붙잡아.

아이를 키울 땐 띠로 업고 밖을 나가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스타일 구겨져서, 라고 말하지만

어쩐지 어정쩡해서 그랬지요.

혹시 아줌마가 돼버린 듯한 우울함 때문은 아니었나 몰라요.

그래서 남편이, 혹은 같이 아이를 돌보던 젊은 동료들이 아이를 업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이를 포대기로 업고 나갑니다.

할머니다, 할머니, 할머니가 된 게지요.

그래서 세현이는 할머니 어딨어, 하면 절 가리킵니다.

할머니군요, 정말.

초급 코스에서 아이를 등에 업고 같이 타지요.

이게 좀 무게가 되니 속도가 아주 좋습디다.

 

혜준이가 삐졌습니다.

빠진 허리띠를 넣어주려는데,

뒤에서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이 있지요.

아리샘이 얼른 일으켜 비키게 하려는데,

타지 못 하게 했다고 운 것입니다.

“우리 일한이는 아니야.(아비를 닮은 건 아니란 뜻이었지요)”

혜준의 아비는 아끼는 후배이고, 물꼬의 품앗이일꾼이었습니다.

아끼는 이가 여자이면 남편 된 모든 이가 못마땅하기 마련이고

아끼는 이가 남자라면 그의 아내 된 모든 이가 못마땅하기 마련이지요, 하하.

“마누라인 게야.(혜준이네 엄마가 삐돌이인 게야.)”

그때 혜준이 올려다보며 물었습니다.

“마누라가 뭐에요?”

이런! 말조심해야 합니다!

우리 혜준이, 금세 삐지기 잘해도, 또 금방 풀기도 잘 했지요.

 

아이들과 돌아오는 길, 학교 뒤란 쪽으로 올라옵니다.

그때 장작더미 앞에서 정환샘 장작을 패고 있었지요.

아이들 방을 데울 장작입니다.

“멀리서도 아이들 즐거워하는 소리가 들려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돌봄과 살림을 동시에 챙기는 계자샘들이지요.

이곳에서의 교사는 그러합니다,

앞에서 손가락만 휘두르는 이가 아니라.

 

점심을 먹고 ‘구들더께’가 이어졌지요.

구들장을 지고 뒹구는 시간입니다.

샘들이 비로소 좀 쉬지요.

“나는 안 졸린데 샘들은 왜 저리 자지?”

너들도 커보렴, 그리들 답합니다.

계자 중간 그렇게 힘을 비축하고 다시 아이들 속으로 가는 거지요.

세훈과 가람의 기타 소리가 꿈결처럼 들렸다 하고,

군데군데 무리지어 놀고도 있었고,

더러는 한땀두땀 바느질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리는 좀 안 되는 아이들.

큰 아이들이 하고 있었는데도 말이지요.

이럴 땐 한 학년 차이어도

아이 7학년과 새끼일꾼 8학년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요.

새끼일꾼이 되면 ‘정리’에 대해 민감해지는 거지요.

빨래를 맡은 아리샘은 그 시간도 깨어있었네요.

해가 좋아 생각보다 빨리 마르고 방에 널려있던 옷보다 훨씬 깔끔하게 마르더라며

빨래바구니를 들고 나갔지요.

 

‘우리가락’.

판소리도 듣고,

옛노래도 배우고,

그리고 풍물을 합니다.

‘악기 수나 아이들 수가 적절히 잘 맞아서 아이들 다 서운함 없이 풍물 한판 놀다.’(아리샘의 하루 정리글에서)

앉아서 대동놀이 한판 신나게 한 기분이었다고들 하였지요.

노래만으로도 풍성했던 자리였습니다.

“호응도 100! 그래서 처음 오는 아이들도 잘 따라올 수 있게 되었던 듯...”

샘들이 그랬습니다.

‘처음 물꼬에 왔을 때부터 우리가락 시간에 항상 북을 쳐와서 오늘도 북을 쳤다. 아이로 왔을 때도 그랬지만 우리가락을 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았다.’(유진샘)

‘우리가락은 역시나 몸에 힘을 주는 것 같다. 산을 깨울듯한 소리와 모두의 흥겨움.’(휘령샘)

‘우리 가락 시간에 악기도 치며, 노래를 불렀고,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윤정샘)

그런데 재훈샘의 하루 정리글,

‘물꼬와서 처음으로 우리가락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근데 북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아니, 재훈샘, 여태는(그간 온 계자에서는) 뭘하셨더랍니까.

한편 뒤란에선 새끼일꾼 경이와 가람, 그리고 철욱샘이 장작을 팼더랍니다.

 

저녁 밥상머리공연에서는

성재가 피아노로 한 곡 멋지게 선보였습니다.

성재는 악보를 볼 줄 모릅니다.

그런데 계이름을 일일이 써서 연습에 또 연습을 해

한 곡을 그리 준비하고 계자를 왔더랬지요, 지난 날,

밥상머리 공연을 위하여.

이번에는 새로운 곡을 들고 왔더랬네요.

재능을 발견하는 기분 좋은 놀라움, 그랬습니다.

 

‘한데모임’.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 사이로 진행을 위해 들어섰습니다.

비집고 앉으니 곁에 앉은 해인, 턱 아래서 손부터 모읍니다.

이곳에서의 인사법이지요, 마음을 다해 때마다 하는 인사.

그 직전, 해인이와 윤지가 악보를 보다 말다툼을 했더라나요.

금방 화해하더랍니다.

그런 겁니다, 그렇게 같이 살아갑니다.

아이들 물건 찾아주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글쎄 이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찾아주는 사람, 찾는 사람이 생기고,

옥쌤의 말씀을 듣고 보니 잘 살펴주는, 배려해주는 분위기가

한데모임과 물꼬를 다시 보게 하더라.’ 휘령샘의 평가가 있었지요.

그래요,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답답할지요.

언젠가 한 친구가, 어디 가면 잃어버려서 바보가 되고 욕먹었는데

여기서는 모두가 자기 물건을 찾아주어 고맙다고 했던가요.

온 마음이 거기 가 있는데 무슨 즐거움이 일겠느냐 말입니다.

‘아이들의 건의사항’이 좀 길었는데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그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 간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다.’(윤정샘)

아이들의 도구 사용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네요,

곡괭이는 곡괭이대로 삽은 삽대로 눈삽은 눈삽대로 쓰일 수 있도록.

무엇이나 쓸 수 있지만 제자리에만 갖다 두면 된다던 말대로

아이들은 맘껏 목공실이며 농기구실을 드나들고 있던 참입니다.

그런데 놀이에 그것들을 쓰고 있으니 위험을 부르고 있었지요.

잘 일러둡니다.

 

고래방으로 건너가 대동놀이.

“옥샘이 해야 재밌어요!”

꼬드기는 아이들을 못 이기고 말이지요.

오늘밤은 토끼사냥을 떠났습니다,

옷을 단단히 입고 괭과리와 북을 들고 횃불 밝혀.

‘토끼와 사냥꾼’놀이로 스트레스 확 풀었다는 재훈샘,

어디 그만 그랬을까요.

그런데, 홍천이가 먼지 알레르기가 있어서

콜록거리고 눈 비비고 훌쩍거렸더랍니다.

좀 더 마음 써야겠습니다.

 

그 홍천, 재용이랑 툭탁거렸네요, 모둠 하루재기에서.

아이들은 곳곳에서 그렇게 부딪히고 조율하며 엿새를 살아갑니다.

규한이와 승진이가 싸우고

성빈 성근 우열들이 충돌하고

성근이는 늘 샘들을 찾습니다.

저마다 잘 살펴주어야겠습니다.

 

샘들 하루재기.

셋째 날의 안정감에 전체적으로 함께 움직이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힘들이지 않고 묻어가는 기분이라고들 했습니다.

성빈 승진 동윤 은섭 규한 규범 성근,

남자아이들의 장난이 도가 넘쳐서 힘들다는

남자샘들의 하소연도 이어졌습니다.

처음 온 이들의 통과의례이거나

그토록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욕구이겠거니 했는데,

아무래도 강도가 심했던가 봅니다.

아침 해건지기에서 아이들에게 짚어야겠습니다.

‘잠을 줄이지 못할 거면 물꼬에 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기 역할을 지키지 못할 거면 역시 물꼬에 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새끼일꾼 경이형님은 하루정리글에서 이리 쓰고 있었습니다.

어리지만 오랜 연차를 가진 그입니다,

새끼일꾼으로 선배들로부터 제대로 훈련 받은.

그래요, 샘들이 일이 좀 되도록 집중해줄 필요는 있겠습니다.

“안에서 맡아서 일을 하니까, 다 아는 것 같아도 깊이는 몰랐던 듯합니다.

세탁기가 나이 많아 때도 탈수도 제대로 안돼요.

옥샘도 이걸로 빨아 입고 사시는 구나 하는 짠함이...”

두루 물꼬 사정을 살피고 있는 아리샘의 말도 있었지요.

 

샘들도 마냥 아쉬운 밤입니다.

‘내일만 있으면 그 다음날에는 산을 가면 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아쉽다.’(새끼일꾼 유진의 하루정리글에서)

날이 가는 보폭이 성큼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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