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8.물날. 흐림

조회 수 1153 추천 수 0 2012.01.28 03:19:37

 

어제 류옥하다 선수가 벗긴 늙은 호박으로

아이들과 호박죽을 끓였습니다.

커다란 솥단지가 둘씩이나 됩니다.

옳다구나 하고 이웃 할머니들을 생각했지요.

큰 그릇에 담은 호박죽을 두 녀석이 조심조심 나릅니다.

“눈먼 할머니께도 가요!”

조금 멀어서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먼저 챙깁니다.

눈이 멀어가는 할머니가 안쓰러워

자주 아이가 들여다보는 댁입니다.

큰 녀석이 들고 가는 길을 작은 녀석이 동행합니다.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아이들이 소사아저씨 일도 함께 합니다.

사택 고추장집 된장집에서 나온 연탄재며

책방을 빼더라도 교무실과 가마솥방 난로에서 나온 것들이

조옴 많아야지요.

운동장의 움푹한 곳들을 메우기도 하고

이곳저곳을 돋우기도 하였더랍니다.

즐거운 놀거리이기도 했지요.

 

낼 서울 걸음에 필요한 것이 있어

잠시 읍내 나갔다 옵니다.

올해는 곶감이 퍽이나 귀했습니다.

이 골짝 일대는 바닥난 지 오래이지요.

나무에 매달린 채 무서리도 없이 된서리를 맞았던 지난해의 감은

그만 얼어버려 곶감이 쉽지 않더니,

올해는 또 다들 좀 서둘렀더니

늦더위 길어 깎아 매단 감이 홍시가 되어 흘러내렸지요.

하늘이 하는 일을 뭐라 그러면 아니 된다지만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어쩌다 잘 매달려 있어도 곰팡이 끼기 시작했더랬지요.

괜찮은 물건 하나 구해 들어옵니다.

 

돌아오니 곶감집에 와 있던 철우샘이 내려와 있습니다.

아이가 차를 내 대접하고 있었지요.

지난 여름 잠깐 물꼬에 머물던 이입니다.

계자에도 잠시 손 보태고 떠났더랬지요.

물꼬랑 맺은 인연으로 왔던 대해리였으나

마을에 있는 이웃집 봉중샘과 더 가까워져

그 댁에 다니러 온 길이었더랍니다.

식구들이 반가워했네요.

 

미루면 늦어질세라 계자 기록을 죄어치지요.

오늘도 150 계자 하루치를 써서 올립니다.

그런데, 홈페이지에 막 올린 뒤 메일을 확인하고 나오려는 순간

아, 온 세상이 먹통 되었습니다.

깜깜해진 천지, 잠시 당황하여 앉았다가 상황을 수습하고 있으니

불 다시 깜빡거리다 켜졌지요.

곧 들어온 문자,

‘새벽 3시 05분 상촌지역 순간정전 있었습니다. 정전피해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날이 또 날이었나 봅니다.

위키피디아에서 가끔 자료를 찾고는 하지요.

근데, 오늘 시커먼 화면에 몇 문장이 떠 있을 뿐이었습니다; Black out.

"미국 의회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터넷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는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무슨 일인가 싶었겠지요.

미국 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규제에 반대하기 위해

하루 동안 웹사이트를 폐쇄하기로 했다더군요,

온라인도용방지법안(SOPA)과 지적재산권보호법안(PIPA)에 대한 항의 표시라고.

SOPA는 온라인 상에서 사진이나 음악 등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홈페이지를

인터넷 공급업체가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법안,

PIPA는 이러한 지적재산권 보호 범위를 해외로 확대시켜

해외 불법 사이트에 대한 불법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이라 합니다.

이 법안에 대해 위키피디아 등 인터넷 업계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받대 하는 반면

헐리우드나 음반 제작사들은 환영한다네요.

오늘 하루 많이들 불편했을 겝니다.

이런 순간 다시 활자에 대해 생각게 되지요.

책은 명이 길 겝니다, 아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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