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 산, 울렁산.

창대비가 내려도 눈이 날려도 바람이 불어도

길을 나섭니다, 산오름이 있는 날은.

그래서 계자를 자주 온 아이들도

눈보라 휘몰아쳐도 결국 가고 마는 줄 알고 아무 소리 아니 하지요.

지난 주 다녀왔던 세 아이조차도

가야는 구나 하고 같이 나섭니다.

기적 같은, 우리들이 물꼬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그 하늘의 기적이

오늘도 함께 했지요.

세상에! 바람 한 점 없는 짱짱한 날이라니!

어제 그토록 매운 바람이더니...

 

곰사냥을 떠납니다; 울렁산.

골짜기 깊고 골골이 이야기도 많고

사는 존재들 또한 많습니다.

곰인지 늑대인지 호랑이인지 그곳이 뉘 집일지 어이 알겠는지요.

이야기 하나에 고개 하나씩 넘으며 가보려지요.

하하하, 오늘은 ‘손난로’도 온전히 지급되었습니다.

아, 주머니 안에서의 그 따끈따끈함이라니...

 

어른들은 해건지기 대신 이른 아침부터 김밥을 쌉니다.

지난주엔 꼭두새벽부터 이장님댁에 전화 넣어 확인을 했더라지요,

수렵기간이라 걱정이 앞서.

개를 네 마리나 데리고 총을 든 사람들이 산에 들고,

산 너머 무주엔 이웃 사람을 짐승으로 잘못 알고 쏴

목숨을 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하여 이장님이 말리셨고,

잔뜩 긴장하여 길만 따라갔던 산행이었더랬지요.

하지만 수렵금지구역 팻말을 확인한 순간,

성큼성큼 산에 들었던 지난 계자였습니다.

그래도, 고백하면, 길을 앞장서며 내내 어깨 뻣뻣했지요,

멀리서 오인한 총알이라도 날아오는 듯만 해서.

그렇게 다녀오고 나니 맘 놓여

이번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지난주 올랐던 아이들을 배려하여

울렁산을 가느냐 호박산을 가느냐 물었는데,

갔던 산이 낫겠다는 결론들이었네요.

“규범, 성빈, 규한이가 길잡이 도움꾼을 하면 되겠네.”

 

‘예상보다 너무 늦게 일어나서 급하게 준비했다. 그 급한 마음에 가방 싸는 일이 부담되었었는데 어떻게 분배해야하는지 너무 당황스러웠고 더 급해져버렸다. 좀 무거운 마음이기는 했지만 최대한 준비했고 옥쌤, 철욱쌤, 진주, 경이도 도와주어서 결국엔, 결국엔 준비를 마쳤다. 자체적인 나의 평가는 안챙겨간 물건은 없었지만 꼭 필요할 때 다른 가방에 그 물건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안되었다.’(하루정리글에서)

이번 계자 전체 축을 맡았던 휘령샘은

산오름 앞에서 더욱 긴장하며 전체를 지휘하고 있었답니다.

 

마당에서부터 단단히 단도리를 하고,

한 줄로 늘어서서 마지막 점검을 합니다.

계자에서 머리수 세는 꼭 한 번이 바로 이 순간이지요.

그럼요, 확인하고 또 확인해얄 것입니다.

그 순간 순간이 마음을 더욱 다지는 시간일 테고.

 

산에 듭니다.

지난 봄 마을 어른 두엇과 나물을 뜯으러 들어갔던 산입니다.

병풍채며 취나물과 도시락초, 그리고 참나물과 집우를 뜯었고

더덕을 제법 캐기도 하였던 깊은 산이지요.

“저보다 앞서가면 점심이 사라지는 마술을 보실 겝니다.”

마지막 샘보다 늦으면 파이가 사라진다 엄포를 놓지요.

아이들은 그 사이에서 움직이며 오를 것입니다.

 

대해골짝 끝 마을 돌고개를 지나 깊숙이 들앉은 기도도량 지나,

인적이라고는 한해 다 가야 초팔일이 아니면 거의 없는 절집에서

컹컹대는 풀어둔 개들을 무사히 지나,

눈에 묻힌 길을 따라 더 깊이 더 깊이 들어갔지요.

혜준이며 해인이며 작은 녀석들의 끊임없는 종알거림은

새들에 다름 아니었다마다요.

 

모두 모여 다리쉼을 하는 자리마다

울렁산에 얽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지난 계자 글에서 이 대목은 그대로 옮김)

단 것들이 하나씩 쥐어주며...

화전민 마을에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거구의 재평이 아저씨,

사람들은 그에게 일을 맡기고

차츰 일하는 법을 잃고 그의 노예가 되어가고,

재평이 아저씨 횡포가 점점 심해져

깨어있는 이들이 이래선 안 된다 자각하지요.

헌데 그에게 맞서기 직전 재평이 아저씨 아파 몸져눕는 일 생기고,

흔히 이야기가 그러하듯 반성과 참회 그리고 나눔이 이어지고...

그의 흔적들이 우리 가는 산길에 얽혀 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아저씨 울릉도 태생이었네.

죽기 전 고향 가고파 했으나 결국 못가고

그를 묻은 산이 울릉산.”

우리 마을 계곡 들머리가 헐목인가 흘목인가 헷갈리듯

울렁인가 울릉인가가 뒤섞이던 낱말은 울렁으로 굳어져

결국 울렁산 되었다는 이야기.

 

“그런데, 울렁산이 울렁산이 된 까닭은 또 하나가 있는데...”

오륙도라는 섬이 있지요.

어느 때는 다섯으로 보이다가 어느 때는 여섯으로 보인다는

부산 앞바다의 섬.

이 울렁산이 그렇더란 말이지요.

어느 때는 둘레의 어떤 산보다 높이 보이다가

또 어느 땐 저만치 아래로 보이기도 하더랍니다.

마치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처럼

그 높이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하여

울렁산이 되었더라나요.

허니 우리가 발이 닿는 어디라도

그 산이 높건 낮건 울렁산일 수도 있다는 뒷얘기도 있음을

어른들은 이미 눈치를 챘을 테지요...

 

드디어 울렁산.

가파르기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눈길 아니어도 미끄러지기 일쑤겠는 경사였지요.

산오름의 묘미는

힘든 길 서로 북돋우고 가는 걸음에 있습지요.

끌어주고 밀어주고 함께 갑니다.

만나는 자연에도 산오름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눈 덮인 산 절경, 그 위로 부서지는 햇살,

마른 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푸른 물 쩡쩡한 하늘...

7학년들이며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을 어찌나 잘 챙기던지요,

큰 아이들만이 아니라 저마다 다른 이들을 얼마나 돕던지요.

‘7학년들이 정말 열심히 잘 해주어서 산행이 더욱 잘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았고, 동시에 나는 얼마나 믿음직한 선생님이었나 하고 되묻게 되었습니다.’(정환샘)

‘가파른 산언덕을 오르면서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을 챙겨 당겨주고 밀어주고 잡아주는 모습, 특히 어렵기만한 사춘기 소녀들의 언니다운 모습이 참 좋았다.’(아리샘)

‘애들하고 같이 가는데 안 그래도 힘든데 업어달라는 애들이 많아서 좀 힘들었다. 굴르고 다치고 저알 힘들고 아팠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함께 얘기하면서 올라가서 즐겁기도 했다. 평소에 친하지 않았던 아이들 말썽쟁이 아이들도 손을 내밀면 잡아주고 같이 올라가는 거 보고 정말 훈훈한 시간인 것 같다.’(재훈샘)

‘잘 못 오르는 구간에서 늠름히 도와주는 남자쌤들이 많이 고마웠다. 함께 도와주는 7학년들은 참으로 감동이었다.

사람이 온전히 설 수 없을 때 옆에 도와주는 이가 있어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그들이 벌써부터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을 보니 많이 반성도 다짐도 하게 되었다.’(휘령샘)

 

산오름의 아름다움이 어디 그뿐이겠는지요.

아이들 하나하나 소소하게 나누는 대화도 풍성합니다.

“세영이랑 수연이랑 셋이서 걸었는데,

세영이가 고민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유정샘은 하루정리글에서 이리 쓰고 있었습니다.

‘옥샘이 예전에 어린 아이도 그들의 생각이 있고 고민이 있고

그리고 삶이 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렇게 우리들은 아이들 안으로 더욱 걸어가는 시간이고 있었지요.

학교 안에서만 옴짝거리다가 마을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또 새로운 만남들을 갖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서로의 또 다른 면들을 발견하게 되지요.

5박6일 일정에서 서로에게 쌓인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풀리는 시간이기도 지금이기도 합니다.

서로 연대할 수밖에 없는 고난길이니 더욱.

아리샘, ‘함께 걷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지요.

 

기운이가 좇아오며 말했습니다.

“옥샘, 정말 축지법 써요?”

“...”

“따라 잡을 수가 없어요. 축지법 도산가 봐요.”

겨울 눈 덮인 산을 앞장서서 가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거대 영웅 하나 탄생하는 거지요.

성근이도 대뜸 물었다던가요.

“옥샘은 공중부양 할 줄 알아요?”

유정샘이 한술 더 떴지요.

“당연하지.”

“옥샘은 못하시는 게 없네요.”

우리는 그렇게 이야기 안 풍경 같은 산속에서

환상과 상상과 공상으로 더욱 깊숙이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것이 아이들의 어린 날을 더욱 풍성히 하리라 믿습니다.

때가 되면야 알겠지요, ‘사실’을.

‘산에 다녀오면서 5박6일 동안 별로 얘기해보지 못한 아이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고...’(유정샘)

 

어느새 울렁산 정상, 김밥을 먹었겠지요.

‘오늘 산행!! 참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산을 올라가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목표지점에 도착해서 김밥을 먹는 것도 무척 뿌듯했고요!’(규희샘)

그런데, 조금 아쉬웠던 김밥 량.

아, 산을 내려와서야 알았습니다,

재훈샘 가방에 김밥주머니가 하나 더 있었음을.

몰매 맞을 뻔한 그였지요.

제 가방에 무엇이 든 지도 잊고 간 샘,

맞아 싸다고 한마디씩 보탰더랍니다, 아암요.

잘 얼어준 초코파이도 얼마나 일품이던가요.

오면서 고개마다 먹은 단 것들을 댄 입이건만 그 달콤함이라니...

 

이제 올랐으니 내려가야지요.

아주 주욱 쭉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발은 푹푹 무릎까지 눈밭에 빠지기 일쑤였지요.

곳곳에서 비명소리 이어달리기.

그런 속에 아이들에 대한 생각도 이해도 깊어갑니다.

‘산에 오르고 내려오면서 규범이가 계속해서 청개구리 같은 행동들을 보여서 다들 화를 많이 내고 하셨는데 그것이 아이가 그러한 행동들을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천천히 말해주고 설명해줬을 때(쌤 또는 아이들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좀 더 많이 이해하고 생각 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같다.’(휘령샘)

 

민채, 해인이가 손잡아주면서 사이좋게 예쁘게도 내려갔지요.

‘양말 껴신어도 발 시려운 산가서 한사람의 찡찡거림없이 내려와 다행이고 고마웠다.’(진주샘)

‘내려오면서 옥쌤을 원망하는 동안 아이들은 정말 엄청난 생각들을 하면서 내려왔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정말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정환샘)

‘그런데, 내려가는 길이 넌무 무서웠어요. 워낙 겁이 많아서 제가 아이들을 잡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저를 잡아주면서 내려왔어요. 뭔가 미안하기도 하면서도 아이들과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순간이였습니다.’(규희샘)

‘정상에서 내려가는데 저알 죽는 줄 알았고 다 내려가니깐 정말 죽다 산 기분이 들었다. 도착하고 나니깐 정말 물꼬 갔다가 집에 도착한 기분과 똑같았다.’(재훈샘)

‘아이로 왔을 땐 산을 갔다와도 별로 안힘들었는데 새끼일꾼으로 와서 가방도 매고 아이들도 잡아줘야 돼서 너무 힘들었다.’(새끼일꾼 유진)

윤지는 또 얼마나 씩씩하던지요.

그 곁에는 내내 그를 추동하며 오른 아리샘이 있었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교사가 중요합니다!

다녀와 윤지는 모든 일정 가운데 산오름이 단연코 최고라 하였지요.

 

어느새 산을 벗어나 닦인 길에 오르고,

아! 그제야 부는 바람...

물꼬 날씨의 기적에 또 한번 벌어진 우리들의 입!

학교에서는 밥바라지 선정샘과 현애샘이

뜨뜻한 오뎅국으로 우리들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가 다 끝이던가요.

아니지요, 아직 우리는 하루를 다 살지 않았습니다.

‘학교민주지산 보다는 덜 힘들었지만 그래도 힘든 것을 보니 산이었고, 모두들 힘들었나보다. 나도 좀 쉬려고하니 해놓지 못한 일들이 눈에 밟혀 쉴 수가 없었다. 이불을 박차고 다시 일어나 가방정리를 하고 다시 쓸어내고 하면서 마음으로 많이 힘들었다. 혼자 마무리 했던 아침 설거지 때와 비슷한 마음이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어찌하였든 누군가 할 일이라면 보이는 사람이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고 축으로 기회를 얻은 만큼 다시 움직이자고 생각했다. 엄마가 했던 말도 떠올랐다. 청소를 한 다는 것은 마음을 닦는 일이기도 하다고.’(휘령샘)

갔던 가방들이 다시 풀어헤쳐져 물건들이 제자리로 가야 하고,

아이들의 대 샤워도 도와야 하고...

아직 기운이 펄펄 넘치는 아이들은 놀고 또 놀았구요.

 

저녁을 먹고 한데모임.

물었겠지요,

우리는 재밌는 많은 일정들을 밀면서까지

왜 산을 올랐을까 하고.

건강을 위해서, 산과 만날 시간을 주려고, 서로 협동하라고,

자신을 돌아보라고, 모험심을 기르라고...

우리 넘었던 산처럼 우리 앞에 놓이는 어려운 날들 그리 설컹 넘어가리라,

모든 것이 그리 지나가리라, 했더랍니다.

 

고래방으로 건너갔습니다; 강강술래.

마지막 대동놀이인 셈이지요.

가운데서 샘들이 청어엮기를 보여줄 땐

류옥하다의 제안에 따라 아이들이 크게 원을 따라 손잡고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그런 흥겨움이 없었지요.

야단법석!

아이들이 이리 신명 든 존재들이었던가요, 새삼스러웠습니다.

 

둘러앉아 마지막 갈무리모임을 했습니다.

여느 일정이라면 장작놀이를 하면서 불가에서 지난 닷새를 돌아보거나

아니면 방에서 촛불잔치로 할 이야기들인데

이번 계자에선 이 시간을 택해보았지요.

오지 말라 했건만 끝끝내 마지막이 오고 말았다,

물꼬가 내 생애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가,

닷새가 10분 같았네,

열심히 지내다가 다시 오리라,

행복했다...

그런 이야기들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계자 축을 맡았던 휘령샘은 결국 눈물을 보였지요.

‘그 힘든 마음이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것이 실감나 말하다 울어버렸다. 챙피한 것도 잊고, 괜히 마음 쓰이게 한 것 같아 미안했다.’

 

아, 그리고 장작놀이.

겨울에 눈으로 비로 추위로 슬쩍 빠뜨리기 쉬웠던 시간입니다.

“순전히 자누를 위한 선물이랍니다.”

겨울, 하필 장작놀이 아니 할 때가 더 많았던 자누의 아쉬움이 컸음을

기억하고 있었더랬지요.

작은 불로로 얼마나 풍성했던지요.

노래, 노래, 노래들.

‘캠프파이어를 할 때, 아이들이 한마음이 되어 노래를 부른 것이 인상깊었다.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도 있어서 특히 더 그랬던 것 같다.’(윤정샘)

그때, 승희가 휘령샘한테 다가가 말했습니다.

"쌤, 저 울었어요."

"왜 울었어?"

"헤어지는 게 슬퍼서요."

장작놀이의 끝은 인디언놀이입니다.

온 학교를 헤집으며 좇아다녔지요, 모두 시커매져서.

시간은 자정에 이르고 있었더랍니다.

참, 정환샘이 물꼬 장작놀이가 가진 질감을 잘 알아보고는

내내 잘 지켜나가길 바란다고도 했답니다. 

 

그런데, 한 형제가 기어코 이 시간도 사고를 치고 말았네요.

오늘만 내리 다섯 차례 똥오줌을 지리거나 싸거나 하였습니다.

철욱샘과 아리샘이 챙기기도 했고, 휘령샘이 나서기도 했지요.

큰 남자 아이라 재훈샘한테도 일이 밀렸으나 마침 아팠던 그라

정환샘이 불려와 같이 수습하기도 하였습니다.

물꼬는 온전히 장애통합교육을 하는 몇 안 되는 공간 하나입니다.

그런데, 가끔 아이에 대한 선입견이 될까봐

장애아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아이들을 보내오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게 잦아 늘 엄포를 놓기도 하지요,

그렇게 하면 아이를 돌려보내고 말겠다고,

아직 그래본 적은 없습니다만.

이번에 온 한 형제도

‘엄마의 성격이 여려서 아이들 또한 여리다, 한편으로는 많이 의지를 한다,

자신감과 자존감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정도가

그 아이들에 대한 어머니가 준 정보의 전부였습니다.

아이에 대한 정보는 가장 적절한 배려와 이해를 가능하게 합니다.

지나친 배려나 보호가 아닌, 제일 적절한 수위의 돌봄을 위해

솔직하고 정확한 정보를 교사와 공유하려는 태도가

아이랑 함께 할 교사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보다 원활하게 잘 지낼 수 있는 길이기도 하지요,

다 큰 아이들의 대소변 문제는 타인들과의 사이에서도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어쩌면 그 부모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아무렴 이런 상태를 이토록 정보 없이 보냈을까 싶어.

특수교사가 무려 셋이나 있는 계자였습니다.

아이들의 옷을 갈아입히고 빨래를 하며

퍽 화나고 속상해들 했더랬답니다.

 

샘들 하루재기는 이 밤도 계속되고,

야참도 역시 이어지고(그러고 보니 어제는 전 샘들이 다 먹겠다고 신청을 하기도!),

그리고 아이들 이야기뿐 아니라 저마다 안고 있는 문제들도

머리 맞대고 나누지요.

우리 휘령샘, 처음으로 계자 축을 맡으며 그 마음이 얼마나 힘겨웠을까요.

‘쭉 계자를 되돌아보았을 때 아직 내가 온전히 앞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지만 모두가 같이 했기에 이렇게 한 계자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새끼 일꾼들에게 주는 '기회'가 아직 축을 잡기에 미숙한 나에게도 주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휘령샘)

철욱샘, 밤마다 불 때느라 욕봤습니다.

유진샘, 진주샘, 새끼일꾼 경이, 축을 보좌하느라

그리고 내리 두 계자를 해내고 궂은 일 먼저 하느라

어린 사람들이 또 얼마나 힘을 쏟았을라나요.

보이지 않는 큰손 아리샘의 역할은 또 얼마나 컸을까요,

표도 별로 안 나면서, 악역 맡아가면서, 힘든 일 다 챙겨가며.

젊은 샘들도 아는 날 오리니...

유정샘, 그 유순함으로 아이들 속에서 잔잔히 잘 챙겨내고,

새끼일꾼 가람과 유진과 여진도 제 역할들을 잘 찾아 애썼지요.

사진을 맡았으되 중요한 자리에 등장하지 않아 원성을 사기도 했으나

산에서 아이들 양말도 갈아신기며 세밀하게 살피던 세아샘.

처음 온 규희샘, 정환샘, 윤정샘, 누구나 처음이 있지요,

그런데 그 처음을 낯선 곳에서 얼마나 애쓰셨던지요.

무엇보다 밥바라지 선정샘과 현애샘, 무어라 다 말을 하려나요.

저를 늘 할 말 없게 만드는 선정샘,

전체를 통찰하는 혜안을 가진 현애샘...

누가 뭐래도 다친 아이가 없어 다행이었지요.

그런데, 우리 아직 안 끝났습니다요!

 

마침 잠자리에 들어간 마지막 샘들도 4시가 넘어 들어간 참이라,

마지막 밤이라고 불 때는 이들도 들여보낸 뒤 장작도 밀어넣고,

낼 생일이라는 혜준이를 위해

고운 초도 챙기고 경단도 빚고 미역국도 끓였습니다.

그리고 모두를 위해 아침 수행으로 대배 백배.

마지막 날 아침이 금세 와버렸네요.

6시, 아침밥상을 위해 선정샘이 가마솥방을 들어섰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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